남한산성을 추천하는 이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우리 역사의 치욕스러운 한 장면인 삼전도 굴욕을 소재로 삼는다. 청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척화파의 명분과 주화파의 실리로 나뉘어 맹렬하게 다투는 신하들의 공론(空論)과, 전쟁 속에서도 어디까지나 삶의 바탕과 구체성을 좇는 민중의 생명력의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칼의 노래>에서 출발한 김훈의 역사소설이 <현의 노래>를 거쳐 도달한 하나의 정점을 보여준다. 결국 항복과 화의로 뜻을 모은 조선의 관료들이 그 뜻을 적어 보낸 서한을 ‘데스킹’ 하면서 청 황제가 피력하는 글쓰기 철학은 고스란히 김훈 자신의 문장관으로 읽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