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의 글은 창조적이고 신화적이며 동시에 현실적이다. 미시적 이야기들을 촘촘히 엮어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데 토카르추크만큼 능한 작가가 있을까? 사실 그의 모든 작품을 21세기 최고의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중에서도 <태고의 시간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태고의 시간들>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 ‘태고’의 이야기이다. 그곳의 존재들은 사랑의 시간, 고통의 시간, 죽음의 시간을 살고, 이 시간은 단선형이 아닌 유기적으로 엮인 이야기들 안에서 나선형으로 흐른다. ‘태고’라는 지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간과 공간의 융합, 한 장소를 특정 지역이 아니라 순수한 상태의 원형적 공간으로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의 시간이 커다란 인류의 보편적 시간을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글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특수성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 인간의 한계성을 뛰어넘는 서사를 따라 토카르추크가 찍는 점을 이어 보면 아름다운 별자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