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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토끼> 정보라의 환상 괴담"
    "무서운 이야기 좋아해요?"
    선배가 물었다. 처음 출근한 밤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49쪽)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가 폭풍 같은 2022년을 보내고 처음 창작한 소설들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귀신 이야기' 연작이다. 손수건과 운동화와 책 같은 것들.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관리하는 연구소에는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고, 이 직원들에게는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있다. 예를 들면 (나폴리탄 괴담 같은 규칙 괴담을 떠올려도 좋다.) 정체불명의 평범한 남자를 만나면 그의 지시를 따를 것, 돌아보지 말 것, 연구소의 소장품을 탐하지 말 것, 떠나야 할 때는 떠날 것, 같은 규칙들. 틀림없이 누군가가 금기를 어길 것이고, 무서운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손수건에 홀린 작은 아들의 눈, 연구소에서 훔친 운동화에서 웃고 있는 양이 내는 소리, 점사 일을 하던 부소장을 따라다니던 상처 입은 양의 피부. 손수건에 놓인 자수에서 도망치는 새의 날개짓, 햇빛을 쬐며 몸을 떠는 연구소의 소장품... 공포영화의 한 컷 같은 으스스한 이미지만 우리를 무섭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시당하고 차별당하고 학대당한 자녀가 품는 오랜 원한, 객사한 아버지를 찾아내지 못하면 물려받게 되는 채무, 공장일을 하다 절단된 손가락으로도 이어나가야 하는 생계... 집에서 도망치는 책만큼(정말 매번 어디로 가는 걸까?), 이번 폭염 후 받아들게 될 전기요금 고지서가 무서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 인생은 항상 이상했으니까...'(25쪽)라고 말하는, 배제의 대상이 된 연구소 직원은 기이한 사물보다 낮의 세계가 더 공포스럽기에 밤의 노동을 택한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법이고, 누구나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89쪽)라고 말하는 정보라의 괴담은 서늘하면서 품이 넓다. '누구나'의 범주를 넓히는 괴담, 일곱 편의 이야기가 뛰어노는 이 연구소라면, 사람 정도는 조금 언저리에 서도 좋을 것 같다.
    - 소설 MD 김효선 (2023.06.20)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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