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02일 : 67호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무제출판사를 운영하는 배우, 출판인 박정민 님께서 성해나의 <혼모노>를 추천하며 이 책의 대립항에 '넷플릭스'를 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책이 나오면 꼭 다음 문장을 적어 주변 감독님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박정민 드림.)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소설 보다 선정, 젊은작가상 수상 등에 빛나는 작품이 수록된 성해나의 이번 소설집은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잘 만든 영상 컨텐츠 한 편을 본 것처럼, 한 편의 소설이 끝나면 압도되었다는 감각이 남습니다.
#덕질 #길티플레저 #진짜가짜 #남영동대공분실 #건축 #스타트업 #농촌재생사업 #밴드 #청춘 등의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셔도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을 듯합니다만, 읽고 며칠이 지나 제게 유독 기억에 남는 소설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진짜 설계자에 관한 '팩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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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출판사를 운영하는 배우, 출판인 박정민 님께서 성해나의 <혼모노>를 추천하며 이 책의 대립항에 '넷플릭스'를 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책이 나오면 꼭 다음 문장을 적어 주변 감독님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박정민 드림.)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소설 보다 선정, 젊은작가상 수상 등에 빛나는 작품이 수록된 성해나의 이번 소설집은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잘 만든 영상 컨텐츠 한 편을 본 것처럼, 한 편의 소설이 끝나면 압도되었다는 감각이 남습니다.
#덕질 #길티플레저 #진짜가짜 #남영동대공분실 #건축 #스타트업 #농촌재생사업 #밴드 #청춘 등의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셔도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을 듯합니다만, 읽고 며칠이 지나 제게 유독 기억에 남는 소설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진짜 설계자에 관한 '팩션'입니다.
건축학과 교수 여재화는 기본기도 탄탄하고 오차없이 정확하고 성실하되 야망은 없는 구보승이라는 학생을 발견해 그에게 갈월동 건축물을 맡깁니다. 여재화에게 구보승은 물렁한, 업신여기기 좋은 인간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어떤 건물이 들어섰는지 역사를 아는 입장에서 우리는 이 건물이 덜 잔인하길 바라며 구의 '물렁함'에 기대하게 되고, 이 '희망'은 소설답게 여지없이 배신당합니다. #인간성 #잔인함 #희망 같은 키워드를 상상하며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겐 그 어떤 홀로코스터 영화보다, 이 소설이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진짜 흐려지고 무너지고 진짜로 매혹되는 소설, 진짜를 찾아헤맨 독자를 유혹하기 좋은 진짜 흥미로운 소설집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 접기
98쪽 :
알 수 없습니다.
미스터 김이 한국어로 무어라 웅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말소리가 뭉개져 명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죠.
공항 소설(Airport Novel)이라고 분류되는 소설이 있습니다. 탑승구 바로 앞에 있는 서점에서 잘 팔릴 법한 소설을 얘기하는데요, 지루한 비행시간 동안 읽기 좋은 스릴러 소설류를 통칭한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일주일을' 보냈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처럼, 공항은 책과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산다면 제가 사고 싶은 책은 도착할 여행지에 관한 소설, 여행에 관한 소설입니다. 정선임, 김봄, 김의경, 최정나는 다가올 여행을 스케치하기 좋은 소설을 내놓았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 인도 벵갈루루, 태국 방콕을 거쳐 사이판을 지나는 여정을 통해 팬데믹 이후 전쟁과 테러, 파시즘이 얼룩진 세계에 서술자가 놓입니다.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굽이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문학의 새로운 면면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표방하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완전한 숫자 ‘3’에 천착해 많은 것을 3으로 묶어 내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책의 얼개가 소설과 에세이, 해설 3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소설 또한 3편이 담겨 있습니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작가는 트리플 시리즈에서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는 한국문학의 현대를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작가-작품-독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죠.
한국문학의 변화에 발맞춰 시리즈에서 다루는 장르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물론(『일주일』) 미스터리-공포-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도 합니다(『말은 안 되지만』). 『꿰맨 눈의 마을』이나 신작 『세 평짜리 숲』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논하기도 하고요.
또한 지금까지 시리즈 내 도서의 카테고리를 ‘소설(집)’로 통칭해왔다면, 30권 『세 평짜리 숲』부터는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더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표기 방식을 보다 세분화하여 ‘소설’ ‘연작소설’ ‘연작 장편’으로 구분해 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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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흐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굽이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문학의 새로운 면면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표방하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완전한 숫자 ‘3’에 천착해 많은 것을 3으로 묶어 내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책의 얼개가 소설과 에세이, 해설 3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소설 또한 3편이 담겨 있습니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작가는 트리플 시리즈에서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는 한국문학의 현대를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작가-작품-독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죠.
한국문학의 변화에 발맞춰 시리즈에서 다루는 장르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물론(『일주일』) 미스터리-공포-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도 합니다(『말은 안 되지만』). 『꿰맨 눈의 마을』이나 신작 『세 평짜리 숲』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논하기도 하고요.
또한 지금까지 시리즈 내 도서의 카테고리를 ‘소설(집)’로 통칭해왔다면, 30권 『세 평짜리 숲』부터는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더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표기 방식을 보다 세분화하여 ‘소설’ ‘연작소설’ ‘연작 장편’으로 구분해 출간하고 있습니다.
시리즈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만큼, ‘30’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거머쥔 『세 평짜리 숲』 또한 그 의의와 물성에 있어 도전을 추구합니다. ‘여성 서사 장인’으로서 끊임없이 문학 세계의 지평을 넓혀온 이소호는 첫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인 『세 평짜리 숲』에서 강제로, 또는 자유의지로 극한에 떠밀려 터져 나오는 감정들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연결되는 여성들의 모습을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이 작품의 장르는 블랙코미디 SF이지만, SF 필터를 제거하면 눈앞의 현실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는 소설로 변모합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 서 있으나 마음만은 함께 굳어져야 할 지금, 독자들의 마음에 『세 평짜리 숲』이 새로운 불씨를 지피기를 기대해봅니다.
- 자음과모음 기획편집부
- 접기
편집의 묘를 살린 장르소설 두 권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홍학의 자리> 정해연의 신작 소설은 사회문제로 부상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개의 교통사고가 그렇듯 가해자가 피해자일 수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서로의 다른 입장을 부각하기 위해 아래 사진(아래)처럼 양 쪽의 이야기를 반대편에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앞에서 읽으면 김혜정의 이야기, 뒤집어서 뒤에서부터 읽으면 노균탁의 이야기로 시야를 바꾸어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움 추천 스토리 선정작인 <베이비시터>엔 세 가지결말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만난 부부 ‘소범수’와 ‘진이경’의 제안으로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된 대학생 ‘인주해’는 대저택의 어린이 ‘소혁우’가 위험한 살인마가 될 것을 알게 됩니다. 도망칠 것인지, 교화를 위해 곁에 남을 것인지 그의 선택에 따라 결말은 세 가지로 바뀝니다. 아래 사진처럼(위) 세 장으로 분리된 각자의 결말을 선택해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