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동계급을 위한 정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커밍 업 쇼트>에서 노동 계급 청년을 분석하여 주목받았던 제니퍼 M. 실바가 이번엔 미국 동부 노동 계급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미국의 노동 계급은 승리감, 좌절감, 희망, 분노, 울분, 공포 같은 일상의 감정을 어떻게 정치와 연결시킬까. 빈자를 끝없는 절망 속으로 몰아넣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실바는 이들의 감정 구조와 정치적 입장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핀다.
그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힘든 현실의 심리적 도피처로 자기 계발을 찾거나 심리 치료, 약물에 의존한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치권력은 부재하고 이들에게 정치는 언제나 좌절만 안겨주는 대상이다. 믿을 수 없는 공적 제도를 이용하려 연대하고 구호를 외치기는 난망한 일, 이들은 공적 제도 대신 음모론을 수용한다.
그렇다면 노동 계급을 위한 정치는 구제할 수 없이 난파된 것일까. 실바는 노동계급 내부의 차이를 섬세히 검토하며 입체적인 대안을 탐색한다. 불완전하고 개별적으로 찢어진 존재들을 '고통'이라는 공통적 키워드 아래에 정치적 주체로 모으는 것, 그는 포기 않고 사회적 유대의 가능성을 고심한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생생한 목소리로 꾸린 탁월한 연구서다. 한국의 상황과 겹치는 내용이 많은 만큼 곱씹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