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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부터 '시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각 계절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 편씩 선정하여 좋은 작품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봄의 시소로 선정된 시인 안미옥은 "시를 발표하고 바로 피드백을 받게 되는 경우가 흔치 않"(13쪽)아 이 프로젝트의 조명이 놀랍고 기뻤다고 말한다. 봄에는 안미옥과 손보미, 여름에는 신이인과 이서수, 가을에는 김리윤과 최은영, 겨울에는 조혜은과 염승숙이 시소의 선택을 받았다. 손보미의 여자 아이가 경험한 <해변의 피크닉>이 2021년의 봄을, 최은영의 전해지지 않을 <답신>이 2021년의 가을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가 기억하는 2021년의 여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중증 우울증을 앓는 엄마가 쓴 시 속, '떡집에서 못 팔고 버린 떡 같은 하루'(169쪽)를 보내는 미조. 성인 웹툰을 그리는 수영 언니가 추천해준 회사에서 철 지난 압박 면접을 보고, 5천만 원으로 엄마와 둘이 살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이 되었듯 생계를 위해 가발을 만들던 젊은 여자들은 이제 생계를 위해 수영처럼 그림을 그린다. 목 디스크와 손목 디스크를 앓으며,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를 앓으며 우리가 유지하는 떡 같은 하루. "저토록 풍성한 머리숱을 유지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188쪽) 미조의 질문과 함께 2021년의 여름의 지하철을 기억해본다.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는 이들의 정수리가 어쩐지 이 소설과 함께 오래 떠오르게 될 것 같다. 시대를 기록하는 계절의 문학들. 2022년의 시소를 기대하며, 2021년을 기억하는 첫 시소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