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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최진영부터 최근의 강화길, 박서련까지, 믿고 읽을 만한 작가를 독자에게 소개해온 한겨레문학상의 2020년 수상작. 여성 심사위원이 선택한 여성의 이야기, 서수진 작가를 소개한다. K-유행을 타고 성업중인 한국어학원의 현실. 구체성 있는 묘사로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를 통해 이 곳에서 일하며 살아남는 것에 대해 묻는다.
베트남의 한류열풍을 타고 H대 어학원은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학생을 유치한다. 공무원 시험 등 도전하는 모든 시험마다 실패해온 선이는 이번만큼은 '코리안 티처'인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그래서 같은 수업의 베트남 학생이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에도 신고를 두고 갈등한다. 정확한 수업을 추구하지만, 딱딱한 태도 때문에 늘 강의평가가 좋지 않아 언제든 계약 해지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미주. 어학원 내 유이한 지방대 출신이지만 '운이 좋아' 늘 강의 평가 1등을 유지하며, 평가가 나쁜 강사들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가은. 책임강사로 일하며 다른 강사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도, 어학원에서 갑질을 당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한희. 밀려나지 않으려는 이들의 치열함은, 그저 다음 학기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만을 위한 것이라기엔 너무 절실하다. 봄 학기, 여름 학기, 가을 학기, 겨울 학기, 겨울 단기를 거치며 만나는 이 피로한 얼굴들은 자꾸만 어떤 질문들을 던진다. 등장 인물 한 명, 한 명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하게 엮어 만든 단단한 이야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곱씹어도 잘못된 선택 때문에 이 자리에 놓인 이는 없어보인다. 소설가 최진영의 심사평처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묻는 소설인데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질문이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