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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안정된 도시에서, 안정된 직업과 안정된 가정, 안정된 교우 관계를 유지하며 안녕하게 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건설된 신도시. 약사인 세영은 지방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중2 딸 도우와 함께 지낸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할 일이 괴로운 그는 학폭위를 피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대학강사를 하다 아버지의 유산인 호텔을 경영하기로 한 남편 무원.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오해하는 이를 내버려두며, 굳이 개입하지 않고 하루를 꾸려나간다. 그렇게 부모가 없는 도시에 홀로 남겨진 딸 도우에게 학폭위의 일이 남겨지는데.
나서서 악한 일을 하지도, 다른 이를 위해 애써 선한 일을 하지도 않는 이들. 무관심으로 구성된 안전한 사회에서 그들은 위로받지도, 위로하지도 못한다.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파국이 닥치는 세계. 그 세계의 안녕에 기댄 사람들의 무정한 마음 속을 정이현이 특유의 세밀한 문장으로 들여다 본다. 편혜영, 박형서, 김경욱, 윤성희, 이기호의 작품을 소개해온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소설선 여섯번째 작품. 7번째 작품부터는 정용준, 김금희 등 1980년대 전후 출생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