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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사자가 나타나도 무섭지 않고, 모기가 물어도 가렵지 않다. 빵 냄새가 풍겨도 먹고 싶지 않고, 강아지가 물어도 아프지 않다. 태어나지 않아서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여자아이의 다친 무릎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엄마를 보고는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는 엉엉 울고, 깔깔깔 웃고, 맛있게 빵을 먹는다.
<태어난 아이>는 세계가 아름답거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가 고프고, 사자가 나타나면 놀라고, 모기가 물면 가렵고, 개한테 물리면 아파서 엉엉 울고, 엄마가 안아 주면 안심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살아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행복과 불행은 삶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진짜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삶에서 지켜야 할 태도라고 사노 요코가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