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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018
  •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은이)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외과의사 이국종, 17년간 기록한 삶과 죽음의 보고서"

    "병원까지의 환자 이송 시간 평균 245분, 생명을 살리는 골든아워 60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중증외상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60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살 수 있는 환자들의 헛된 죽음을 막고자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송 체계 등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분투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 중심에 선 이가 바로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

    1,2권 동시 출간된 <골든아워>는 이국종 교수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기록해온 중증외상센터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에 관한 보고서다.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 구출, 세월호 참사 등 직접 목도한 생과 사의 현장, 중증외상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처참한 고통, 단 한 생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척박한 의료 현실과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긴 세월들. 그 어떤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펼쳐진다.

  • 마틸다 (반양장)
    로알드 달 (지은이),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긴이) | 시공주니어 | 2018년 9월 "로알드 달의 마지막 장편동화"

    고작 다섯 살에 찰스 디킨스와 헤밍웨이, 러디어드 키플링을 섭렵한 독서광이자 수학과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며, 그것도 모자라 초능력까지 겸비한 아이. 천재 소녀 마틸다가 지구에서 추방해야 할 정도로 나쁜 어른들과의 대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다. 로알드 달의 생애 마지막 장편동화이자 'BBC 선정 영국이 가장 사랑한 소설'로 이름 높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었으며(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 제작 뮤지컬 '마틸다'는 2018년 가을 처음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원작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번역, 새로운 표지의 개정판을 선보인다.

    영국의 어느 작은 마을, 비범한 소녀 마틸다의 집과 도서관 그리고 학교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마틸다는 두 부류의 어른들을 통해 성장하는데 먼저 비정하고 부도덕한 마틸다의 부모와, 학대와 폭력을 일삼는 교장 선생으로 대표되는 절대 악인들이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지혜롭고 이해심 많은 어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잘못된 어른들을 심판하고 복수하는 마틸다의 활약은, 어른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억눌린 감정을 한방에 날려준다. 나이를 초월해 아이들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만권 (지은이) | 여문책 | 2018년 10월 "모두를 위한 분배! 기본소득과 기초자본"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며 세상이 뒤바뀔 것 같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면서 말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각종 대비책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세상이 뒤바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참에 성장과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분배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다 바뀌는데 분배만 그대로일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정치철학자 김만권은 '21세기 분배의 상상력'으로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을 설명한다.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여 오늘날 실질적 시민권이라 할 소비자로부터의 소외 상태를 만들지 않는 사회적 배당금 기본소득, 독립적 개인으로 사회에 나아가는 때에 맞춰 장기적 안목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회적 상속 기초자본은, 부익부빈익빈에 더해 금수저, 은수저까지 이어지는 불평등의 고리를 끊고, 고용, 노동, 복지 등 풀리지 않는 복잡한 계산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분배'를 실현할 간명한 해답이다. 수긍은 가지만 실현이 되겠느냐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여, 그에 걸맞은 자신감을 가지자!

  • 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츠바키 문구점> 1년 후 이야기"

    평범한 문구점처럼 보이지만, 손님들의 '편지 대필'을 본업으로 십일 대 째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 전작에서 할머니의 뒤를 이어 가업에 뛰어든 포포에게 대필을 요청한 손님들의 사연이 다채롭게 펼쳐졌다면, 이번 책에선 포포 자신의 성장담이 주를 이룬다. 결혼을 하고 딸 큐피가 생기면서 포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남편의 전부인까지 '가족'의 범주에 추가하면서, 이 ‘반짝반짝 공화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포포는 다짐한다. 앞을 못 보는 소년의 어버이날 편지, 사별한 남편을 용서하기 위한 편지 등 손님들의 절절한 사연과 포포의 정성 어린 대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다시 한 번 치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가와 이토는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편지에 힘입어 <츠바키 문구점>의 후속작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츠바키 문구점을 둘러싼 가마쿠라 사람들의 따뜻한 사연들을 보노라면, 시리즈 3편도 출간되어 대필업을 물려받아 서사가 된 큐피의 모습이 이어졌으면, 하고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아련하고 따스한 이야기.

10.52018
  •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지은이)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아직 책의 역할이 남아있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겹쳐 읽는 책을 살펴보면 당대의 욕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특정 세대에게 널리 읽힌 책을 살펴보면 해당 시기의 문제나 방향을 돌아볼 수 있을 터, 책과 독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살피는 일은 늘 흥미롭고 도전적인 과제다. 더군다나 책을 읽지 않는 사회라고 이야기되는 오늘날, 책과 독서로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 70여 년을 돌아보는 시도는, 지금의 출판과 독서문화에도 새로운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를 꾸준히 연구해온 천정환, 정종현 두 저자는 책, 출판, 저자, 독자, 공간, 매체, 계급, 욕망 등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엮어 ‘대한민국 독서사’를 구성한다. 그리하여 책의 인기도나 내용만으로는 읽어낼 수 없는 의미를 찾아내고, 반대로 커다란 정치사회의 변화 속에서 책과 독서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리는 지점을 피해가며, 솜씨 좋게 '지(知)의 현대사'를 그려낸다. 여전히 책의 사회적 역할이나 효용이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그런 때가 있었다고 추억한다면, 아니면 그런 때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면, 이 책이 반가운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지은이), 김한민 (옮긴이) | 민음사 | 2018년 10월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를 만나다"

    헤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등과 함께 서양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 중 한 명으로 소개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등의 작품이 알려지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인'으로 인식했던 페소아의 시를 연구자 김한민의 번역으로 만난다. 이 시집엔 다양한 이명(異名)으로 활동한 페소아의 대표적 자아들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와(그는 리스본 출생의 목가적인 전원 시인이다) 리카르두 레이스(그는 외과의사인 우아한 고전주의자이다)의 대표작과 페르난두 페소아가 본명으로 출간했던 단 한 권의 시집, <메시지>의 일부를 수록했다.

    알베르투 카에이루로서 그는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시인이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11쪽)이라고 노래한다. 리카르두 레이스로서는 "우리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이야기들, 아무것도 아니다."(177쪽)라고 노래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로서 페소아는 "영원한 건 내가 꾼 나에 관한 그 꿈, 바로 그것이 다시 돌아올 나."(189쪽)라고 노래한다. 자아가 달라지면 감정이 달라지고 언어가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었다."라고 말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의 낯선 세계를 세계시인선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와 함께 출간되었다.

  • 두 사람 : 마르크스와 다윈의 저녁 식사
    일로나 예르거 (지은이), 오지원 (옮긴이) | 갈라파고스 | 2018년 10월 "'진화'와 '혁명'이 동시대에 나타난 이유"

    찰스 다윈과 카를 마르크스는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를,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혁명을 제시하며, 그간 인류가 믿어온 세계의 이야기를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비단 과학과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오늘날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런데 근대의 두 거인이 같은 때 같은 곳에서 살았다면, 이것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이 책은 1881년 영국 런던에 살았던 두 사람의 집이 불과 32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마르크스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세심하게 읽었고, 다윈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을 서재에 꽂아두었으니,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각자의 이야기가 워낙 유명한 터라, 어느 정도 허구를 가미해도 오해의 여지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재미다. 둘을 잇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두 사람의 내밀한 삶부터 사상의 배경까지 살피니, 정말 두 사람이 만났다면 어땠을까를 다시 상상하게 된다. 덥수룩한 수염 말고도 이렇게 많은 연결고리가 있었다니, 우연이라기엔 너무 놀라운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 (지은이) | 현대문학 | 2018년 9월 "안녕한 세계, 정이현 소설"

    그들은 안정된 도시에서, 안정된 직업과 안정된 가정, 안정된 교우 관계를 유지하며 안녕하게 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건설된 신도시. 약사인 세영은 지방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중2 딸 도우와 함께 지낸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할 일이 괴로운 그는 학폭위를 피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대학강사를 하다 아버지의 유산인 호텔을 경영하기로 한 남편 무원.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오해하는 이를 내버려두며, 굳이 개입하지 않고 하루를 꾸려나간다. 그렇게 부모가 없는 도시에 홀로 남겨진 딸 도우에게 학폭위의 일이 남겨지는데.

    나서서 악한 일을 하지도, 다른 이를 위해 애써 선한 일을 하지도 않는 이들. 무관심으로 구성된 안전한 사회에서 그들은 위로받지도, 위로하지도 못한다.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파국이 닥치는 세계. 그 세계의 안녕에 기댄 사람들의 무정한 마음 속을 정이현이 특유의 세밀한 문장으로 들여다 본다. 편혜영, 박형서, 김경욱, 윤성희, 이기호의 작품을 소개해온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소설선 여섯번째 작품. 7번째 작품부터는 정용준, 김금희 등 1980년대 전후 출생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간다.

10.92018
  • 마흔이 되기 전에
    팀 페리스 (지은이), 박선령, 정지현 (옮긴이) | 토네이도 | 2018년 10월 "자신만의 명언을 만들어가라"

    마흔을 목전에 두고 이 책을 소개하자니 기분이 묘하다. 팀 페리스가 말하길 마흔 전에 8부 능선을 넘어야 한다는데, 나의 인생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괜히 조바심이 난다. 그러한 독자들이 꽤 있을 터. 그래서일까, 한 명사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바심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마흔이라는 기준점을 둔 팀 페리스는 아마도 시간은 무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20~30대의 젊은 독자들에게 말이다. 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팀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젊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말들만 추렸기 때문인지 각 장은 더욱 간결해졌고, 짧은 글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구성되었다.

    이 책은 일종의 명언집 혹은 잠언집이라 해도 무방한데, 그만큼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다. 독자들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인생 선배들의 다양한 조언 속에서 마음을 유독 울리는 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흔이 되기 전에 다음 문장에 밑줄을 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명심하라, 천천히 서두르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책 후반부에서 한 명사가 '남들의 명언에 밑줄 치느라 밤새우지 말라. 자신만의 명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고 일침을 놓는다. 실천하지 않으면 읽어도 그때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명언들에 취해 스스로 그 늪에 빠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항상 곁에 두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 조금씩 음미하는 것이 좋겠다. 급할 것 없지 않은가. 마흔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 사악한 여왕
    세레나 발렌티노 (지은이), 주정자 (옮긴이) | 라곰 | 2018년 10월 "디즈니 명작 속 악당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선남선녀' 주인공들이 주목을 독점했지만, 그 뒤에는 항상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악역들이 존재해왔다. 디즈니에서 공식 기획한 스핀오프 소설 시리즈 <디즈니의 악당들>에서는 바로 이 악당들이 이야기의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재탄생한다.

    첫 번째 이야기 <사악한 여왕>의 주인공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여왕이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왕비가 왜 미모에 집착하고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이는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녀의 과거를 들춰본다. 두 번째 이야기 <저주받은 야수>에서는 '미녀와 야수' 속 야수가 저주에 걸리게 된 비밀 사건을 재조명하며 야수의 내면에 주목한다. 세 번째 이야기 <버림받은 마녀>는 '인어공주' 속 바다 마녀 우르술라의 사연을 그린다. 에리얼에게 다리를 내주는 대신 목소리와 영혼을 요구했던 우르술라의 과거를 통해 증오심의 원천을 밝히고 있다.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총 9권으로 기획되어, 차례로 다음 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4권의 주인공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초대받지 못한 요정 말레피센트, 5권은 '라푼젤' 속 가짜 엄마 고델이다.

  • 물속을 나는 새
    이원영 (지은이)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9월 "가까이 가면 느껴지는 펭귄의 향기?"

    펭귄만큼 널리 알려진 새는 드물지만, (한국에서) 펭귄만큼 직접 보기 어려운 새도 없겠다. 왜냐하면 펭귄은 대부분 남반구, 그중에서도 남극 연안에 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남극 펭귄 서식지까지 가려면 몇날 며칠을 이동해야 하니, 가까운 곳에서 담은 펭귄의 모습이라 해도 실상 그 거리는 엄청나고, 그만큼 펭귄은 알려진 게 적을 수밖에 없겠다. 같은 궁금증을 품고 남극까지 날아가,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물속을 나는 새 펭귄을 만나고 돌아온 이원영 박사가 반가운 까닭이다.

    그는 까치를 연구하다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한국과는 거의 모든 게 반대인 남반구의 끝 남극으로 떠났다. 그곳이라고 마음 편히 원하는 대로 펭귄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절한 펭귄을 골라 추적 장치를 달고 다시 그 펭귄을 만날 때까지, 때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까지 기다려야만 궁금했던 펭귄의 생태를 알 수 있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심해지는 악취가 있었으니, 바로 펭귄의 배설물 냄새다. 여기에 충격을 받고 다시는 펭귄 둥지를 찾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이 글을 읽어도 상상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런데 이 배설물이 다른 동물에게 먹이가 되고, 이 토양에서 미생물이 살아가기도 하니, 생태의 순환이란 놀랍게도 비슷하다. 펭귄과 우리가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연결되는 이유도 이와 같겠다. 이 책에서 그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아보며 펭귄과 더욱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손경이 (지은이)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딸 성교육, 달라져야 합니다"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가 제안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딸 성교육법'. 성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이고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고, 여성과 남성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올바른 젠더감수성을 키워주고자 한다. 방송과 각종 강연을 통해 성평등 성교육, 젠더교육을 널리 전하고 있는 저자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책이다. 수많은 부모들의 공감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던 전작에 이어, 딸 성교육의 새로운 관점과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주체성'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성을 건강하게 인식하는 방법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함께 가르친다. 성교육 문제에 있어 부모의 노력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시기별로 부모가 먼저 실천하고 딸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성폭력이 확인되었을 때의 대처법을 비롯해 폭넓은 주제에 대해 현실적인 처방을 내려주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소중히 다루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까지 성찰하는 책이다.

10.122018
  •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은이) | 해냄 | 2018년 10월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여 이른 결과가 적정심리학이다.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 그 핵심은 공감인데, 그가 말하는 공감에는 경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라는 이해 위에서 자기 보호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에게 모자랐던 건 '너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나에 대한 공감'이고, 이런 상태에서 공감을 아무리 강조해봐야 어떤 이해와 위로도 나눌 수 없다. 결국 나를 구해야 너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모두를 살리는 '공감 행동 지침서'가 상비약처럼 곳곳에 놓여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뒤에 올 여성들에게
    마이라 스트로버 (지은이), 제현주 (옮긴이) | 동녘 | 2018년 10월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확인과 확신"

    코넬대학교에서 노사관계학을 공부했고, 터프츠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어린 아이가 둘 있는 데다, 한 명은 돌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는, 어떻게 앞뒤가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한 때가 1970년, 이야기의 주인공 마이라 스트로버는 이후 같은 대학에서 ‘여성과 노동’이라는 강좌를 처음 개설했고, 이후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으며,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장을 열었고, 교수들의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를 바로잡는 데 힘을 기울여 상황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모순을 파악하고 부당함을 딛고 성공에 이른 드물지만 익숙한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모든 억지가 나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 앞서 싸워왔고 그와 "함께 싸울 동료"가 있었다는 점이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터져나오는 성차별의 현실과 문제 그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보면, 그가 왜 "내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겪은 짜릿함과 고통을 만날 것"이라 말했는지 알 법하다. 이 책의 핵심은 당연히 성공담이 아니다. 다르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확인과 확신이다. 뒤에 가고 있지만 함께 걷고 있었고, 뒤에 올 이들도 이미 함께 걷고 있음을, 그리하여 함께 이겨내기를 바라는 서로의 마음을 다시금 비춰보는 기회이자 계기다.

  • 마흔에게 (반양장)
    기시미 이치로 (지은이), 전경아 (옮긴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나이 듦의 가치를 생각하다"

    거울로 흰머리나 주름을 확인할 때, 체력이 쉽게 고갈됨을 느낄 때, 전에 없던 병치레를 할 때 인간은 노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때는 살아온 인생보다 살아갈 인생이 짧음을 느낄 때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마흔은 반환점과도 같다. 이룬 것은 별로 없고 기력과 의욕도 예전 같지 않은데 이제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 달려야 하니 초조하고 조급해진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을 겪고, 이후 노부모를 간병하며 인생을 새롭게 성찰하게 된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다고 여기고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파격적인 처방을 내린다.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늙어 간다는 것을 한탄하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의연하게 살라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아닌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위가 아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사는 것. 어쩌면 나이를 먹어가는 자들이 젊음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예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기시미 이치로가 함께 늙어 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 우리 몸 오류 보고서
    네이선 렌츠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 까치 | 2018년 10월 "인간의 신체가 실수투성이라고?"

    인간의 신체가 훌륭하다고 주장하는 쪽과 실수투성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에 손을 들겠는가. 이 책의 저자 네이선 렌츠라면 인간의 손이 두 개인 이유가 앞선 물음에 각각 한 쪽씩 손을 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다가, 인간의 신체는 훌륭하지만 내 신체는 실수투성이가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간의 신체는 실수투성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유는 여럿이다. 그때그때 맞춰서 진화하다 보니 오늘날과 맞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고, 애초에 제대로 된 결과에 이르지 못한 부분도 있고, 바꾸려 해도 시간과 우연에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실패인가? 그럼에도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 숱한 결함을 끌어안고 오늘에 이른 인류의 사연을 듣다 보면, 몸 구석구석이 그렇게 귀해보이고 고마울 수가 없다. 이제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마음 편히 결정할 수 있겠다. 한 쪽에 한 손씩!

10.162018
  • 나이트우드 (무선)
    주나 반스 (지은이), 이예원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모더니스트 주나 반스, 퀴어 문학의 고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주나 반스의 작품으로, 1936년 T. S. 엘리엇이 편집을 맡아 출간하며 "너무나 좋은 소설이기 때문에 시로 훈련된 감수성만이 그것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고 서문을 썼다.

    <나이트우드>는 낭만적 사랑의 이상을 전복하는 ‘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밤에는 낮의 규범 속에 제한됐던 모든 것이 살아나 약동한다. 작품에서 '지하 세계 속 인물'로 지칭되는 이들은 파리와 빈의 밤거리를 자유로이 떠돌고, ‘소년의 몸을 지닌 소녀’ 같은 로빈 보트와 남편, 그녀를 갈망한 두 여자, 여장을 즐기는 한 남자의 사연이 펼쳐진다. 젠더규범과 섹슈얼리티에 질문을 던지고 균열을 만드는 것이 ‘퀴어’라면, 이 소설은 상식과 통념을 해체하며 그 선두에 선다.

    에즈라 파운드, 그레이엄 그린, 딜런 토머스 등 동시대 작가들로부터 찬사와 지지를 받았으며, 오늘날에는 '퀴어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작품 해설을 쓴 윤조원 교수는 “퀴어이론이 등장하기 오래전에 등장한 퀴어 소설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며 “주체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힘으로서의 욕망을 그리는 반스의 텍스트는 오늘의 시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선구적 위상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갈로아 (지은이)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곤충을 무서워해도 웃으며 볼 수 있는 곤충책"

    종류로 보나, 숫자로 보나, 무게로 보나, 지구상에서 곤충에 비견할 생명은 없다. 전 세계 곤충의 수는 무려 100경 마리이고, 전 세계 개미의 무게만 합해도 인류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의 종류가 대략 80만 종인데, 아직 인간이 마주하거나 알아내지 못한 종이 4백만에서 3천만 종에 이를 거라 하니,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생명의 세계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곤충은 왜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비해 큰 관심을 얻지 못할까. 많고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인간과 완전히 다르게 생겨서일 테고, 하나 더 꼽자면 식물과 달리 인간을 괴롭힌다고 알려진 경우가 많기 때문일 터, 곤충의 특징과 진화의 과정을 이보다 유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낼 수 없다고 할지언정, 곤충을 싫어라 하는 이라면 이 책을 열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곤충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이 책을 전할 것인가. 이제야 고백하자면 이 책은 '곤충만화'가 아니다. 굳이 곤충을 설명하려 들지 않고, 너무나 다양하게 존재하며, 엄청나게 멋지게 진화했고,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는 그 무엇을 그렸을 따름이다. 곤충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곤충이란 이름도 잊고 이 책을 펼쳐보자. 곤충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이제야 곤충을 알게 되어 더욱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이렇게 정신을 놓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 나의 외국어 학습기
    김태완 (지은이) | 메멘토 | 2018년 10월 "독해와 번역을 위한 외국어 공부 가이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과 방법이 달라지지만, 학문의 세계에 들어서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해외의 학술 자료를 독해하거나 번역하는 데 필요한 외국어 공부가 중심이다. 이 책에서 경험담을 전하는 저자 김태완은 율곡의 사상을 연구한 터라 한문, 중국어, 일본어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독일어와 불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여러 언어를 꾸준히 배우고 익혀왔다.

    그뿐 아니라 율곡 이이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동양학자, 일본의 문학연구자, 중국의 고전학자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으니, (그의 겸손한 말대로) 외국어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어 공부의 전문가로는 부족함이 없겠다. 자신이 겪은 '외국어 학습 잔혹사'에서 시작해 커다란 언어 세계에서 나름의 '지도와 나침반'을 만들고, 각각의 언어를 항해하며 터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특별한 방법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특별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재미를 맛보면 자연스레 방법도 터득할 수 있으니, 제목처럼 학습기이자 한 걸음 나아가 학습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
    강남순 (지은이), 백두리, 허지영 (그림) | 동녘주니어 | 2018년 10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이야기"

    차별과 편견 없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했던 내용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인 만큼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수업 교재와 토론 자료로 활용하기 좋다.

    여자와 남자뿐만 아니라 장애인와 비장애인, 부자와 가난한 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문제를 보다 넓은 시야로 진단하며,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이끈다.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싸워서 이뤄 낸 것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친근한 화법으로 들려준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문제도 여럿이 힘을 모아 바꿔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0.192018
  • 작별
    한강, 강화길, 권여선, 이승우, 정이현, 정지돈, 김혜진 (지은이)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2018 김유정문학상, 한강"

    "언제나처럼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의 몸에 속해 있지 않다고, 그 주변의 어떤 사물이라고 상상했다." (28쪽) 다른 징조가 없었다. 어느 겨울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여성. 깨어나보니 눈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고, 미성년자인 아이가 있으며, 7살 연하의 가난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 눈이 된 몸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녹아 없어지고 만다. 관계들과 작별을 맞이해야만 하는 그의 마지막 시간을 소설가 한강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억한다.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46쪽)를 곱씹는 이야기로 <채식주의자>의 소설가 한강이 2018년의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작별>을 표제작으로 한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외에도 강화길의 <손>,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 김혜진의 <동네 사람>, 이승우의 <소돔의 하룻밤>, 정이현의 <언니>, 정지돈의 <Light from Anywhere(빛은 어디에서나 온다)>가 함께 실렸다.

  • 너를 보면
    최숙희 (지은이) | 웅진주니어 | 2018년 10월 "다시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있는 아이"

    아이는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나무가 베어진 숲에서 집을 잃은 여우를, 매연 속에서 새까만 모습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쓰레기에 몸이 걸려 헤엄치지 못하는 바다사자를,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강아지를...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에서 아이는 점점 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괜찮아>의 아이는 동물들 각자의 장점을 보며 자신의 소중함을 배웠다. <나랑 친구 할래?>의 아이는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소통하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커다란 눈망울에 슬픔과 안타까움을 가득 담은 아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공감하며 한 걸음 더 성장한다.

    울창한 숲에서 여우와 숨바꼭질하는 아이, 깨끗한 바다에서 바다사자와 함께 수영하는 아이, 햇살 가득한 들판에서 고양이와 낮잠을 즐기는 아이, 외톨이 없이 다 같이 어울려 노는 원숭이들과 아이. 현실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이의 위로와 눈물이 작은 씨앗이 되어 결국엔 그 바람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도록!

  • 컴 클로저
    일자 샌드 (지은이), 곽재은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0월 "자기보호, 답답한 벽이 아닌 든든한 보호막으로"

    전작 <센서티브>에서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긍정적 가능성을 제안한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 이번에는 높든 낮든 누구나 자기 주변에 두르고 있는 자기보호의 벽을 세심하게 살핀다. 나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 만든 자기보호가 다가오는 다는 이들을 밀어내는 데 이른다면, 상처받는 일에서는 멀어질 수 있겠지만 관계의 기쁨을 나누는 일은 불가능해질 테니, 든든하면서도 드나들 수 있는 벽으로 고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일자 샌드는 벽이 만들어진 과정부터 들여다본다. 연인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등 각자가 살아오며 상처를 피하려 만든 벽의 만듦새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 덜어낼 벽돌과 바꿔야 할 벽돌 그리고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 새롭게 더해야 할 벽돌을 고민하며, 지금의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전한다. 단번에 벽을 무너뜨리지 않아 현실적이고, 여전히 벽이 남아 있어 안전하고, 그럼에도 맨얼굴로 상대를 마주할 수 있어 진실한 벽. 이런 벽의 설계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청림출판 | 2018년 10월 "경쟁을 넘어 융합과 공존으로"

    기계, 플랫폼, 군중은 각각 마음, 생산물, 핵심역량에 대응한다. 흔히 우리는 이 두 그룹을 대척점으로 이해한다. 기계에는 인간성이 없고, 플랫폼은 전통적 기업을 무력화하며, 군중은 전문직을 대신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기계, 플랫폼, 군중의 힘이 전에 없이 강해지고 있긴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 생산물, 핵심역량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 <기계와의 경쟁>, <제2의 기계 시대> 등을 통해 이 분야의 독보적인 통찰가임을 입증했던 MIT의 맥아피, 브린욜프슨 콤비는 경제학, 공학, 심리학,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의 힘을 빌려 그간의 변화와 새로운 생각들을 업데이트한다.

    기계, 플랫폼, 군중과 마음, 생산물, 핵심역량의 통합과 재균형은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저자들 중 한 명은 공학 박사, 다른 한 명은 경제학 박사이니, 인간과 기계 혹은 과거와 미래의 통합과 균형을 논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구성이다. 그들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식의 비관론도, 결국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도 펴지 않는다.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 도구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10.232018
  • 비탄의 문 1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미야베 미유키,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융합"

    IT기업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고타로. 같이 일하던 선배가 신주쿠 일대에서 노숙자들이 실종된다는 정보를 조사하다 갑자기 사라진다. 고타로는 그를 찾다 한 유령 빌딩에 숨어들고, 그곳에서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와 마주친다. 도시의 어둠 속, 거대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연결되고, 고타로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진상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인터넷 상에서 익명으로 무장한 이들의 악의는 어떻게 팽창할까. 데뷔 후 삼십 년 이상 현대사회의 문제와 어둠을 통찰해 온 미야베 미유키는 <비탄의 문>을 집필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면밀히 취재해 참고했다고 한다. 전작 <영웅의 서>와 같은 판타지적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인터넷의 폐해와 학원폭력, 빈곤층 복지 등 사회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장르의 벽을 허물고 '미야베 월드'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작가가 이 작품을 어떤 장르로 분류하지 않고 '고타로가 마음속의 어두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추크 (지은이),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긴이) | 사계절 | 2018년 10월 "2018 볼로냐 라가치 픽션 수상작"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많은 일에 쫓기던 남자, 마치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일상을 이어가던 남자는 어느 날 극심한 통증과 공허함에 시달린다. '당신은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바쁘게 살아가던 남자에게, 의사는 행방불명된 영혼과 다시 만나는 방법을 일러준다. 영혼과의 어긋난 속도를 다시 맞추기 위해,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내고 편안히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2018 맨부커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축의 글과, 폴란드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이요의 매혹적인 연필 드로잉으로 완성된 그림책이다. 왼쪽 페이지는 주인을 찾아오는 영혼의 행적을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는 영혼과의 재회를 소망하는 주인의 긴 기다림을 보여준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끝없는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한 발도 멈추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묻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잃어버린 여유와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구원처럼 느껴진다.

  •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을 때 펼쳐보시오"

    20년 가까이 <씨네21>에서 일해온 '이다혜 기자'는 편집기자로 다른 이의 글을 읽고 함께 고치며 글쓰기를 배웠다. 숱한 책을 읽고 소개하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가 이다혜'는 책에서 만난 작가와 그들의 글에서 글쓰기를 배웠(을 것이)다. 책, 영화, 여행 등 다양한 글쓰기로 활약하는 '에세이스트 이다혜'는 직접 글쓰기의 세계에 부딪히고 결과물을 내놓으며 글쓰기를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렇듯 다양하게 글쓰기를 마주하며 배우고 익힌 나름의 방법을 담아, 글을 쓰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안내서다.

    시작은 마음이다. 왜 쓰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 말이다. 쓰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읽히고 싶고 나누고 싶은 마음의 출발점을 찾고 나면, 평소에 보고 듣고 읽은 것에 대해 글을 써보는 연습부터 삶의 추억과 느낌과 상처를 글로 다독이는 과정을 거쳐 (원한다면) 에세이스트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펼쳐내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착착, 순리대로 술술 강의를 따라가면 된다. 그의 당부대로 모쪼록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쓴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글을 써나가길 기원하고 응원하는 마음이다.

  • 맥베스
    요 네스뵈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요 네스뵈가 다시 쓴 <맥베스>"

    북유럽 스릴러의 거장 요 네스뵈가 영원한 고전 '셰익스피어'를 다시 쓴다. 사연은 이렇다. 버지니아 울프가 설립한 출판사 '호가스'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여,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요 네스뵈는 마거릿 애트우드, 트레이시 슈발리에 등과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가, <맥베스>를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요 네스뵈의 <맥베스>는 부패한 정부, 도박과 마약 중독, 강력 범죄가 만연한 1970년대 가상의 도시를 무대로 한다. '맥베스'는 젊은 특공대장으로, '왕'은 경찰청장으로, '세 마녀'는 마약업자 밑에서 약물을 제조하고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현실적인 인물들로 바뀌었고, ‘레이디 맥베스’는 "신임 경찰청장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부추기는 야망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원작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마약과 갱단, 부패한 경찰 등 요 네스뵈 작품 속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녹여내 독창적인 21세기의 <맥베스>가 탄생했다.

10.262018
  •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의 배경은 1992년 밀라노의 한 신문사. 대필 일을 전전하던 한 남자가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신생 미디어에 합류한다.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제0호(창간예비호)' 제작이지만, 사실 경영진은 신문을 발행할 의사가 없다. 유력인들의 추문과 비리로 점철된 '가짜 특종'으로 그들을 협박해 세력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을 뿐. 그러던 어느 날,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대형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한 기자가 살해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1992년은 이탈리아에서 초대형 정경유착 스캔들이 터지며 1천여 명의 정재계인사가 유죄판결을 받는 등 '마니 풀리테'라 불리는 대대적인 부패척결운동이 일던 시기였다. 이탈리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시기를 무대로, 에코는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거짓'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왜 거짓을 만들어내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거짓에 현혹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소설을 관통한다.

    에코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첫 장편 <장미의 이름>을 포함한 전작들이 말러의 교향곡이었다면, <제0호>는 찰리 파커나 베니 굿맨의 재즈'처럼 볼 수 있는 책이며,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 연대기 작가의 문체를 의도적으로 취했다면 <제0호>는 아주 건조한 저널리스트의 문체를 따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흡인력있게 몰아치는 이야기 속에 그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묵직한 고민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남긴다.

  • 트렌드 코리아 2019
    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최지혜, 이준영, 김서영, 이수진, 서유현, 권정윤 (지은이)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언제나 새로운 '뉴트로' 트렌드 전망서"

    "벌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맘때쯤이면 항상 나오는 말이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한 해가 정말 순식간에 가는구나', 저마다의 탄식이 쏟아지는 동안 이 책은 그 짧은 1년 사이에도 수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일깨운다.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은 유행에 점점 뒤처짐을 느낀다. 뭐 굳이 유행을 좇을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직업의 특성상 유행을 빠르게 캣치하고 뒤따라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을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말할 것도 없다. 또 각자의 '갬성'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는 트렌디한 삶이 취미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저러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는 대중 경제 교양서다.

    돼지해를 맞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키워드는 PIGGY DREAM이다. 늘 그래왔듯 10개의 키워드를 통해 다음 해의 핵심 트렌드를 전망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간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꼽은 키워드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라는 방증이다. 개인적으론 뉴트로(New-tro)에 주목하고 싶다. 장년층의 향수에서 비롯된 레트로가 아닌 '젊은 세대가 느끼는 옛 것의 신선함'이 바로 뉴트로다. 선보인지 10년이 넘은 포맷이지만 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층을 넓혀 가고 있는 이 시리즈도 어떤 의미에선 뉴트로다. 오랜만에 비틀스의 White Album을 꺼내 든다. <Piggies>, 오늘 퇴근길 첫 곡이 정해졌다.

  • 한국의 들꽃
    김진석, 김종환, 김중현 (지은이) | 돌베개 | 2018년 10월 "<한국의 나무>를 잇는 독보적 도감"

    이 책을 보니 지난 2011년 <한국의 나무>가 나왔을 때 “이 정도의 도감이 다시 나오기 위해서는 또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그 10년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충만하기에 아쉽지 않다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7년 만에 뒤를 이어 나온 <한국의 들꽃>을 두고도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 뒤이어 나올 <우리의 산꽃>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10년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습지, 해변 또는 길가, 농경지, 민가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1140분류군의 초본식물”을 담은 도감이다. 특히 도심 보도블록 사이에서 자라나는 개미자리, 마디풀, 비노리 등이 반갑고, 아파트 단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구슬붕이, 서울제비꽃 등은 정겨운 기분까지 전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촬영하여 선별한 4600여 장의 사진은 꼼꼼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촬영장소와 촬영일자를 함께 짚어가며 도감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니, 그야말로 독보적 도감이라 하겠다.

  • 하하하이고
    실키 (지은이) | 현암사 | 2018년 10월 "<나 안 괜찮아> 실키의 위로와 공감 만화"

    단컷, 혹은 2, 4컷 만화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만화가 실키. 그의 첫 책 <나 안 괜찮아>는 출간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가 두 번째 책 <하하하이고>로 돌아왔다. '앞에선 괜찮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지만, 웃음으로 넘길 수만은 없는 일들, 그리고 그 웃음 뒤에 남은 한숨'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이번 책은 나이와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를 사용한 전작과 달리, 개구리와 올챙이, 암탉과 수탉 등 특정 성별과 나이 차이를 드러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쉽지 않은 인간관계,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 비교하는 삶과 비교당하는 삶,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상 등을 실키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위트로 풀어낸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 혹은 위로할 때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간명한 글과 그림만으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한 컷이 주는 위로와 힘을, 실키 작가는 <하하하이고>를 통해 보여준다.

10.302018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지은이),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신호를 줄게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실은 내 안에 고여있음을 알아차리는 바로 그 순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희영과 소영과 한영으로 이루어진 친구 '희소한 영자매'. 즐거운 시절은 이제 지나갔음을 안다.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그들은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면서도 여전히 이 관계를 지키고 싶은 스스로를 알아채게 된다. 같지 않지만 배려로 이어지는 관계들의 느슨한 따뜻함. (<규카쓰를 먹을래> 中) SNS 계정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화사한 아침을 지켜보며 프레임의 '잘려나간 어느 편에서는 울고 나서 맞는 아침은 아닐지' 생각해보는 일.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사랑, 우정, 청춘, 노동, 연대 같은 것들이 소설의 모습으로 스쳐지나가고,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는 시간도 틀림없이 함께 지나간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의 작품을 통해 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건네던 김금희가 돌아왔다. "나는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기만은 그 비워둠을 양해하고 싶었다.", "좀 더 식은 마음의 상태가 되어 그 사랑에 대해 음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싶으면서도." 같은 섬세하고 적확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열아홉 편의 짧은 소설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마음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보아야 할 그 시점이라고.

  •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창비 | 2018년 10월 "세상을 바꾸려면 정확한 이름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상대가 분명 잘못했고 내 기분은 엉망진창인데, 이걸 말로 설명하려면 구차해지는 기분이라 대강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 상황이 반복될수록 문제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다 이 문제를 나만 경험하는 게 아니었고, 게다가 이 문제를 문제로 지칭하는 말이 있고, 드디어 그 말을 쓰는 순간 문제를 해결할 방향이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세상을 바꿀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멋진 경험을 선사한 말은 바로 '맨스플레인'이고, 그 말을 엄밀하고, 정확하고, 명료한 글로 전한 이가 바로 리베카 솔닛이다. 전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도 그러했듯, 이번 책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역시 제목을 보자마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두고 글을 썼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의미와 맥락이 바로 전달된다. 이름을 두고 다투다 보면 때로는 부질없다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핵심적인 작업"이니,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물러서지 않고 희망을 현실로 바꿔나가야겠다.

  • 수미네 반찬
    김수미, 여경래, 최현석, 미카엘 아쉬미노프, tvN 제작부 (지은이) | 성안당 | 2018년 10월 "집밥, 잘 먹겠습니다! "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색다른 요리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 출간됐다. 주인장 김수미의 레시피뿐만 아니라 같이 참여한 셰프들의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담아 소장 가치를 더했다. 우리네 엄마들처럼 대부분은 계량 없이 진행된 김수미 표 레시피를 한식 전문가가 보완 및 정량화시켜 요리 초보들도 동일한 맛을 낼 수 있게 했다. 책에는 김수미의 음식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따뜻한 에세이도 실려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맛보고 싶다는, 그리고 한 번 먹은 사람은 잊지 못한다는 김수미 표 손맛은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집밥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배달 음식과 편의점 도시락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가 몰려올 때 생각나는 집밥은 사실 비싸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것들이다. <수미네 반찬>을 펴고 오늘은 그런 음식을 밥상에 올려보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며 절로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가 나오도록.

  •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엄마 '복희'와 딸 '슬아'에 관한 다정한 기록들"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누드모델의 직업을 거쳐 지금은 연재 노동자로 살고 있는 이슬아 작가.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나가기 위해 <일간 이슬아>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2018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는 SNS 상에서 모집한 독자 대상으로 한 달 치 구독료 만 원에 매일 한 편의 수필을 전송하는 메일링 서비스다.

    파격적인 연재 <일간 이슬아>로 화제가 된, 작가 이슬아가 처음으로 낸 만화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1960년대생 엄마 '복희'와 1990년대생 딸 '슬아'에 관한 다정한 기록이다. '복희'가 태어나 엄마가 되기까지, '슬아'가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둘이 함께 혹은 따로 보내온 지난 시간들을 딸의 시선에서 만화와 에세이로 담백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책은 '나를 낳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쓰인 책'이라고 밝힌다. 1940년대생 나의 엄마 '명자'와 1980년생 딸인 내가 통과해온 이해와 오해의 시간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