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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017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은이) | 난다 | 2017년 7월 "시인 박준, 시 같은 그의 첫 산문집"

    시인 박준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만큼이나 긴 제목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오랜 준비 끝에 내놓았다.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제목과 이목구비 없는 연인의 묘한 표지 그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책은, '시인 박준', '박준이라는 사람'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산문처럼 펼쳐 보인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이긴 하나, 마음 가는 대로 그 어딜 펴서 읽어도 무방하다.

    시인은 지난 기억의 장면들을 하나둘 꺼내 차분한 호흡과 섬세하고 담백한 언어로 민낯과도 같은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해 들려준다. 그를 통과한 죽음, 가난, 관계, 사랑, 이별의 글들은 자주 울고 웃게 만들면서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시인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인과 같이 울고 나면 조금 힘이 날지도 모르겠다.

  • 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은이), 김해용 (옮긴이) | 예담 | 2017년 6월 "여름, 교토, 괴담"

    2017년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의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작 소설집. 대표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상징하듯 그는 주로 교토를 배경으로 복고적이고 귀여운(많은 이들이 지브리 스튜디오를 떠올린다) 상상력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대표적인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지리적/장르적 세계관을 꾸준히 확장해 왔는데, 이번 <야행>에서도 모리미 토미히코의 세계가 더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무려 괴담집이다.

    이야기는 같은 학원을 다니며 친해졌던 수강생들이 10년 뒤 다시 만나면서 시작된다. 교토에서 열리는 불놀이 축제를 오랜만에 함께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약속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과 똑같은 멤버로 모인 그들 중에 딱 한 명만이 다시 오지 못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예전에 지금 이 멤버들과 이 행사를 함께 보러 왔다가 갑자기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 사람은 계속 실종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오랜만에 모인 나머지 멤버들은 그간 이상한 일들을 한 가지 이상 겪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 나도나도' 하면서 나름의 '직접 겪은 괴담'을 펼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괴담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예기치 못했던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이 점점 그들을, 그들의 과거를 휘어감는다.

    모리미 토미히코는 이번 괴담집을 통해 자신의 재능이 더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확실히 재미있는 책으로, 특히 여름의 교토라는 매력적인 시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도 기묘한 이야기들은 피서용 독서를 위한 선택에 딱 어울린다 하겠다.

  • 행복을 풀다
    모 가댓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6월 "절망 속에서 찾아낸 희망의 공식"

    주위에서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을 보면 행복이 문제긴 문제다. 행복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기도 하다. 반면 누군가에게 행복은 풀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일 뿐이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모 가댓이다. 구글 자회사 'X'의 지휘자로 잘나가던 그가 이 책을 쓰기 전 의료사고로 자식을 잃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그는 차분함을 유지하며 논리적으로 행복의 정답을 향해 나아간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잊지도, 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이제야 비로소 행복해질 방법을 발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일류 공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공학자다운 분석적 사고로 문제 풀이를 시도한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답을 구할 수 없다. 그는 먼저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행복보다 불행을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유를 면밀하게 살핀다. 그리고 행복을 불행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뇌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이 부정적인 성향을 띠게 마련인데,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결국 행복은 우리가 현재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과거를 기억해 내는 방식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우리를 불행 없는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설명서이자 우리 모두가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풀어쓴 아름다운 증명식이다.

  •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라즈 라후나탄 (지은이), 문희경 (옮긴이) | 더퀘스트 | 2017년 6월 "오늘의 행복, 공부보다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행복하다.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텐데, 굳이 누군가 왜 행복한지 묻기 시작했다. 물음이 나오자 갖가지 답이 쏟아졌고, 이제는 행복해지려면 수십 수백 가지 조건을 갖춘 후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누구도 쉽사리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은 이 비극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행복을 향하는 새로운 탐구가 시작된다.

    마케팅 분야를 연구하던 라즈 라후나탄은 사람들이 어른일 때보다 아이일 때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궁금했다. 성장하며 무엇을 잃었기에, 아니면 무엇을 새로 알아버렸기에 행복을 놓치며 나이를 먹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묻고 답을 찾기 시작했다. 행복한 상황과 상태를 즐기기보다는 (누가 정하고 내가 언제 동의했는지도 모를) 행복의 조건에 부합하려 애쓰며 놓치는 것들을 찾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에서 멀어지던 습관이 드러나고, 이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회복하는 방법이 정리된다. 이제 괴로워지는 고민과 한숨은 잠시 거두고, 행복해지는 움직임과 연습을 시작해보자.

7.72017
  •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그레그 제너 (지은이), 서정아 (옮긴이)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오늘 하루도 이렇다면, 인류는 망한 거 아닐까?"

    스마트폰 덕분에 세상이 바뀌었고, 이미 왔는지 앞으로 올지 모를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게 바뀔 거라 떠들썩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인간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밥을 챙겨먹고 일이나 공부로 낮 시간을 보내며, 그 와중에 친구와 수다도 떨고 차도 나누며 해가 지면 가볍게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집에 돌아와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워 다음 날 일어날 시간을 맞추고 잠에 드는 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수천, 수만 년의 세월이 응축된 결과가 오늘 하루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렇다면, 인류는 흥한 걸까, 망한 걸까.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 그레그 제너는 눈앞에 닥친 하루를 살아가느라 긴 안목으로 시대와 역사를 바라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당신의 하루를 눈여겨보며 각각의 상황과 장면을 추적해보면,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일들 속에서 살아남은 오늘 하루의 귀한 모습을, 지금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과거 인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의 평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파라오의 속옷과 로마의 쓰레기통에서부터 고고하게 이어온 소소한 일상에서, 비록 망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흥했다고 믿으며, 더 흥할 날을 기대하는 인류의 소박한 희망을 확인하고 곧 다가올 미래를 점칠 수 있겠다.

  • 돈의 힘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은이), 도지영 (옮긴이) | 위너스북 | 2017년 6월 "돈에 대한 세상 모든 심리 실험"

    우리는 왜 돈에 얽매일까. 돈이 없으면 밥도 못 먹고, 영화도 볼 수 없으며, 여행은 갈 엄두도 못 내니까?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진실에 가깝다. 그러나 돈이 삶의 수단이라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돈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당장 카메라나 자동차를 살 것도 아닌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들뜨는 이유, 돈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월급이 통장에 들어왔다는 알림만 받아도 기분이 좋은 이유, 즉 우리가 돈 그 자체를 원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영국심리학회 도서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 책에서 돈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간다.

    경제학자들이 찬양하는 인센티브는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 왜 우리는 돈을 아끼려고 하다가도 어떨 때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갈리는 지점은 어디일까? 왜 우리는 지난주에 쓴 돈을 실제보다 적게 기억하고, 다음 주에 쓸 돈 역시 적게 잡는 것일까? 책은 심리학자들의 오랜 관찰과 실험 결과에서 그 답을 구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절약과 소비의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물건 대신 경험을 소비하고, 저축은 지금 당장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 로또를 사는 것도 저축을 미루는 것도 다 돈에 대한 환상과 착각 때문이었다.

  • 삼성 독재
    이종보 (지은이) | 빨간소금 | 2017년 6월 "한국사회는 삼성의 식민지로 남을 것인가"

    삼성왕국부터 삼성공화국까지, 삼성을 수식하는 표현은 극과 극을 넘나든다.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넓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깊이 뿌리 내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삼성권력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과거에는 정경유착이라 하여 정치와 경제가 겉으로나마 분리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한 몸이 되어 서로의 나쁜 모습을 빼다 박았으니, 삼성이 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대한민국 역시 공화국이 아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물론 과격하고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살펴보자. 흔히 한국사회의 발전을 민주화와 경제화라 정리한다. 기업으로서 삼성의 경영 실적을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을 테니,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삼성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할 텐데, 독재정권과의 결탁부터 민주정권과의 동맹까지 지난 80년 삼성권력의 흐름을 짚어보면, 삼성은 어떤 변화에도 무관하게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해온 '정치적 기업'이라는 걸 알 수 있고, 그렇기에 문제의 해결 역시 '자본독재에 맞서는 시민의 정치'에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그저 삼성권력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를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자는 제언이니, 국가와 사회가 기업의 식민지로 남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 바로 펼쳐봐야 할 책이다.

  • 공감 씨는 힘이 세!
    김성은 (지은이), 강은옥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6월 "공감 능력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면 내 마음도 아픈 것, 친구가 얼마나 슬플까 걱정되는 것. 공감은 참 좋은 것이다.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힘이 난다. 맞장구 쳐주는 친구가 있을 땐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고, 누군가의 칭찬과 위로 한 마디는 일상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말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누구나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 '공감 잘하는 어린이'가 되는 방법을 이 그림책에서 배울 수 있다.

    아직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서툰 아이들에게 공감의 필요성부터 충분히 이해시킨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훈련의 시작. 마음으로 느끼기, 말로 표현하기, 몸짓으로 표현하기,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주기. 책에서 '공감 연습'이라 부르는 상황극을 하나하나 따라하다 보면 공감이란 결코 어렵지 않고 보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타고난 공감 능력 외에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감 능력이란 게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누구든지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공감이란 함께 느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이 책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7.112017
  •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피터 갤리슨 (지은이), 김재영, 이희은 (옮긴이) | 동아시아 | 2017년 7월 "드디어 시간과 공간이 한데 모이는 순간"

    근대의 매력은 표준이다. 제국주의가 팽창하며 이전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욕망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목적을 달성했고, 그 결과 오늘날 세계는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기반으로 소통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결과이자 상황이지만, 당대에 기준을 마련하는 이들에게는 기술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이자, 철학적인 문제로, 그야말로 세계 그리고 세계관을 재편하는 골치 아픈 과제였다.

    해결의 주인공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 두 천재였다. 손꼽히는 과학사 연구자 피터 갤리슨은, 천재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진 직업인으로서의 두 사람, 그러니까 특허국 직원으로 철도와 시계 관련 특허를 숱하게 관리한 아인슈타인 그리고 경도국 책임자로 지도 위에 위치와 시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푸앵카레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시간 동기화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 저마다 해결책을 내놓고 경쟁하며 방향을 조정하고 답안에 이르는 과정에서, 과학이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와 우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놀라운 솜씨를 뽐낸다. 추상과 구체가 이보다 드라마틱하게 마주한 장면은 없었을 테고, 과학과 역사를 이보다 활기차게 그려낸 책도 찾아보기 힘들 성싶다.

  •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현대문학 | 2017년 6월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재가한 어머니도 돌아가시면서 집안과 자연스럽게 연을 끊고 지내 온 38세의 수의사 데시마. 어느 날 그에게 전화를 한 여자는 한참 전에 연락이 끊겼던 이복동생의 부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남편, 즉 이복동생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데시마는 동생과 애초에 친하지도 않았고 연락마저 끊긴 지 오래인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그녀의 요청을 이해할 수 없지만, 워낙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해 사건 해결을 돕기로 한다. 그러나 이 실종 사건은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다.

    한때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성이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제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이용하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지향하고 있다. <위험한 비너스>에서도 최근 그의 특징을 잘 찾아볼 수 있다. 실종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난맥상으로 얽힌 일본 사회에 대한 시선, 등장인물들간의 소소한 로맨스, SF적인 상상력과 과학 이론의 삽입 등 다양한 소재들이 휴머니즘적인 드라마 속에 모두 배치돼 있다. 특정 장르의 팬들은 순도 높은 장르 소설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작들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소재들을 열심히 조립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다. 이것저것 다 있는 백화점 엔터테인먼트다. 거두절미하고 여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라 하겠다.

  • 예언
    김진명 (지은이) | 새움 | 2017년 7월 "김진명의 눈, 80년대로 향하다 "

    1983년 대한항공 007기가 소련에 의해 피격되었다. 269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할린 근해에서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했다. 이 역사적 사건을 두고 소설적 상상력을 더했다.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단 둘이 자란 남매 지민과 지현의 삶이 이 여객기의 격추와 불운한 연을 맺는다. 숨가쁜 국제 정치의 흐름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개인의 분투가 바쁘게 이어진다. 김진명 소설 특유의 흡인력이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게 한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여객기 격추 사건이 공산주의 붕괴의 단초가 되었다. 두 초강대국 미·소의 냉전이 여전하고, 소련을 종주로 한 공산주의가 굳건하던 시절, 소련은 곧 멸망한다는 예언이 이루어지기까지, 이야기는 과거를 들여다 보며 미래를 향한다.

  •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과학 100가지
    알렉스 프리스, 미나 레이시, 제롬 마틴, 조너선 멜모스 (지은이), 조지 마틴, 페데리코 마리아니 (그림), 최새미 (옮긴이), 로저 트렌드 (감수)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6월 "개념부터 최신 이슈까지, 초등 과학 토픽 100"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모든 식물과 동물의 50퍼센트가 100년 안에 사라진다. 빛은 시속 10억 8,00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 인간의 뇌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기억은 변형될 수밖에 없다. 미래에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우주 비행사들을 궤도에 올려 줄 것이다. 교과서 과학부터 첨단 과학까지, 초등학생을 위한 100가지 과학 토픽을 선정해 한 권에 담았다. 4명의 작가가 100개의 주제를 골라 원고를 작성하고, 4명의 디자이너가 페이지를 구성했다. 2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6명의 전문가는 모든 과학적 사실의 정확도를 검증했다.

    감각적인 디자인, 총천연색 그래픽과 편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비주얼 과학 백과사전이다. 어려운 개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페이지를 치밀하게 설계해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아직 과학자들이 할 일은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책이다. 그동안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앞으로의 생존에 꼭 필요한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자.

7.142017
  • 기사단장 죽이기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홍은주 (옮긴이) | 문학동네 | 2017년 7월 "선생님의 전성기는 언제입니까"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그 그림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온 뒤, '나'를 둘러싸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내가 사라진 뒤 혼자 남은 남자가 이런저런 일을 계기로 신비한 세계와 연결되는 설정은 무척 하루키답다. 아마 이러한 내용과 가장 닮아 있는 작품은 <태엽 감는 새>일 것이다. <태엽 감는 새>는 야망에 가득한 작품이었고, 그 야망에 걸맞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들이 작품을 장악하고 있었다. 해설집이 따로 출간될 정도였다. 그 야심이 하루키 본인에게 얼마나 흡족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해변의 카프카> 등을 내던 시절 이후 그가 내놓은 소설들이 상대적으로 힘을 뺀 것처럼 보였던 건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21세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드디어 <기사단장 죽이기>가 등장했다.

    여러 면에서 <태엽 감는 새>를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그러나 그보다 더 읽기 편하고 느긋하다. 전체적으로 느긋한 이 템포는 그가 21세기에 발표한 소설들과 닮아 있다. 하루키는 아직도 자신이 써 온 작품들의 장점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 이번 결과물은 재미있었다. 그간의 하루키가 요리조리 조립되었다.독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사단장 죽이기>는 그가 21세기에 발표한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는 소설인 듯하다.

  • 극한의 경험
    유발 하라리 (지은이), 김희주 (옮긴이)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7년 7월 "인류는 전쟁에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서 장쾌한 서사로 인류 역사 전체를 조망하며, 스스로 신이 되려는 인류의 오늘과 곧 맞닥뜨릴 미래를 펼쳐낸 유발 하라리. 그는 2002년 중세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앞서 언급한 두 저작보다 훨씬 앞선 2008년에 이 책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쟁은 인류 스스로 선택하여 의지로 행하는 ‘극한의 경험’인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끝나지 않을 전쟁을 반복하는 것인지, 생명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죽을 각오로 전쟁을 펼치는 인류의 변명과 이유에 귀 기울여보자.

    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하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무언가 심오한 것을 깨닫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백 년에 걸쳐 전쟁에 참여한 이들이 남긴 문헌을 훓으며, 이들이 전쟁을 어떻게 감각하고 이해하고 회고했는지를 살펴보니, 지난 3, 400년 사이에 전쟁을 겪는 방식이 급격하게 달라졌다는 분석에 이르렀고, 그 변화의 내용과 원인, 영향을 들여다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 경험과 전쟁 해석이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로 변모하는 인류의 역사와 어떻게 조우할지, 목숨이 달린 '극한의 경험'이라 더욱 긴장되고 궁금하다.

  • 오늘은 잘 모르겠어
    심보선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삶이 그저 슬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심보선이 돌아왔다. 일찍이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쯤 되는 시간을 말했던 그 감각으로, 내리막에 선 세계를 바라본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이 시점, "어제까지는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 오늘은 잘 모르겠어" (<오늘은 잘 모르겠어> 中)라는 인식 속.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 언어로 지은 유예의 공간'에서 슬픔을 곱씹는다.

    "시를 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 사랑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 내 대신 죽어간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축복은 무엇일까> 中) "우리는 큰 것과 작은 것 사이 / 이를테면 시대와 작업대 사이 /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길을 잇고 길을 잃어요."라고 (<예술가들> 中)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말한다. 이별과 자살과 죽음 사이, 몰락하는 것들에 관해 적고 있는 시를 읽으면서도 마음은 젖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꼭 끌어안는다 / 사랑해서가 아니라 / 조금이라도 덜 젖기 위해서" (<오늘의 야구> 中) 같은 문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잘 모른다. 그러므로 슬픔들이 지나가는 길에 서서도 다시 꿈을 꿀 수 있다.

  • 달빛 마신 소녀
    켈리 반힐 (지은이), 홍한별 (옮긴이) | 양철북 | 2017년 7월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숲에 버려진 아기를 구한 마녀가 아기에게 달빛을 먹여 자신과 같은 마녀로 만든 화려한 판타지. -「피플」" 해마다 최고의 어린이 책에 수여되는 뉴베리 메달이 2017년 <달빛 마신 소녀>에게 돌아갔다. 슬픔의 도시 또는 고양이꼬리 왕국이라고 불리는 보호령 사람들은 매년 돌아오는 희생제 날, 가장 어린 갓난 아기를 마녀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 짐승들의 먹이가 될 뻔한 아이의 목숨을 살린 건 바로 위대하고 강력한 마법사 잰으로, 그녀는 기꺼이 아기의 보호자가 되어 자신의 운명을 대물림하게 된다.

    위험한 숲과 무지막지하게 큰 습지, 그 사이에 끼어 사는 보호령 사람들은 모두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최상위 계층의 기득권을 공고히 지키려는 자, 부당한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자, 그 중심에서 보호령 사람들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마법 소녀 루나. 조작된 믿음을 부수고,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이야기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숲 속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꿈처럼 아름답고 기묘한 판타지. 고이 간직하고픈 시적인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걸출한 재능을 가진 작가와 동시대를 사는 행운을 또 한번 만끽한다.

7.182017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오생근, 조연정 (엮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1978-2017,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시작한 문지 시인선이 500번째 책을 엮었다. 초판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시집 85권을 선정하여, 해당 시집의 저자인 65명의 시인마다 각 2편씩의 대표작을 골라 총 130편을 한데 묶었다.

    이 시집이 호명하는 시들은 항상 우리의 삶에 있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를 분절하던 최승자. (<삼십세> 中)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라며 긴 이야기를 시작하던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中)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라고 도저한 슬픔을 묘사한 문태준. (<가재미> 中) 편집을 맡은 조연정의 발문대로 '이 시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이 구원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러한 믿음이 거꾸로 이 시들을 살게 한 것도 사실이다.' 시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이 한 권의 책이 기념한다.

  • 공부 공부
    엄기호 (지은이) | 따비 | 2017년 7월 "공부는 넘쳐나는데, 왜 공부는 발견되지 않는가"

    공부가 넘쳐난다. 공부의 방법, 공부의 시간, 공부의 장소 등 어느 조건을 따져봐도 어느 때보다 공부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부가 부족하다는 하소연, 공부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틈이 없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쉬지 않고 공부하는데 왜 우리는 무기력과 무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다시 공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 앞서 언급한 공부의 조건 가운데 미처 공부하지 못한 무엇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과 성찰이 시작된다.

    엄기호는 ‘공부의 기쁨’에 주목한다. 한계, 능수능란함, 자유, 탁월함, 멋짐, 향유처럼 언뜻 보면 공부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초대해 무려 공부의 기쁨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자유와 그 자유가 가능하도록 도모하는 사회의 가능성을 재차 설득한다. 물론 이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테고, 우리는 여전히 그 방법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확실히 알 뿐이다. 다행히 그간 인류의 공부가 찾아온 해법을 살펴볼 수는 있겠다. 민주주의, 협력, 신뢰, 존엄, 환대, 연대, 사회. 이 말들과 지금 넘쳐나는 공부는 얼마나 어울릴까. 이 어색한 조합에서 연결점과 참조점을 찾아내는 공부가 공부의 새로운 쓸모와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공부에 바빠 공부를 잃은 이들에게, 모쪼록 공부를 공부하는 성찰의 기회가 발견되길 바랄 따름이다.

  •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은이), 이수영 (옮긴이)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악마가 너의 계획을 알기 전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부부 잭과 그레이스. 남편 잭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영화배우와 같은 외모까지 갖춘 근사한 남자다. 그레이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동생까지 사랑해주는 잭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그녀는 괴물 같은 그의 손길이 사랑하는 동생 밀리에게 닿기 전에 이 악몽을 끝내려 한다. 닫힌 문 뒤에서,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처절한 심리 싸움이 시작된다...

    <비하인드 도어>는 소위 '적과의 동침' 스타일의 스릴러다. 그레이스는 완벽한 남자일 줄 알았던 남편이 인간을 파멸시키기를 즐기는 악마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지만, 단순히 이혼을 하고 갈라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편 잭의 '완벽함'은 그야말로 주도면밀해서 그레이스는 이 지옥같은 가족 바깥에 있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최근의 심리 스릴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들에 의해 멍든 여성들의 영혼을 주로 그리고 있는데, <비하인드 도어>도 처음에는 그러한 추세를 따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잭과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 소설은 예기치 못했던 열기를 띤다. 그레이스는 완벽하게 주도면밀한 악마를 꺾기 위해 그보다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실행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긴장감도 커져만 간다. 이런 면에서<비하인드 도어>는 최근의 심리 스릴러들이 보여주는 경향과 1980-90년대 시드니 셸던 풍의 스릴러를 적절히 조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B. A. 패리스의 야심찬 조합이 얼마만큼 성공적인지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 코드네임 X
    강경수 (지은이) | 시공주니어 | 2017년 7월 "세계 평화는 엄마랑 내가 지킨다!"

    우리 엄마가 내 나이 때 세계 안보를 좌우하는 전설적인 첩보원이었다면?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란 존재는 미스터리하다. 엄마는 엄청난 양의 일을 처리하며 무슨 일이든 똑부러지게 잘한다. 소녀 시절에 특수 훈련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모든 걸 완벽히 해낼 수 있나? <코드네임 X>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스케이트 보드와 랩 연습에 매진하던 11살 소년이 과거로 돌아가 자기 또래의 소녀인 엄마와 파트너가 된다. 세계 평화를 위해 비밀리에 첩보 활동을 하는 정부 기관, MSG의 첩보원으로 발탁된 것! 두 사람에게 주어진 첫 번째는 미션은 다음과 같다. 첩보국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극악무도한 악당, 불독 국장님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범인을 검거하라!

    맛깔나는 이야기 솜씨에 그림까지 잘 그리는 팔방미인,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강경수'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쓴 본격 판타지 첩보 액션물이다. 다 큰 어른이지만 아직도 초등학생 남자아이처럼 장난기 많을 것 같은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책이다. 그 신나고 흥분되는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만화책 같기도 하고 동화책 같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스토리에 어이 없을 정도로 독특한 유머감각. 어라? 이 즐거움 왠지 낯설지가 않다. <나무 집>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막강한 재미를 보장한단 말이다. 엄마와 아들,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는 특별한 관계에 대한 묘사도 가슴 찡하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코드네임 X의 활약이 다음 편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점!

7.212017
  • E. H. 카 러시아 혁명
    에드워드 H. 카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 이데아 | 2017년 7월 "100년 전 러시아 혁명을 돌아보는 까닭"

    러시아 혁명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긴 세월 탓인지 현실 정치에서의 몰락 때문인지, 오늘날 혁명의 유산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E. H. 카는 “프랑스 혁명이 그렇듯이, 러시아 혁명도 한쪽에서는 인류를 과거의 억압에서 해방시킨 이정표로 찬양받고, 다른 쪽에서는 범죄이자 재앙으로 비난받는 식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서 양 극단의 평가을 받을 것”이라 예견했지만, 그 시한마저도 지나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오늘이다.

    그럼에도 E. H. 카의 <러시아 혁명>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하층계급들’이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고’, ‘상층계급들’이 더 이상 옛날 방식을 유지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억압받는 계급들의 고통과 곤궁이 평상시보다 한층 더 극심해질 때”라는 전제가 오늘과 다르지 않고, 표현과 방향, 정도는 다르겠으나, 그럴 때 비로소 "혁명은 일어난다.”는 일말의 기대와 걱정도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터, 어느 쪽에 서든 당대가 어떠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며 다음은 어떠해야 하는지 대비해야 할 텐데, 이 책이야말로 그런 양쪽의 시선 속에서 균형 잡힌 서술로 평가 받아온 저작이기 때문이다.

  • 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은이), 장경덕 (옮긴이)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지금은 더 많은 걸 이해해야 할 때"

    늦어서 고맙다는 말은 여간해서는 하기도 듣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 말을 얼마 전에 들었다. 미팅에 많이 늦어 양해를 구하던 나에게 상대방은 되레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프리드먼에게서 또 듣는다. "늦게 와서 고맙습니다." 약속한 사람이 늦을 때마다 계획에 없던 잠깐의 시간을 갖는 게 기분 좋았다는 그는 우리가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변화의 속도에 압도된 우리 사회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고 기업들은 미래의 생존 전략 찾기에 분주하다. 잘못하다간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프리드먼은 진정할 것을 주문한다. 늦어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었던 사람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좀 늦으면 어때?'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016년을 제4차 산업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했지만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혁명의 시작을 2007년으로 본다. 2008년 금융위기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을 재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 정치적 인식이 미흡하다고 꼬집으며, 이 가속과 혁신의 시대에 필요한 여러 사회적 합의와 장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는 왜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렇다. 프리드먼은 늦었다. 너무 많은 책들이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쌓인 책 더미에서 벗어나 흥분을 잠시 멈추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차례다. 심사숙고는 모든 것이 느렸던 시절의 전유물이 아니며, 아직 아무도 늦지 않았다고 프리드먼은 말한다. 그런 그에게 고마운 책이다. '톰 늦어서 고마워!'

  • 지독한 하루
    남궁인 (지은이) | 문학동네 | 2017년 7월 "지독한 하루 앞에 놓인 한 의사의 필사적인 기록"

    수만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자살자와, 수백 구의 시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일 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의 민낯과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는 사람이다. 한때 자신의 삶을 놓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응급의학과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남궁인 저자는 <만약은 없다>를 통해 현장에서 버텨낸 시간들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여전히 지독한 하루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그는 필사적인 기록의 한 권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낸다.

    그의 첫 산문집처럼, 이 책 역시 단숨에 읽어내기 힘들다. 무차별적인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모멸의 상황, 지속적인 학대로 전신 골절이 된 2개월 아기, 선천적 신경계 질환으로 고통스럽게 짧은 생을 살다간 '설희',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외과전문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까지.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기록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저자는 그런 비극 속에서 건져 올린 의사라는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다짐,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함께 담아냈다.

  • 엔드 오브 왓치
    스티븐 킹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황금가지 | 2017년 7월 "빌 호지스여 안녕히"


    스티븐 킹의 이야기들이 가진 강력한 힘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약점을 드라마틱하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마음 속의 어둠이 터지면 인물들은 공포나 광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약점을 장르 소설에 걸맞는 흥미로운 소재로 각색하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단지 무서운 장면들을 잘 연출해 낼 수 있어서 공포 소설의 거장이 된 게 아니다. 그는 공포가 등장하기 전에 그곳을 향해 가는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구성하는 작가다.

    3부작으로 이번에 마무리되는 빌 호지스 시리즈는 공포 소설은 아니지만, 스티븐 킹 특유의 캐릭터 구성이 여전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티븐 킹은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엔드 오브 왓치>에서 그러한 능력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번에 빌 호지스가 마주하는 상대-물론 예전에 만났던 상대이기는 하지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 자살로 이끈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이 희생자들의 마음이 어떻게 자살 게임에 조응하게 되었는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어둠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꼼꼼히 보여준다. 앞선 두 작품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전면에 나서서 공격과 도주의 합을 주고받았다면, <엔드 오브 왓치>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임을 보여주려는 듯이 조금 더 높은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더 많은, 더 작아진 사람들이 들어 있다. 빌 호지스는 그 작은 사람들 중의 일부가 되어 다시 세계 속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다. <엔드 오브 왓치>는 소설 속의 세계가 독자들의 세계와 작별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지 잘 알고 있다. 스티븐 킹에게 늘 그랬듯 박수를 보낸다.

7.252017
  •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권석천 (지은이) | 창비 | 2017년 7월 "검찰개혁을 잇는 사법부개혁의 반면교사"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검찰개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돌아보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한국현대사를 살펴보면 검찰과 사법부는 정의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의 지팡이 노릇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법에 대한 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비판을 받으며 좌초되곤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을 두고도 기대 반 걱정 반인데, 기대하는 이에게는 ‘진전된 개혁’의 필요성을, 걱정하는 이에게는 ‘온전한 개혁’의 방향을 전하는 시의적절한 제안이 마침 도착했다.

    기자 권석천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필명을 떨치지 전 법조팀장으로 일했다. 판결의 유불리에 따라 충돌과 갈등을 벌이는 정치권, 이런 와중에 정작 중요한 논점과 다양한 의견은 사라져버리는 법원, 이 상황을 그저 '말초적인 기사와 도식적인 해설'로만 전하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언론의 한가운데에서,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고자 고민한 끝에 다다른 곳은 바로 대법원, 그중에서도 이용훈 대법원장과 독수리 5남매 시기였다. 당대의 이상과 직면한 현실은 오늘과 닮았고, 올 9월 시작될 새로운 대법원장의 도전 역시 그곳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을 터, 법조인이든 아니든 한 걸음 내딛기 전에 꼭 살펴봐야 할 개혁담이다.

  •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지은이),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엄마가 꼭 안아 줄게"

    윤여림 작가가 성장해가는 아이에 대한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안녕달 작가가 예의 따뜻함을 가득 담아 그림을 그렸다. 엄마의 몸에서 나온 아가는 까꿍 놀이를 시작으로 점점 엄마 품을 떠나는 연습을 한다. 처음 유치원에 가는 날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떼를 쓰고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는, 어느새 혼자 유치원 버스를 타고 캠프를 떠날 만큼 자랐다. 처음으로 아이와 떨어진 엄마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하루를 견딘다.

    언젠가 아이는 더 멀리 떠나고고 엄마는 오랫동안 혼자 남아 있는 날들이 올테지만, 그래도 괜찮다.신나게 세상을 누비고 지쳐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이를 반갑게 맞아줄 테니까.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날 테니까. 서로를 꼭 안아줄 테니까.

  • 소설의 첫 만남 : 독서력 세트 - 전3권
    공선옥, 성석제, 김중미 (지은이), 이지희, 교은,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공선옥 X 성석제 X 김중미, 소설의 기쁨"

    아직 한 편의 이야기를 소화하는 것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가 찾아왔다.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세 편의 이야기를 독서력 세트로 엮어 소개한다. <나는 죽지 않겠다>의 공선옥, <라일락 피면>의 성석제, <조커와 나>의 김중미의 짧은 이야기를 골라 실어 읽기 좋게 다듬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더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숨기고 연주와 데이트를 하는 민수, 연주의 생일을 앞두고 빨간 코트를 사주기로 한 민수는 고민에 빠진다. (<라면은 멋있다>) 재개발을 앞둔 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아람.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아람이의 다짐은 은은한 빛을 낸다. (<꿈을 지키는 카메라>)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청소년은 완결성 있는 고민을 나누고 기어이 성장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의 첫 만남이, 아직 이야기가 낯선 친구들을 자라게 할 것이다.

  • [세트] 할란 엘리슨 걸작선 세트 - 전3권
    할란 엘리슨 (지은이), 이수현, 신해경 (옮긴이) | 아작 | 2017년 7월 "신이시여, 할란 엘리슨이네."

    20세기의 장르소설을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사람. 중단편만으로 장르소설계의 수많은 상들을 60여 차례나 수상한 작가. 옹졸하고 편협하기로 업계에 드높은 악명을 떨친 괴짜이면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 가차없는 비평가요 독설가이면서 자신이 인정한 작가들에게는 끝없는 애정을 보낸 지원자. 때로는 좋은 의미로, 보통은 나쁜 의미로 그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쑥덕거린다. "오 갓, 할란 엘리슨이네."

    이 전설적인 작가를 만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종종 SF 컴필레이션에서 한 작품씩 만날 수 있었지만, 그걸로는 이 대가의 세계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갈증만 더했다.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뇌리에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이미지들을 몇 장면이고 만들어 낸 지독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할란 엘리슨의 몇몇 작품들은 대단히 잔혹하며 그만큼 냉정하지만, 세 권이나 되는 이 작품집에서는 그의 또다른 면모도 만날 수 있다. 냉소적인 유머들은 물론 심지어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질 때도 있다. 뉴웨이브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작품들과 브래드버리 풍의 전통적인 환상 이야기들이 사이좋게 이웃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종잡을 수 없기로 유명한 할란 엘리슨의 캐릭터는 어쩌면 그의 창작 활동에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정말로 어떤 장르나 세계관에도 구애받지 않는 만능 이야기꾼이다.

7.282017
  •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지은이) | 시공사 | 2017년 7월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삶의 방식"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의 저자이자, 수많은 히트 광고에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 김하나는 '힘을 빼면 삶은 더 경쾌하고 유연해진다'는 사실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해 왔다. 세 번째로 펴낸 책은 유연한 사고방식이 가져다주는 유쾌한 일상에 관한 글과, 하고 싶은 것들에만 집중했던 남미에서의 생활기를 모아 엮은 것이다.

    황현산 저자의 추천글처럼, "어떤 목적도 내비치지 않으면서도 꼬박꼬박 할 말을 다 하고,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으면서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는 글"이 한 권에 단정히 모여 있다. 인생의 크고 작은 것, 중요하고 사소한 것에 관한 이야기들을 김하나식으로 힘을 빼고 담박하게 들려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도 하고, 간지러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주기도 하며 시선과 마음을 오래 붙잡아두는 책이다.

  •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 : 1954~1956
    토베 얀손 (지은이), 김민소 (옮긴이) | 작가정신 | 2017년 7월 "난 그저 감자를 키우고, 꿈을 꾸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토베 얀손이 1954년부터 런던의 '이브닝 뉴스'에 연재한 만화를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올 9월까지 총 6권으로 완간할 계획을 하고 있으며 그 중 첫 선을 보인 1권은 1954년부터 1956년 4월까지 발표한 초기작 일곱 편을 묶었다.

    세상에 나온 지 60년이 지난 만화지만 무민 코믹 스트립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킨다. 평화롭게 살고 싶은 무민 앞에 닥친 시련이 때로는 가혹하지만 가족과 친구와 사랑의 힘으로 무민은 그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은 어느새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 한다. 무민의 이야기가 아직도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우리의 인생과 그렇게 맞닿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 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은이), 한정아 (옮긴이) | 비채 | 2017년 6월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러 소설"

    자살하려는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그가 자살한 이유를 찾을 수 없겠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일이었다. 아내와 딸들을 여행지로 보낸 남자가 자신을 향해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초인종이 울린다. 찾아온 청년은 남자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다. 왜 죽고 싶어했으며 어떻게 자살을 준비해 왔는지. 어떻게 이 모든 걸 알 수 있지? 당황한 남자에게 청년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살하지 말라. 대신에 우리의 일을 도와 달라. 그 일이란 죽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을 죽여 달라는 것이다. 덤으로 죄를 짓고 처벌받지 않은 이들까지 죽일 수 있다면 더 좋고. 임무가 끝나면 우리가 당신을 죽여 주겠다. 그러니 스스로를 죽이지 말라.

    자신의 필체로 쓰여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 쪽지, 자신이 놔 두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의문의 사진. 등장인물의 기억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진행되는 초반부는 영화 '메멘토'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기억에 얽힌 문제는 더 커다란 세계와 엮인 문제였고,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말 그대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복선들이 하나씩 폭발하면서 스토리는 몇 차례 의외의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한다. 소위 말하는 '반전'이 유턴과 비슷하다면 이 소설은 90도나 100도 커브를 몇 차례 선보이면서 앞서 가던 길과는 아예 다른 길을 가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정 장르의 문법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페데리코 아사트의 야심은 독자로 하여금 '아니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질문이 절로 튀어나오도록 만든다. 그래서 이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그보다도 누군가가 마음 속에만 간직해 온 계획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건 어떻게 된 일일까?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독자를 사로잡기 충분할 만큼 영리한 소설이다.

  • 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지은이), 홍성민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마음과 뇌를 쉬게 할 7가지 휴식법"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휴가를 다녀와도 마사지를 받아도 다 그때 뿐이고 심지어 아무 것도 안 해도 피곤한 것은 번아웃 시대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피로를 풀 궁극의 기술이 절실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실한 휴식법이란 없는 것 같다. 이를테면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보충하는 것이 좋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의 의견이 엇갈린다. 어느 쪽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모두 틀렸다고 말한다. 휴식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휴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휴식의 대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일대 의대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가상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 책에 녹여냈다. 저자와 그의 동료 뇌과학자들은 뇌의 피로를 해소하는 것이 휴식의 핵심임을 간파하고, 마인드풀니스가 뇌를 쉬게 하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물론 편안히 앉아 명상이나 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이 책은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인 것이 아닌 과학적인 휴식법으로서의 마인드풀니스를 자세히 소개한다.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위안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인드풀니스 못지않은 최고의 휴식은 역시 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