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마츠 요코, 물건을 고르고 길들이는 즐거움"
손때 묻은 나의 부엌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미식가이자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등 다수의 음식 에세이를 펴낸, 탄탄한 필력의 에세이스트 히라마츠 요코. 집밥의 매력과 일상의 맛 속에 숨겨진 새로움을 이야기해온 그가 이번에는 부엌과 도구로 관심을 옮겨 흥미로운 글을 써내려갔다.
누군가의 은밀한 부엌을 엿본다는 건 꽤 흥미진진한 일이다. 책에는 25년간 사용해온 양철쌀통, 자연스럽게 주름이 매력적인 리넨, 베트남, 베이징, 토스카나, 시칠리아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 등, 다채로운 부엌 살림살이들이 등장한다. 사진의 비중은 높지 않고, 작가다운 섬세한 표현과 감각적인 글에 힘을 실어 물건의 면면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물욕 많은 사람'의 물건을 향한 욕망, 비울 땐 과감하게 비우는 태도, 그리고 물건을 고르고 오랜 시간 길들이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산뜻한 톤으로 담겨 있어 소소한 즐거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집은 비가 새지 않을 정도, 식사는 굶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
리큐利休의 가르침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물건 욕심'은 아무리 눌러도 고개를 벌떡 쳐들고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와 같다. 취향 뚜렷한 사람한테는 천성이나 마찬가지다. 갖고 싶어, 갖고 싶어. 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어. 한번 이런 상념에 사로잡히면 돌이킬 수 없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수영장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어도 오로지 갖고 싶다, 갖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이때의 기분이 또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