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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불행 피하기 기술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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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이 남기고 간 것들 "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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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정미경이 별세했다. 그 후 일 년이 지나고 정미경의 소설 두 권이 함께 독자를 찾았다. 마지막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과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 '책더미 속 박스'에서 '오래 전 출력해놓은 듯한 원고 뭉치'로 발견된 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이 드디어 독자를 만나게 됐다.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떠난 뒤 자신의 성공만을 좇던 연수는 딸 이우와 갈등한다. 이우가 친구 태이를 잃고 방황하자 연수는 섬에 살고 있는 옛 친구 정모에게 이우를 부탁한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을 추진중인 정모. 그런 정모와 함께하며 이우는 슬픈 기억도 '슬픔이란 그릇에 담긴 따뜻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손바닥 안에 삶의 희망을 쥐고 사는 사람들의 간절함'에 관한 이야기. 각 개인의 개별적이고도 유의미한 삶을 치밀하게 들여다보았던 정미경은 <새벽까지 희미하게>에 실린 소설 <못>에 다음와 같은 문장을 썼다. "다음. 다음이란 건 없어." 그러므로 지금, 정미경을 만날 수밖에 없다. - 소설 MD 김효선
발문
그녀의 몸을 삭아내리게 했던 그 소설,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 버린 도화선이 되었던 그 미운 소설을 나는 다시 꺼내어 출판사에 드민다. 대체 이 행위는 무엇일까.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의 문학적 삶의 한 축이나마 연장시키겠다는 집착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더미 속에 던져져 있던 이 원고를 기꺼이 살려내려 한다. 그녀가 떠난 지 일 년이다. 그동안 내가 가장 목마르고 배고팠던 것은 물론 그녀의 체온과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와 바라보는 눈길이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다시는 그녀의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컸다. 그래서 남겨진 그녀의 글 한 쪼가리라도 나는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김병종, <정미경, 서늘한 매혹>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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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해 피해야 할 것들"
불행 피하기 기술
롤프 도벨리 지음, 엘 보초 그림, 유영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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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해 미움 받을 용기를 냈던 우리는 그래도 걱정할 게 너무 많아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익혔다. 그런데 썩 행복하지가 않다. 도대체 행복은 어디 쯤에 와 있는 걸까. 유럽의 지성 롤프 도벨리가 우리의 물음에 답한다. 원제가 '좋은 삶의 기술'인 이 책에서 그는, 국내 번역서의 제목처럼 불행을 피하는 것이 곧 행복의 추구라고 말하고 있다. 행복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인생에 가치 있는 것들만 남겨 두자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처럼 완벽한 인생을 위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좋은 삶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가 준비해 온 도구 상자와 함께라면 말이다.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정신적 도구 상자이자 좋은 삶을 위한 생활 철학서다. 도구는 총 52가지다. 주간 칼럼이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일부러 전작들에 맞췄단다. 덕분에 매주 하나씩 실천해 보기에도 좋다. 차분하게 핵심을 짚어 내는 그의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왜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비롯한 많은 독일인들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각 장마다 수록된 일러스트 역시 52가지다. <스마트한 생각들>에서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전작 <스마트한 선택들>에서 함께한 엘 보초가 이번에도 작업을 맡았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래픽노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책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스위스 베른의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갈 때였다.

이 책의 한 문장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면, 다른 곳에 살았더라면, 다른 집에 살았더라면 혹은 다른 헤어스타일을 했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지 우리는 종종 자문한다. 정말로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초점의 오류를 알고 있기에 그런 효과가 생각보다 더 적다는 것도 알았다. 되도록 거리를 두고 당신의 삶을 바라보라. 그러면 지금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아주 작은 점으로 축소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전체적인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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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 첫번째 단편집"
아메리칸 급행열차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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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출간된 제임스 설터의 첫번째 단편집. 작가 특유의 건조하고 조금은 가혹한 문장들로 사랑과 욕망, 다가오는 죽음 앞에 속수무책인 순간들을 그렸다. 1989년 펜/포크너상 수상작이자 작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단편으로 꼽은 ‘아메리칸 급행열차’는 뉴욕에서 크게 성공한 두 젊은 변호사의 일상을 통해 뒤틀린 욕망과 젊은 날의 치기를 냉혹하게 보여준다. 치명적 사고를 당해 꼼짝 못하고 구조를 기다리는 20분간의 사념을 그린 '20분', 스러져가는 삶의 한복판에 놓인 중년 부부의 심리를 정확하고도 쓸쓸하게 그린 ‘황혼'을 비롯한 11편의 단편들은 각기 다른 인간 군상을 다루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구성으로 흘러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들의 작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휴가지에 들고 간 책을 쓴 작가'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작가, 제임스 설터. 글을 쓰는 데에는 완전한 고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그는 평생 장·단편을 포함해 단 8권의 소설을 썼다. “설터를 읽으면서 글을 진액이 될 때까지 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줌파 라히리의 말처럼, 그의 얼마 안되는 소설과 그 문장들은 졸이고 졸인 마지막 결정체와 같다. 여러 작가로부터 "독서의 강렬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특히 어울리는 작가(수전 손택)" "설터의 글은 진귀하고 놀랍도록 아름답다(존 어빙)" 등의 찬사를 받았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초대에 응하기 전에, 시체처럼 얼굴에 화장을 하고 설터의 식탁으로 가 앉기 전에, 우리는 먼저 각오해야 한다. 우리가 실은 얼마나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인간인지 인정할 각오, 영원하리라 믿었던 것들이 한낱 달리는 기차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각오, 욕망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의 육체가 실은 일 초 일 초 무참히 늙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각오, 현재가 실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라는 것을 받아들일 각오.
- 김숨(소설가)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읽는다는 것은 삶의 보이지 않는 흉터를 보는 일과 같다. 평소엔 화장으로 두껍게 가렸던 깊은 상처를 민낯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용서 없는 조명 아래 드러난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부끄러움과 함께 해방감을 맛본다. 부끄러운 해방감, 괴로운 청량감. 제임스 설터는 우리가 경험하지만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순간들을 장면화해낸다. 과장된 미소처럼 어색한 삶의 순간들이 나의 모습과 겹치며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다. 설터의 소설에는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헛헛하면서도 외롭고 아픈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고립감과 고독감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그의 소설이 주는 위안의 힘이다. 우리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확인하려고 설터의 소설을 읽는지도 모른다.
- 강유정 (문학평론가, 강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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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호기심 충만한 아흔 살 할머니 모모요의 인생"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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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무레 요코의 따뜻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그녀의 외할머니 모모요에 관한 유쾌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담아낸 책이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고 있으면 한없이 행복해지는 그녀의 소설처럼, 이 책 역시 그렇다.

따뜻하고 인자한 할머니와는 거리가 먼, 취향과 자기주장이 분명한 아흔 살의 모모요는 혼자서 여섯 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도쿄에 상경한다. 상경 목적은 다섯 가지, 혼자 호텔 숙박하기,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 가기, 도쿄 돔 견학하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딸이나 손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는 일 없이 "이거 재미있을 것 같네" 하면서 이리저리 열정적으로 뛰어다닌다. 귀엽고 호기심 충만한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행복감이 퍼진다. 파란만장한 세월 속에서도 자존감 있게 살아온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나이 잊고 그녀처럼 씩씩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서게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엄마네 집에 갔더니, 할머니가 다다미 여섯 장짜리 거실에 앙증맞게 앉아 있었다.

저자의 말
나의 외할머니 모모요는, 기쁨도 즐거움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화가 났을 때는 진심으로 화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인격자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은 것은 확실히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노인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정말이지 우리 할머니 모모요처럼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