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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버선발 이야기 틀리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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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5년 만의 신작 소설"
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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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 도시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일상이 그녀가 찾는 공간에 따라 펼쳐진다. 소설은 그녀의 이름을, 이 곳에 정착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에서 장면이 이동하듯, 보도에서 시작해서 사무실로, 서점에서 바다로, 다시 길이었다가 기차로, 일 년의 계절동안 이 도시에서 그녀가 존재하는 46개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이 물리적, 마음 속 공간에서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사색하고 묻는다.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의 최신작이자,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쓴 첫 소설이다. 이미 이탈리아어로 두 편의 산문집을 펴낸 그녀는, 다른 언어로 망명한 이유에 대해 '창작에 있어서 안정감만큼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향 잃은, 길 잃은, 당황한, 어긋난, 표류하는, 혼란스러운, 어지러운, 허둥지둥 대는, 뿌리 뽑힌, 갈팡질팡하는. 이런 단어의 관계 속에 나는 다시 처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사는 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이다."라는 소설 속 문장처럼, 계속해서 이동하고 변화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체성의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한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인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오전에 아침을 먹은 뒤 나는 거리 높다란 담벼락에 기대 있는 작은 대리석 묘비를 지나간다.

추천의 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내가 머무는 곳일까, 내 마음속일까, 사람들일까, 지나간 시간일까.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풍경도, 사람도, 시간도, 내 마음도 내게 머무르지 못하고 어딘가로 가려 한다. 내게 주어진 건 오로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뿐. 우리는 한곳에 머물 때조차도 흔들리며 이동한다. 지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줌파 라히리가 외국어로 쓴 첫 번째 소설은 그런 이동의 기억이다. 모어에서 외국어로, 집에서 길로, 길에서 다시 마음으로 돌아오는 여행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우리가 흘려보냈던 작은 순간들을 다시 찾아내 느끼게 한다. 대부분 외롭지만, 가끔은 온기를 느끼고 가끔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순간의 기억들을. 이 소설은 내가 읽은 줌파 라히리의 글 가운데서도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 최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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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한바탕, 백기완 소설"
버선발 이야기
백기완 지음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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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0년 만에 펴낸 신작. 그의 아버지에게도, 그의 엄마에게도 없었듯 그 역시 이름도 성도 없이 자랐다. 추우나 더우나 발을 벗고 살아 '버선발'로 불리게 된 이의 이야기. 땅 한 줌 없이 머슴살이를 하던 어머니처럼, 그 역시 머슴으로 모진 고생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맨발로 걸어 나간다. 소설은 버선발이 참된 '니나'(민중)을 만나 너도 나도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꿈꾸는 과정을 옛이야기처럼 들려준다.

한자어와 외래어 없는, 순 우리말로만 이루어진 문장이 낯설어 곱씹게 된다.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빈 땅에 콩을 심듯 새겨서 읽어주시면 어떨까요'라는 작가의 말대로 멈추어 읽게 된다. 거짓을 깨트리고, 자유와 희망을 되찾는 여정. 너도나도 일하고, 너도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꿈꾸는 버선발의 희망의 서사가 힘 있게 펼쳐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썰렁하게 빈 밭, 거기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조짚 낟가리 같다고나 할까.

책 속에서
일찍이 버선발은 다섯 살 적부터 제 에미의 잠꼬대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네. '이 우라질 놈의 벌개(잘못된 세상), 한살매(일생) 일을 뼈 빠지게 해도 해도, 밤낮없이 거친 땅을 갈고 또 갈아도 호박 한 포기 심어 먹을 땅 한 줌까지 몽땅 다 뺏어대니 이눔의 이 벌개 따위는 발칵 뒤집어엎어야 해. 암, 뒤집어엎어야 하구말구. 에이, 이 우라질 놈의 벌개' 그러시는 엄마의 잠꼬대에 성이 가시도록 가슴이 아팠던 어린 꼬마는 어더렇게 했는줄 알가서?
어더렇게 하긴, 땅만 보면 '에이 나쁜 놈의 땅덩이 놈 요놈, 네놈이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놈이렷다, 요놈' 하고 땅과 맞닥뜨릴 적마다 그것을 앙짱 짓이기다 보니 따름따름(점점) 땅만 꺼지는 게 아니었다네. 발만 한술 궁굴렀다 하면 돌멩이도 바사지고 바윗돌도 바사지고 되싸게(심지어)는 커다란 흘떼(강물)도 홀랑 날아가버리는 걸 본 버선발은 마침내 알림을 틔웠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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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든 무수한 순간들의 기록"
세월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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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사랑스런 아기가 해변에서 웃고 있는 아이로, 단체 사진 속 안경 쓴 소녀로, 거실에서 아들과 나란히 앉은 어머니로 변모한다. 소녀에게 '미래'란 '빛이 가득한 무한한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미래'는 일과 결혼, 출산이라는 '연장해야 할 경험들의 합'으로 변한다. '장보기, 세탁물 확인,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같은 코앞에 닥친 미래를 위한 끝도 없는 준비' 속에서, 그녀는 더이상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걸었던 이국의 거리와 좋아했던 그림과 책을 떠올리고는 이제 욕망의 대상이 미래가 아닌 '과거'가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다시 삶과 모험을 되찾기 위해 도달한 고독 속에서, 그녀는 '손에 쥐어야 할 다수의 물건들'과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에 의해 자신을 잃지 않도록, 그녀를 형성해 온 수많은 장면들을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최초의 생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으로 소설 속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은 '아니'이지만, 소설의 시점은 '그녀'와 '우리', '사람들'을 오간다. "어떻게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과 사물들, 생각들, 관습들의 변화와 이 여자의 내면의 변화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그렇게 '그녀'가 겪은 사건들에 그 시절 신문 헤드라인, 광고와 브랜드, 영화와 소설 등이 촘촘히 엮여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회고록이 탄생했다. 덤덤히 전해져오는 작가의 가장 내밀한 추억과 다른 시절의 생생한 공기 속에서 '나'를 만든 무수한 순간들은 무엇이었던가, 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게 된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모든 장면들은 사라질 것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마치 이 가족이라는 단위를 위협한다는 듯이, 그녀에게 이제 내면성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듯이, 자주 열어보지 못했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을 더는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이제 프티브루주아가 됐다".
그녀는 내면의 목표를 빗겨나가 그저 어머니로서만 전진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조용하고 편안한 이 삶에 정착하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이 삶을 살아 버리는 것이 두렵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순간에도, 그녀는 일기장에 절대 적혀 있지 않은 모든 것들, 함께 하는 삶, 같은 공간을 나누는 친밀함, 그녀가 수업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집, 둘이서 자는 잠, 아침의 전기면도기 소리, 저녁의 돼지 삼 형제 이야기,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는 일상, 잠시 떨어지면 삼 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리워지는, 그녀가 증오하고 아낀다고 믿는 것들을 ― 사고로 잃는다는 상상만 해도 그녀의 가슴을 옥죄는 모든 것들 ―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는 예전처럼 다음 해 여름의 해변이나 첫 번째 책을 출간하는 작가를 꿈꾸지 않는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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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괜찮아. 자신 있게 하는 거야!"
틀리면 어떡해?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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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일상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김영진 작가의 아홉 번째 이야기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린이의 좌충우돌 품띠따기 대작전이다. 학교에 입학하자 왠지 어려운 시험이 많아진 것 같은 그린이. 받아쓰기 시험은 자신이 없지만, 태권도 승품 시험만큼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하지만 시험 당일, 국기원은 눈물바다가 되고 마는데....

독서 골든벨 1등을 놓치고 풀이 죽었다가도 치킨을 먹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는 그린이, 승품 시험에 혼자 탈락하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아빠와 열심히 연습하고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국기원으로 향하는 그린이의 모습은 아이들 일상 그대로여서 유쾌한 웃음을 준다.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는 세상의 모든 그린이들에게 "틀려도 괜찮아."라는 위로와 "넌 할 수 있어." 라는 응원을 전하는 그림책. -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아빠, 시험 볼 때 내가 관장님으로 변했으면 좋겠어. 관장님은 절대 틀리지 않잖아.
아빠도 태권도장에 있는 관장님 사진 봤지? 나도 관장님처럼 격파도 잘하고 강해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관장님은 태권도 국가대표도 하셨대!”
“와, 대단하시다. 그런데 관장님도 처음 시험 볼 때는 엄청 떨렸을 거야.”
그린이는 아빠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걱정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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