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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의 팬들은 이미 이 소설을 읽기로 결심했을 것이므로, 이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밀빵 햄 샌드위치>는 열린책들에서 앞서 펴낸 찰스 부코스키의 두 편의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역시 '호밀'이 들어간 위대한 성장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물론 그건 (아마도)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 소설 모두 대단히 멋지고 슬픈 성장소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호밀빵 햄 샌드위치>의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의 어린 시절은 거의 부드러움에 가까운 독특한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 친구는 강건한 현실의 벽을 깨 버리거나 훌쩍 뛰어넘거나 '사실은 벽이 아님'을 간파하고 통과해버리는 등의 묘기를 부리지 않는다. 특히 지독하게 편파적인 부모 덕분에 대체로 고난에 가까운 사건들과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헨리 치나스키는, 적어도 겉으로는 거의 동요하지 않고 마치 일과처럼 그 고난들을 받아들인다. 그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약간 삐뚤어지지만 그건 마치 황무지의 나무들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기운 것처럼 보일 뿐이다. 치나스키는 분노하지도 절망하지도 않고 고난의 강풍을 흘려보내며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치나스키는 자신의 삶을 막아선 벽을 따라 옆으로 걸으며 기나긴 일기를 쓴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나아가는 대신에 저물어가는 슬픔. 파멸과 극복을 반복하며 영웅 신화나 그리스 풍의 비극을 재현하는 대신에 그냥 그대로 매일 조금씩 갱신하는 슬픔. 이 귀한 슬픔을 꼭 한 번 만나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