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산문의 정수"
오래 전에 절판된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산문을 가려 뽑고, 새로 쓴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라면을 끓이며>를 펴냈다.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었던 원고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에, 새로운 원고를 읽는 설렘까지 더해졌으니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밥, 돈, 몸, 길, 글 다섯 가지 주제에 따라 5부로 구성된 책에는 가족, 섬, 글쓰기, 고향 등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어 김훈을 이룬 지난 시간들을 엿볼 수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사람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라면, 짜장면, 김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라면을 끓이며'에서는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게 되고, 세월호의 침몰로 돌아오지 못한 유민이 사연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세월호'에서는 가슴을 치게 된다. 또한, 한평생 연필과 지우개로 몸을 밀고 나가듯 집필해왔다는 고백글 '손1'에서는 작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일어난다. 김훈이기에 가능한 명문장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여 머리와 가슴을 울리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의 정수'라 불릴 만하다.
- 에세이 MD 송진경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