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의 정도(正道)"
책을 몇 장만 읽어보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아, 최재천 교수... 괴짜구나...?" 이 책은 그가 저널리스트 안희경과 공부를 주제로 나눈 대화들을 갈무리 한 것이다. 인터뷰 형식의 책인 만큼 대화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오가는데, 최재천의 말들은 어딘가 계속 예상한 지점으로부터 벗어나는 구석이 있다. 공부는 꽉꽉 다지기보단 조금 엉성하게 해야 한다거나, 활발한 토론 수업을 위해서는 주도하는 몇 명의 입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에서 '내가 반대로 읽었나?'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지만 그것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다. 그는 10년 전부터 꼭 쓰리라 다짐했다는 이 책을 통해, 사회적 통념 속의 '공부'와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한다.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서울대 교수를 거쳐 이화여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최재천은 명실상부 공부의 대가다. 그런 그가 보는 현재 한국의 빈틈없이 딱딱한 교육 방식엔 잘못된 지점이 많다. 가깝게 다가온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그는 교육이 달라져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말하며 삶을 탐구하는 방식으로서의 배움을 제안한다. 책에서는 그 자신의 공부 경험과 교육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핵심엔 '우리가 함께 잘 살아남기 위한 방식으로서의 공부'라는 단 하나의 기둥이 있다. 결국 공부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방식이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를 해온 사회에서 그는 조금 괴짜처럼 보이지만, 재난 앞에서의 공생이라는 공부의 새로운 목적 앞에서 사실 그의 말은 논리적인 모범 답안이다. 위태로운 세계 앞에서 최재천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가리킨다.
- 인문 MD 김경영 (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