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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그 사이 광복을 맞았고 한국전쟁이 벌어졌고 21세기가 열렸다. 2019년에 100년 전 3.1운동을 바라보는 마음을 짚어보자니, 오히려 100년 전 그들이 어떤 100년 후를 그리며 엄혹한 시절을 뚫고 소리 높여 만세를 외쳤는지 궁금해진다. 앞장서 이름을 남긴 만세운동의 기획자들뿐 아니라 그들이 나설 수 있도록, 생각과 마음이 전해지도록, 결국에는 함께 나선 전달자와 실행자 들은 어떻게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던질 수 있었던 걸까.
한국현대사 연구자 조한성은 제대로 된 지도부도 없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3.1운동의 원동력을 자발성에서 찾아낸다. 역사책에는 한 줄로도 기록되지 않았고, 100년은커녕 당시에도 이름이 남지 않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을 찾아내 복원하고, 그들의 참여와 항거를 광주학생운동, 건국운동,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 맨 앞에 배치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꿴다.
이 책에는 어떤 3.1운동 책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배포한 보성사의 사무원 인종익, 그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었고 당연한 일이라 나섰다는 배재고보 2학년 김동혁, 이름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그렇지만 마음은 하나였던 만세시위자들. 이들의 이야기가 100년의 시간이 지나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까닭은, 우리가 미처 몰랐으나 사실은 알고 있던 이들이기 때문 아닐까. 독립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지키려 노력하는 오늘의 누군가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