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시간, 사회적 시간, 개별적 시간"
20세기 역사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아날 학파의 중심 인물이자 역사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대표작 <지중해>가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해 20년이 넘는 동안 쓰였으며 1949년에야 비로소 완성되었다. 지리와 사회와 사건과 사람을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는 오늘날 역사의 시선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되었으니, 20세기의 대표적인 역사 고전이자 (불과 20여 년이지만) 21세기 역사 서술의 전범이라 하겠다.
<지중해>는 1, 2,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역사, 그러니까 지리적 시간을 다루는데, 지리를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에 두지 않고 인간과 관계하며 흐르고 변화하는 역사로 이해한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2부에서는 지리적 시간 위에 집단과 집단화의 역사, 그러니까 개인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시간을 더하고, 3부에서는 전통적인 역사의 영역이라 할 사람과 사건, 그러니까 당대인들의 삶을 얹어, 역사의 성격을 다채롭게 서술하는 동시에 총체적인 전체사를 제시한다. 새로운 역사와 역사학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고전이라 하겠다.
- 역사 MD 박태근 (2017.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