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간과 공간이 한데 모이는 순간"
근대의 매력은 표준이다. 제국주의가 팽창하며 이전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욕망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목적을 달성했고, 그 결과 오늘날 세계는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기반으로 소통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결과이자 상황이지만, 당대에 기준을 마련하는 이들에게는 기술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이자, 철학적인 문제로, 그야말로 세계 그리고 세계관을 재편하는 골치 아픈 과제였다.
해결의 주인공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 두 천재였다. 손꼽히는 과학사 연구자 피터 갤리슨은, 천재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진 직업인으로서의 두 사람, 그러니까 특허국 직원으로 철도와 시계 관련 특허를 숱하게 관리한 아인슈타인 그리고 경도국 책임자로 지도 위에 위치와 시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푸앵카레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시간 동기화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 저마다 해결책을 내놓고 경쟁하며 방향을 조정하고 답안에 이르는 과정에서, 과학이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와 우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놀라운 솜씨를 뽐낸다. 추상과 구체가 이보다 드라마틱하게 마주한 장면은 없었을 테고, 과학과 역사를 이보다 활기차게 그려낸 책도 찾아보기 힘들 성싶다.
- 과학 MD 박태근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