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환(Robert Oh)
오토바이를 타고 홀로 질주할 때 느끼는 외로움처럼 삶에서 철저히 혼자라고 의식한 순간에 오히려 주위의 모든 영혼이 귀히 여겨졌다는 오토바이 타는 목사. 그는 50여 개국을 쉴 새 없이 누비며 복음을 전하고 중보 편지를 쓰는 사도 바울 같은 목사이며, 하나님의 음성을 ‘히어링’하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순종’하는 하나님의 예스맨이다.
1998년, 40일 금식을 하며 하나님께 자신을 미국에 있는 한인 이민 2세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외쳤으나 ‘전 세계의 이민2세들을 위해 일하라’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그때부터 오대양 육대주를 다니며 뜨거운 심장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 책에는 그의 특별한 사명과 하나님의 방법으로 채우시고 이루어주시는 놀라운 그의 일상의 기적들이 담겨 있다. 또한 그를 통해 성령님을 만나고 변화된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는 1973년 12세 때 도미(渡美), 버클리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와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현재 영국의 옥스퍼드 선교대학(Oxford Center for Mission Studies, University of Middlesex)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에 있다. 1991년부터 이민 2세를 위한 교회를 개척했고, 2006년에 ‘꿈을 이루는 재단’(Vision to Reality Foundation)을 설립, 선교동원가로 캄보디아를 비롯해 주님이 보내시는 많은 나라와 민족을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저서로 《기도로 이끄는 삶(The Prayer Driven Life)》(Wipf & Stock), 《세계 속의 한국인 2세》, 《21세기의 2세 목회 방향》(신앙과지성사), 《느헤미야 리더십》(두레출판)과 시집 《오토바이 위에서》(신앙과지성사) 등 다수가 있다.
홈페이지 www.pastoroh.org
저자 이메일 PastorBobOh@gmail.com
추천의 글
이 땅에 성령의 새 바람이 필요한 바로 이때에 오석환 목사님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자신이 갱신의 새 바람을 겪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그를 하나님의 사람들을 회복시키시고 새롭게 하시는 데 사용하고 계십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그가 경험한 삶의 기록들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대원_한국예수전도단 설립자, 안디옥국제선교훈련원 원장
오석환 목사님을 생각하면 ‘나그네’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주님이 계신 곳을 너무나 갈망하기에 이 세상을 결코 안식처로 삼을 수 없는 나그네 말입니다. 아브라함처럼 거룩한 음성을 듣고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그의 믿음이 아름답습니다.
김승욱_할렐루야교회 담임목사
대학 선배요 믿음의 동역자인 오석환 목사님은 참 연구 대상입니다. 기타 치며 노래할 때는 다윗 같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는 인디애나 존스(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모험영화의 주인공) 같고, 오대양 육대주를 정신없이 누비면서 복음을 전하고 사방에 편지를 쓸 때는 사도 바울 같은 괴짜 목사님입니다. 사도행전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열정과 유머로 가득 찬 그의 따끈따끈한 인생 기록을 기쁜 마음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홍_새로운교회 담임목사
오석환 목사님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분입니다. 소유보다 자유를 좋아하고, 소유의 넉넉함보다 존재의 넉넉함을 추구하는 분입니다. 철학을 전공한 탁월한 지성을 소유했지만 날마다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영성의 사람입니다. 풍부한 감성으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또한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선교사이며, 선교지에서 지도자를 키우는 교육가입니다. 이 책은 성령께서 저자를 사용하셔서 수많은 영혼을 치유하고 회복시키신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성령님의 음성 듣기를 갈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사역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강준민_LA 새생명비전교회 담임목사
간증의 생명은 ‘오늘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살아 계신 예수를 날마다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가 우리를 살립니다. 오석환 목사의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함으로 이루어진 귀한 열매입니다.
박원철 목사_GAP(Global Assistance Partners) 미주 서부지역 디렉터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해 살아온 이의 감동적인 산 간증입니다. 이 책을 통해 주님께서 오석환 목사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큰 격려와 도전을 주실 것입니다.
최일식 목사_KimNet(세계선교동역네트워크) 상임대표
이 책은 응답에만 쏠려 있는 신앙의 잘못된 초점을 바로잡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함으로 건강하고 복된 삶을 살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 또한 저자의 깊고 철저한 말씀 연구와 삶을 통해 건져올린 살아 있는 영적 안내서입니다.
마원석 목사_옥스퍼드 선교대학(Oxford Center for Mission Studies) 학장
오늘도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성령님을 히어링하고 순종하는 삶의 충만함과 한 편의 생생한 성령의 드라마를 보는 감동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황인철_뉴욕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오석환 목사님은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치는 독특하신 분입니다. 또한 하나님을 보는 높은 눈, 말씀을 보는 깊은 눈,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을 가진 귀한 주의 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하나님의 눈을 갖는 귀한 은혜가 있길 기도합니다.
정민용_커버넌트 펠로우십교회 담임목사
제 믿음의 동역자인 오석환 목사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성령님께 순종하는 분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도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신실한 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노창수_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
프롤로그
바람
바람아
바람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니
바람의 시작은 끝을 알고
바람의 끝은 시작을 알 터인데
바람은 겸손하게 순종하며
다락방엔 강하게
오늘 나에겐
솔솔 미풍이 되어 다가온다
바람아
바람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니
그분 손잡고…
성령님의 역사는 바람의 역사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인도하고 이끄신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잔잔한 바람과 같은 성령님의 음성 듣기(히어링, hearing)로 시작되었다.
나는 1973년, 12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40년을 살았다. 그중 20년은 이민 2세를 위한 교회 개척으로 주님께 바치고, 그 이후는 캄보디아 선교 동원가로 살았다. 그래서 미국 LA의 집에는 일 년에 3개월 정도만 머문다.
어느 날 아침, 큐티를 하며 읽은 《하나님의 대사》에 큰 은혜를 받은 나는 아내에게 “여보, 나도 규장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그동안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좀 나누어야겠어”라고 말했다.
아내는 결혼생활 30년 동안 내게서 엉뚱한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별로 놀라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주님이 시키시면 하세요. 당신의 생각이면 하지 말고….”
나도 속으로는 ‘내가 또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며 지나가려고 했으나 주님이 주신 마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한국에 있는 한홍 목사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 목사님은 버클리대학과 풀러신학대학원 후배이기에 편하게 연락을 하고 지냈다. 그가 규장을 통해 책을 낸 것을 알았기에 연결을 부탁했다.
내가 오랜 시간 주님을 따르며 알게 된 것 중의 하나가 ‘기다리면 기다린 만큼 순종하기가 더 힘들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교사들에게 ‘아샤의 원리’(ASAYH, As Soon As You Hear)를 가르친다. 주님의 음성을 듣는 순간 바로 순종하는 것이다.
몇 주 후, 한국에 도착해서 출판사를 찾아갔다. 감사하게도 처음 뵙는 여진구 대표님이 오래전의 친구를 만나듯 반겨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님의 대사》를 편집했던 실장님이 두 달 전에 목사님의 약력을 보여주며 책의 출간을 제안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홍 목사님이 시무하는 새로운교회에서 간증했던 것을 인터넷에서 보고 편집팀에게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리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이메일로 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주님의 음성을 듣고 ‘괜히 엉뚱한 생각을 했다’라고 여겨 순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말 규장출판사도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운영하는 예수님표 회사인 것 같았다. 출판사 건물의 옥상에 있는 아담한 기도실에서 여 대표님과 무릎을 꿇고 중보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지금도 성령님은 우리에게 끝없이 말씀하고 계신다. 문제는 ‘우리가 그분의 음성을 듣고(히어링) 있는가, 그 음성에 바로 순종하고 있는가’이다. 우리의 ‘신앙’이라는 열차가 성령님의 사역에 동참하는가 못하는가는 ‘히어링’과 ‘순종’이라는 선로를 잘 만들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나는 1991년에 이민 2세를 위한 교회를 개척하고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개척한 첫 해부터 주님께 받은 부흥사의 사명으로 인해 외부 집회를 많이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첫 해에 외부 집회를 45번이나 하게 되어 교회에 충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 깊이 고민하며 주님께 여쭈었다.
‘하나님, 제가 담임목사로서 교회를 지켜야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곳을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사랑해주고 훈련시켜 주셨던 선배 목회자들도 “오 목사는 교회나 잘 지키며 성장을 시켜”라고 충고하셨다.
그러던 중에 지금은 소천하신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님이 미국에 오셔서 한인 2세 목회자들과 함께하신 적이 있었다. 며칠간 같이 대화하고 기도하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 아침, 식사 시간에 하 목사님이 내 간증을 들으시다가 갑자기 말씀하셨다.
“오 목사, 당신은 목사가 아니라, 사도 바울의 사역을 하고 있군!”
순간 나는 그것이 하 목사님의 말씀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렸다. 그래서 그만 숟가락을 내려놓고 울고 말았다.
‘아! 하나님, 제가 많은 지역을 다니는 것은 제게 담임목사의 은사보다는 사도 바울과 같은 은사가 있어서 그렇군요. 목사님의 음성을 통해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그 후로 하 목사님의 예언적인 ‘선포’에 힘입어, 나는 20년 넘게 세계 52개국에서 1,200번 이상의 집회를 하며 많은 열매를 주님께 드리게 되었다.
정말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길 원하신다. 직접 말씀해주실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음성을 통해 말씀해주시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지 겸손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될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더 높은 영성과 더 깊은 신앙의 척도가 아니며, 개인의 자랑거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유일한 자랑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과 그분의 십자가이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라고 기록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여 세계 복음화의 첫 단계를 시작한 바울에게 자랑할 것이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뿐이라면 내 간증 또한 거기에 맞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간증들이 나를 지옥의 불에서 구원하시고 천국의 길로 인도해주신 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 대한 자랑인 것을 먼저 밝힌다. 또한 30년 동안 내 기도와 사역의 동반자이며 진정한 친구인 아내 제니 사모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성령님께 이 책을 위한 중보의 기도를 드리고 읽기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아래의 기도를 큰 소리로 읽은 후 읽기를 권한다.
“성령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과 목적을 알기를 소원합니다. 우리의 인생과 사역에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매일의 인도하심을 간절히 원합니다. 성령님, 우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우리의 귀가 당신의 말씀에 열려 있고, 당신의 음성을 듣기에 예민하여 그 말씀에 기꺼이 순종하게 하옵소서.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고 먼저 감사드립니다. 임재하셔서 제 주인이 되어주시고, 마음껏 말씀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주옵소서. 할렐루야! 이 모든 말씀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PART 1
히어링과 순종
믿음의 길
이루어주신다고 하신 말씀
그 위에 이 모든 사막의
목마름을 부어버리고
풀포기 하나 없는 이곳
잠시의 서러운 곳에
이렇게 내가 서 있는데
닳고 닳아 새로운 길도 아닌
내가 걸어가야 할
하지만 나의 새 길
약속의 길
임신부의 뒤뚱거림같이
힘겨운 무거움이 있긴 하지만
벅찬 설렘으로 걸어간다
이루어주신다고 하신
그 말씀의 길
믿음의 길
01장
말씀해주시는
성령님
미국의 영성가인 에이든 토저는 성령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렸다.
“성령님은 인격이시다. 그분은 의지와 지성을 가지고 계신다. 또 들으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지식과 동정심을 가지고 계시며, 사랑하고,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분은 듣고 말하고 바라며 탄식하고 기뻐하실 수 있다.”
이 정의대로 내가 체험한 성령님은 진정한 인격이시다. 사실 이러한 인격적인 성령님이 우리 삶 속에서 실존적으로 현실화되면 우리는 매일 그분과의 교제를 추구하며 기도로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불기둥과 구름 기둥의 인도를 받았던 사막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매일 성령님의 인도를 받을 수 있다. 다음의 기도문을 같이 읽어보자.
“삼위일체이신 살아 계신 성령님을 인정하고 환영하며 영접하며 신뢰합니다. 성령님은 우리 안에 거하시며 위대한 일을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영으로 우리를 충만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우리가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만드는 인생을 살도록 도우소서. 성령님과의 지속적인 교제 속에서 살도록 도우셔서, 지금부터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승리하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네 십자가를 지고 매일 나를 좇으라!”
그런데 하늘 위에 오르사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신 예수님을 우리가 어떻게 좇는가? 성령님은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에 약속하셨던 보혜사(돕는 자)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좇아야 한다. 예수님이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까지 성령님은 성도가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해 가까이해야 하는 분이시다.
만약 우리가 성령님과 친밀한 대화를 원한다면 기도해야 한다. 그것은 ‘대화 없이는 친밀해질 수 없다’는 단순한 원칙에 근거한다. 친밀한 인간관계가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처럼 기도를 통한 성령님과의 친밀한 대화, 즉 ‘이야기’하고 ‘듣는’(히어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성공적인 인생은 성령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달려 있다.
성령님이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시는 한 인격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그분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스도인의 인생은 성령님이 관리하고 인도하시는 삶이다. 성령님 없이는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로 영접할 수 없고, 하나님께 진실한 기도와 진정한 찬양과 영감 있는 예배를 드릴 수도 없다.
성령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문제는 우리가 그 말씀을 어떻게 듣는가이다. 요한복음 8장 47절에 “하나님께 속한 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나니 너희가 듣지 아니함은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하였음이로다”라고 했고, 또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라고 했다(10:27).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분의 음성을 분명히 들려주시기를 원하심에도 우리가 듣지 못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그분이 우리에게 성령님을 통해 말씀해주시는 방법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내가 곧 알파요 오메가요”, 즉 하나님이 모든 것의 “처음과 마지막이요”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이 생소하거나 신학적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내가 오랜 신앙을 통해 말씀을 그대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하나님 한 분만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시작하시고, 마지막까지 정리해주시는 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 우리가 성령님이 시작도 하지 않으신 일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하나님의 일은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성령님이 처음부터(알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시고, 보여주시고, 계속해서 간섭하시면서 끝날 때까지(오메가) 동행하시며 이루시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의 말씀을 듣고 깨달으며, 그분의 방법대로 그분의 시간에 맞추어 순종하며 이루어가는 것이다.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의 가장 첫 번째는 하나님의 말씀이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내게 먼저 말씀해주시고, 동기를 주시고, 계속 도와주시며 마침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신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우리가 이루었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일의 시작부터 간섭하셨고, 결과적으로는 그분의 힘으로 이루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성령님이 말씀해주시는 단계이다. 성령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말씀해주신다.
1.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씀하신다
성령님은 우리에게 주신 성경, 즉 66권의 구약과 신약이라는 ‘사랑의 편지’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시고 들려주신다. 우리는 아침이나 저녁에 성경을 읽거나 쓰면서 어떤 종교 의식처럼 형식적인 시간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러나 성령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순간순간마다 다이내믹하게 말씀해주시고, 우리의 삶에 섬세하게 관여하고 싶어하신다.
지금은 천국에 계신 나의 멘토였던 김동명 목사님은 제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성경을 하나님처럼 섬기는 ‘성경인’(biblicist)들이 언제나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니까 성경을 통해 말씀을 만나지 말고, 말씀 속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도록 훈련해라!”
얼마나 정확한 지적인가!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살아 있는 성경 말씀을 ‘경건한 취미 생활’의 종교적 교제 정도로 간주하면 안 된다. 그 말씀 속에 살아 계신 예수님의 영, 즉 성령님과의 긴밀한 유대(fellowship)를 이루어야 한다.
‘로고스’(Logos)는 기록된 말씀이고, ‘레마’(Rhema)는 로고스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 4:4)
여기서 ‘말씀’이라는 단어의 원어가 ‘레마’이다. 이는 성경에 문자로 쓰여 있는 로고스가 아니라, 성령의 감동과 감화를 통해 로고스가 내게 레마가 될 때, 우리가 그 힘으로 산다는 것이다.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레마로,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 매일의 ‘영의 떡’으로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 레마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하나님의 말씀은 설교 시간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듣고, 또 산책이나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들어야 한다. 주일에 45분짜리 설교를 듣는다고 해도 설교 전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씀을 증거하는 설교자도 다 기억을 못하는데 듣는 사람이 모두 기억한다는 건 무리이다. 또 그렇게 해야 된다고 기대하는 설교자도 없다.
어떤 설교를 듣는 중에 내게 꼭 필요한 말씀이 성령의 역사로 내 가슴속에 레마로 새겨질 때가 있다. 한 문장이든 한 단어든 마음을 강력하게 두드리는 말씀이 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레마임을 깨달아 꼭 붙들어야 한다.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외우고 또 노래한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도 어느 날 내가 성령충만함을 받아 ‘아, 하나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구나. 내가 그로 말미암지 않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구나’ 하고 깨달아질 때 비로소 로고스에서 레마로 다가오는 것이다.
로마서 12장에 나오는 말씀, 즉 ‘산 제물’에 대해 많이 읽고 설교도 들었지만 어느 순간에 그 말씀이 내 가슴속 깊이 레마로 새겨지면서 ‘맞아, 내가 예수 안에서 정말 산 제사로 바쳐져야만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내게 생명력 있게 와 닿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은 계속 듣고, 가능한 한 많이 들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여러 목사님의 말씀을 구해서 들어라. 어떤 사람들은 “이 목사님의 말씀은 좋고, 저 목사님은 안 좋고” 하며 말씀을 듣는데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이다. 목사님들을 통해 풍성한 은혜를 누리기 위해, 또 그 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장점만을 받아들여서 우리의 영성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말씀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성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말씀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일 년에 한 번 이상 꼭 통독해보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루에 3장 정도만 읽어도 일 년에 한 번은 통독할 수 있다. 많은 성도들이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말씀을 읽지 않는 삶은 계속 더 여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는 훈련이 되면 쓸데없는 데 시간을 도적질 당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시간을 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야 한다. 성경읽기표를 붙여놓고 매일 말씀과 씨름하는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을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는 없다. 우리는 끝까지 아마추어로 남아서 매일 말씀과 씨름해야 한다.
말씀을 듣고 읽은 뒤에는 그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신앙의 성장은 말씀을 단순히 읽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가 아닌 깨닫기 위한 공부, 깊이 느끼기 위한 말씀 공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로고스’와 ‘레마’라는 단어들의 원어를 찾아보면서 두 단어의 다른 점을 좀 더 깊이 연구해보고,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 데 응용해볼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깊이 있게 공부할 때 더 크고 깊은 은혜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성경 사전이나 주석 등을 찾아서 말씀을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읽고, 공부한 다음에는 말씀을 암송해야 한다. 암송을 해놓으면 우리가 정말 필요할 때 하나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암송이 중요하다. 많은 신앙의 선배 목사님들이 후배들에게 권고하기를 그들이 평생 살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신앙 훈련 중 하나가 ‘말씀 암송’이라고 했다.
암송의 다음 단계는 ‘말씀 묵상’이다. 머리에 암송된 말씀을 되새기며 가슴까지 오게 하는 것이 바로 묵상이다. 다윗 왕이 위대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암송해서가 아니라 많은 말씀을 묵상했다는 것이다. 암송의 분량이 아닌 묵상의 분량이 그의 믿음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오래전에 한 선배 목사가 “나는 얍복강의 야곱처럼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을 가지고 몇 년 동안 씨름했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어떻게 말씀 한 구절을 가지고 몇 년 동안이나 씨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삶을 통해 조금씩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사실 말씀 묵상은 말씀과 내가 단둘이 하는 목숨을 건 씨름이다. 내 인생과 생각이 완전히 뒤집힐 때까지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을 붙잡고 씨름하듯 묵상해야 한다.
나는 1979년에 예수님을 처음 믿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빌립보서
1장 21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내게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라는 말씀과 씨름하고 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 할수록 더욱 내 삶이 깊어지고, ‘내 삶 자체가 그리스도이기에 내겐 죽음 자체도 진정으로 유익함이 될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이것은 머리로 깨닫는 게 아니라 말씀에 삶 자체가 부딪쳐 깨지고 부서져서 내 삶에 실존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내 삶 속에서 실천되어져야 말씀이 실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말씀이 육신이 되는 단계로,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것이 삶 속에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중의 새도 먹이시고 들풀들에게도 옷을 입혀주신다고”(마 6:26-30) 하며 다 책임져주시겠다는 말씀을 나도 설교를 통해 진심으로 믿었고, 많이 선포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하는 자와 듣는 자들의 삶 속에서 정말 현실화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1998년에 나는 40일 금식을 하며 미국 전역에 있는 한인 2세들을 사용해달라고 하나님께 외치기 시작했다. 1991년에 개척한 이민 2세 목회는 잘 성장되어 다른 지역에도 개척교회를 세웠고, 개인적으로 여러 지역을 다니며 부흥 집회도 인도할 때였다. 외부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거룩한 불만’(holy dissatisfaction)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주님, 이 정도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하셨나요?’
하나님나라를 위해서라면 남가주(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2세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2세들이 동원돼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