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인물들은 도전과 열정으로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일생을 만날 수 있는 시리즈로, 아이들의 마음밭에 내일의 역사를 이끌어 갈 소중한 꿈을 심어 줍니다.
초판 발행 2014년 2월 20일
지은이 박지숙
그린이 송지영
펴낸이 신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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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푸른책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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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상 이순신만 한 사람은 없으며 그는 일본인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고 있다.”
일본의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의 말입니다. 그는 이순신의 청렴함, 통솔력, 충성심, 용기 등을 높이 사며 이러한 사람이 실재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은 세계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바로 1592년 일본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왔을 때 스물세 차례 싸워서 스물세 차례 모두 이긴 불패의 신화를 이룬 것입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지요. 이러한 전승 기록은 세계 해전 역사상 이순신 장군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요? 분명 승리의 비법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탁월한 전술, 거북선의 활용,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부하와 백성들을 아끼는 마음, 한결같은 나라 사랑······. 이 책에는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했던 승리의 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성웅’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까닭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행적과 마음을 따라가며 ‘장군 이순신’뿐만 아니라 ‘인간 이순신’도 만나길 바랍니다.
-2014년 봄을 기다리며, 박지숙
이순신은 장기판을 보며 픽 웃었다. 다음 수가 훤히 보였다. 하도 많이 겨루다 보니 이제는 훈장님의 장기 두는 습관을 외우고도 남겠다. 길이 다 보였다.
“훈장님, 딴말하면 안 돼요. 글공부 안 하고 놀아도 되는 거예요. 맞지요?”
이순신은 다짐받듯 내기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도 전쟁놀이를 실컷 할 생각에 동무들은 신이 나 키득거렸다. 벌써 책보를 싸는 아이도 있었다.
“허어, 이상하다. 분명히 묘수를 두었는데······.”
훈장님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장기 알을 만지작거렸다. 갈 길이 막혔으니 이리 놔도 신통치 않고 저리 놔도 마땅치 않다. 그때였다.
“훈장님, 이곳에 두시지요.”
엊그제 서당에 새로 온 류성룡이 훈수를 두는 게 아닌가.
“옳거니! 우리 신통방통이가 나를 살리는구나. 장군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역전이 되었다. 서당 아이들은 실망하여 투덜거렸고, 이순신은 분을 참지 못해 식식거렸다. 당장 녀석에게 한 방 날리고 싶었다.
“훈장님, 이건 반칙이에요. 다시 해요, 다시!”
“나는 싫다. 정 하고 싶으면 성룡이와 해보련?”
훈장님이 헤벌쭉 웃었다.
“좋아요. 쟤를 이기면 놀아도 되죠?”
이순신은 류성룡과 철퍼덕 마주 앉았다.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장기 알을 놓았다. 그러나 류성룡은 고수였다. 이순신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제 농땡이는 물 건너가고 건천동 골목대장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거냐? 글공부밖에 모르는 샌님 주제에······.”
아이들은 툴툴거리며 책을 펴들었다.
글공부가 끝난 뒤 뒷산에서 이순신과 동무들이 전쟁놀이를 할 때였다. 늦게까지 서당에 남았던 류성룡이 지나갔다. 이순신이 류성룡에게 볼멘소리를 툭 던졌다.
“어이, 샌님! 나는 박힌 돌을 빼내지도 않고, 죽어라 글공부만 하지도 않아.”
류성룡이 이순신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전쟁놀이로 승부를 가려 볼래?”
이순신은 의기양양해졌다. 전쟁놀이는 자기가 제일 잘하지 않는가.
“좋아. 전쟁에서 지고 후회하지 마라!”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순신과 류성룡은 두 편으로 갈라져 숲으로 숨었다. 숲 속은 고요했다. 산새도 울지 않고 바람결도 잠잠했다. 얼마 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순신이었다. 이순신은 우거진 덤불에 숨어 건너편 바위를 살폈다. 역시 동무 하나의 머리꼭지가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샌님이 전쟁놀이를 할 줄 알겠어? 빙 돌아 바위 뒤에 숨은 녀석들을 치면 되는 거야. 아주 싱겁게 끝나겠군.’
이순신은 동무들과 바위 뒤로 향했다. 조심조심 다가가 막 공격하려 할 때였다.
“모두 물리쳐라!”
류성룡의 목소리가 뒤에서 쩌렁쩌렁 울리더니 상대편 아이들이 공격해 왔다. 유인술에 걸려든 것이다. 이순신은 보기 좋게 또 당했다. 류성룡의 나무칼로 옆구리까지 맞으면서······.
‘에잇, 건천동 골목대장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순신은 풀썩 바위에 앉았다. 분을 삭일 수 없었다.
놀이가 멈추자 동무들은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슬그머니 내뺐다. 남은 건 류성룡뿐이었다.
“미안하다, 순신아. 글공부를 자꾸 빼먹기에 너를 이긴 거야. 맘씨 좋은 훈장님을 곤경에 빠뜨리면 안 되잖아. 벌써 공부는 안 시키고 놀리기만 하는 서당이라고 소문났던데······.”
이순신은 뜨끔했다. 칼싸움, 전쟁놀이에 맛이 들어 훈장님 생각은 조금도 안 했다.
“아까 막말해서 미안해. 샌님이라고 한 것도······. 그런데 형은 못하는 게 뭐야?”
이순신이 넉살 좋게 웃으며 세 살 많은 류성룡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냥 조금씩 다 해. 글과 무예,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사람으로 살고 싶거든.”
“히야, 대단한걸. 난 노는 게 최고인데! 하긴 형은 네 살 때 『대학』을 줄줄 외운 신동이라며? 우리 훈장님이 얼마나 자랑하신다고. 어떻게 그리 공부를 잘하는 거야?”
“몰라. 어머니 태몽 때문인가? 내가 태어날 때 이무기가 푸른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꿈을 꾸셨다고 했거든. 그래서 내 이름이 성룡(成龍)이야.”
“내 이름 순신은 ‘훌륭한 신하’라는 뜻이야. 우리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셔서 ‘이 아이는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것이다. 그러니 순임금 순(舜), 신하 신(臣)을 써서 순신이라 지어라.’라고 하셨대. 우리 할아버지는······.”
순간, 이순신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알아, 너희 집안 이야기. 할아버님이 바른 정치를 펴려다가 돌아가셨다면서? 참 훌륭한 어른이라고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순신아, 우리 꼭 이름값 하자!”
“좋아, 형!”
이순신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때부터 놀기 대장 이순신은 달라졌다. 책 읽기에 맛들이고 생각도 깊어졌다. 그리고 이순신과 류성룡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하지만 얼마 뒤, 둘은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이순신의 부모님이 한양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형, 글공부 열심히 해서 꼭 과거에 급제해.”
“그래. 너도 반드시 글공부를 하면서 무술을 익히렴.”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다지기로 약속했다.
이순신은 외가가 있는 충청도 아산 뱀밭골로 온 뒤에도 골목대장이 되었다. 용감하고 영리한 이순신을 동네 아이들이 잘 따랐던 것이다. 이순신은 드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행복한 시절을 누렸다. 집안은 비록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넘쳤고 아버지의 가르침은 자애로웠다. 이순신은 용기와 지혜를 갖춘 사람을 꿈꾸며 점점 의젓한 청년으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