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ray 기계도 MRI 장비도 없는 이상한 병원,
약 처방도 거의 하지 않는 병원,
10여 년 간 10만 명의 환자가 알음알음으로 찾은 병원,
그 병원을 평화롭게 운영하던 의사는 왜 이 책을 써야 했는가?
지은이황윤권(정형외과 전문의)
척추 관절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인정받는 대학엘 들어갔고 수련의 과정을 평탄하게 보냈으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종합병원에서 골절이나 척추 질환, 인대 파열 등 긴급을 요하는 수술을 유능하게 해내는 ‘잘나가는 외과의’로 평판도 얻었다. 그러나 병원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 때 은사가 들려준 철학에 공감한 그는 소위 돈이 되는 인공관절 수술이나 무릎, 디스크 수술 등을 일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과의 견해 차이도 있고 소신 있는 진료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1년 그는 개업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년 만에 돈도 많이 벌었지만, 결국 병원을 접고 만다. 긴급 수술과 같은 급박한 환자를 보는 데 익숙해 있던 그로서는 만성적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뚜렷한 해법 없이 매일 비슷한 진단과 처방을 반복하는 일이 평생 갇혀 있어야 할 감옥과도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관절염, 근육통, 오십견, 허리 통증, 테니스 엘보 등등 다양하고도 만성적인 증세를 명쾌히 치료하지는 못하면서 통증만 없애주는 데 급급한 매일 매일이었다.
그는 다시 종합병원으로 돌아갔고 이번에는 평범한 외래환자들을 주로 맡았다. 그리고 이 책의 기초가 되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세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법’의 바탕을 쌓았다.
지난 10여 년 부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소박한 명성도 얻었고 내원하는 환자들의 고충을 듣고 치료의 길로 이끄는 것도 행복한 일이었지만, 그의 가슴 한쪽에는 울화증이 쌓이기 시작했다. 환자의 상태를 손으로 만지고 환자의 호소를 귀로 듣는 일에는 소홀하고, 천편일률적인 약물 처방만 하거나 심지어 값비싼 진단과 무리한 치료법을 강권하는 의료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던 것이다. 증세의 원인을 제대로 알려주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대신, 다짜고짜 위협하고 겁을 주어 지갑을 열게하는 관행에 화도 났다. 또한 그러한 진료 행태에 익숙해져 도리어 약물이나 주사, 수술 등으로 증세만 없애는 치료, 득과 실을 재지 않은 수술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보고 안타까움도 느꼈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그리고 의술을 공부한 학자로서 환자를 통해, 그리고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그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매일 들은 이야기, 환자들에게 매일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설명해주었던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기록했다. 어려운 해부학 도면 대신 환자에게 직접 해당 부위를 펜으로 그려가며 설명해주었던 것 처럼, 어눌하지만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렵사리 한 권의 책으로 묶이게 되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환자가 자신의 통증, 몸, 증세의 원인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것. 그래서 좋다는 음식, 용하다는 약재, 이것밖에 길이 없다는 값비싼 치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에게 무턱대고 내 몸을 맡기기보다 스스로 내 몸이 아픈 이유를 알고 매일 매일 조금 조금씩 아프지 않게 되는 습관을 체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개원 때 잘나가던 병원을 접는 그를 두고 사람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 했듯이, 자신의 특기이자 밥줄일지도 모를 귀중한 정보를 공개하는 그를 혹자는 바보라고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럭셔리한 원장실은 커녕 등받이도 없는 원장 의자에조차 앉을 틈도 없이 매일 환자 보는 일에 푹 빠진 그는 이미 천성이 바보일지도 모른다.
1976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 1982년에 의사 자격면허를 취득했으며, 1982년부터 1983년까지 경희의료원에서 인턴 수련,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동 병원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쳤다. 1987년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2001년까지는 종합병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긴급을 요하는 골절, 척추, 인대 수술 등을 도맡아 했다. 2001년부터 부산에서 ‘황윤권정형외과’를 개원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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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발행일 2013년 11월 1일
전자책 발행일 2013년 11월 1일
저자 | 황윤권
발행처 | 에이미팩토리
발행인 | 이길호
편집인 |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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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이태훈, 이수진 재무 | 장무창, 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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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황윤권
ISBN 978–89–286–2291–7 (0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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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의 저는 오만하였습니다. 의사는 당연히 환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존재라고 여겼고,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틀 안에 환자의 증세를 규격화해 끼워 넣었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는 내가 규격화한 정보를 바탕으로 쉽고 무책임하게 처방하기 일쑤였습니다.
무릎 관절염 환자가 슬개골(무릎 앞의 둥근 뼈) 밑 연부조직을 가리키며 “여기가 아픕니다.”라고 호소하면, “그 증세는 무릎 안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겁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한 후 익숙한 듯 검사와 약물을 처방하곤 했습니다. 숨 쉬고 물 마시듯 쉽고 간단했습니다. 그런 진료의 나날이 지루해지기까지 하던 즈음이었습니다. 문득 두려움과 미안함이 제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다. 여러 다양한 종류의 만성 관절염, 허리 통증, 목 통증, 어깨 통증……. 증상과 통증의 양상은 모두 다르고 환자마다 저토록 고통을 호소하는데, 나는 어떻게 거기에 대해 늘 거의 유사한 약을 처방하고 문제의 원인과 진정한 치료법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고민하지 않는단 말인가? 내가 과연 환자를 치료하기는 하고 있는 것인가?’
환자가 어느 부위의 어떤 증세를 호소하든, 진료는 천편일률적으로 같았습니다. 검사와 약 처방. 처방하는 약도 상표만 조금씩 다를 뿐, 성분마저도 거의 유사했습니다. 주성분은 진통제로 통증을 완화하는 기능만 할 뿐입니다.
‘나는 모든 병을 진통제로 치료하는 셈이구나.’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다양한 통증과 증세를 당장 아프지만 않게 해주면 치료가 되는 셈인가? 내가 하는 게 고작 이런 역할뿐이라면 진통제 가게 주인이면 되지, 굳이 의사라는 명함을 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문제는 이런 진료에 익숙해진 환자들 역시, 약을 먹고 아프지 않게 되면 대체로 만족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에 내성이 생겨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하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그런 진료 관행에 희생되는 환자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물론 환자를 볼 때 우선 아프지 않게 해주는 처방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지 않게만 하는 것으로 치료를 끝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치료를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지내면서, 저는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증세를 덮어두기만 하는 진통제를 처방하는 대신 ‘환자들의 입’을 통해 ‘병의 본질’을 배우는 첫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아프고, 눌렀을 때 아프고, 일어날 때 아프고, 계단 내려갈 때 아프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아프고 등등 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절머리 나게 들어왔던 환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속에서 책에서만 배우고 선배들에게서 당연하다는 듯 귀띔 받았던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정말 의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가족들에게조차 자기 증세를 호소하기가 힘듭니다.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데, 누구라도 앓는 소리,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걱정하며 들어주다가도 어느 틈엔가 ‘또 저 소리, 이젠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렇다면 환자가 마음 놓고 호소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겠습니까? 바로 ‘의사’입니다.
그런데 정작 호소를 들어주어야 할 의사에게조차 그럴 수 없게 된다면, 정말이지 환자는 의지할 데라곤 없어집니다.
치료를 하려면 환자의 호소를 제대로 듣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깨우친 것은 참으로 놀라운 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환자의 호소를 잘 듣고 나서야 비로소 치료가 시작됩니다. 여기도 안 아프게 해주고, 저기도 안 아프게 해주고, 눌렀을 때도 안 아프게 해주고, 일어날 때도 아프지 않고 편하게 일어날 수 있게 해주고, 계단을 내려갈 때도 불편하지 않게 해주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통증 없이 해주는 것이 진짜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당장 아프지 않게(대증요법) 해주는 것이 치료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일상생활에서 몸의 모든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더 필요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일상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면, 효율적인 치료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치료를 위해서는 아픈 여기저기를 살펴야 되고, 눌러서 아픈 곳이 어딘지 알아내야 되고, 일어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는 뭐가 문제라서 아프며, 왜 유독 아침에 더 아픈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전에는 듣기 싫어했던 환자의 앓는 소리(호소)를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듣고, 아파하는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진찰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의사로서 다 알고 있다고 여기던 자만과 교만 탓에 소홀히 여겼던 일련의 과정을 뒤늦게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환자 위에 군림하는 권위적인 의사가 아니라 본래 있어야 할 ‘환자로부터 배우는 낮은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제야 환자들로부터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시금 차근차근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시 의과대학으로 돌아간 양, 환자들이 던져준 과제를 가지고 해부학 책부터 시작해 전공 책을 밤새 들여다보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럽게도 환자들을 진료한 지 십 수 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의사의 꼴을 조금씩 갖춰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결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기본 진찰은 하지도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계 검사를 권하거나 천편일률적인 약 처방이나 값비싼 치료법을 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는 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설명해주고, 스스로가 병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진료하는 질환을 포함해 이 책에 서술한 증세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의사의 역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휘관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휩싸여 약해져 있는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해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의학이 먼저 생기고 의학 교과서에 정의된 대로 병이 생기고 그다음 그 병의 증세를 가진 환자가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면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하곤 합니다. 특정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있고 나서, 그 증세를 정의해 병으로 규정하고, 그 병을 해결하기 위해 의학이 생겨난 것임을 상기하고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함을 새삼 다시 느끼고 배웠습니다.
교과서 속 의학지식에 매몰된 의사가 자꾸 환자의 증세를 교과서 틀 안에 끼워 맞춰서 ‘○○병’이라고 정의내리고 교과서가 알려준 치료만이 왕도라고 고집하는 것은 때로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의학이 집대성하고 산업이 활성화시킨 무언가를 충족하기 위해 환자의 증세를 해결하는 일에 오히려 소홀해진다면 이는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 책은 제가 오롯이 환자들로부터 배우고 느낀 것을 적은 것입니다. 그 내용이 반드시 다 옳다고 강변하지는 않겠습니다. 인터넷 검색에 익숙해진 환자들 중에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진찰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는 저의 진료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를 해봐야 되지 않느냐, 왜 약 처방은 안 해주느냐며 뭔가 잘못된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분야의 전문의로서 누군가 반론을 해준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입니다. 누구라도 따갑게 질책해주시고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발전이 가능하도록 의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연한 인연으로 저의 얘기를 듣고 선뜻 출판을 결정해준 이은정 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을 정리하는 동안 많은 격려와 도움을 준 사랑하는 아내 순희, 그리고 혜린, 윤희, 태용, 민경, 윤성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은이 황윤권
무릎은 왜 아픈 것일까?
의사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나요?”
환자 “양쪽 무릎이 아픕니다.”
의사 “불편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환자 “오래 됐어요.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여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많이 받았습니다.”
의사 “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환자분은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어떤 병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환자 “그거야 뭐, 관절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생기는 것 아닌가요?”
의사 “음…….”
무릎 퇴행성관절염 치료 과정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위와 같은 대답을 합니다. 아니, 비단 증세가 있는 환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집은 독자 대다수도 별 고민 없이 위와 같은 대답을 할 것입니다. 퇴행성관절염을 포함한 퇴행성 관절 질환이란 ‘관절의 연골을 너무 많이 사용해 닳아 없어져서 생기는 병’이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를 찾아온 환자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이것은 맞는 말일까요 틀린 말일까요?
결론만 말하자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맞는 대답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입니다.
또 다른 환자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진료실에서 만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중, 40~50대 정도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처음 병원을 찾은 이들에게 병세를 설명할 때의 장면입니다.
“환자 분의 무릎 통증은 퇴행성관절염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환자는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우선 ‘내가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벌써 퇴행성관절염이라니!’ 하면서 화들짝 놀랍니다.
그러고는 ‘고치기도 힘들고 앞으로도 오랜 세월 치료에 매달려야 하는 만성질환에 걸렸다’고 여기고 절망합니다.
환자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니라 대다수 환자들이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 막연하고 근거 없는 불안감만으로 두려움을 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은 어떤 병일까요? 어떤 원인으로 생기며,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자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미리 알고 있으면 무릎 관절염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가 증세를 느끼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것입니다.
②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 스스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두 가지 결론을 받아들인다면,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오래 진행되어온 질환이니 당연히 오랜 기간에 걸쳐 치료할 수밖에 없으며 단 몇 주 혹은 며칠 만에 쉽게 고치거나 특효약으로 단번에 낫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그 치료는 병원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우선 환자 자신이 병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의사의 역할이란 병을 낫게 해주는 직접적인 치료자 역할이기보다는 환자 스스로 이 병을 잘 이해하고 고쳐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라는 점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어느 정도 납득을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우선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오래도록 축적되어온 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데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마련입니다.
‘내로라하는 전문의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연구하고 치료법을 고안했는데도 쉽지 않은 치료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가 자기 힘으로 고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상에 널리 퍼진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쓰이는 수많은 약들과 다양하고 전문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와 치료법들은 대체 왜 존재한단 말인가?’
환자라면 누구나 이런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어떤 병은 환자가 그 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도, 그 병에 대해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가 알아서 다 치료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병은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환자 자신이 그 병이 어떤 병인지 아는 자체’가 치료의 전부인 경우도 있습니다.
작금의 치료 환경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게 당연하겠지만, 무릎 퇴행성관절염 같은 질환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병입니다. 다시 말해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 자신이 ‘병의 실체를 잘 아는 것’이 치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병입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처음 듣는 환자로서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시겠습니까? 바로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이 어떤 병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할 때 ‘~염(炎)’은 열이 나고 부어오르는 염증 같은 특수한 상태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상이 아닌 모든 상태’를 총칭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관절염이란 다시 말해 정상이 아닌 관절 상태, 매우 심각한 수준부터 아주 조금 문제가 있는 정도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표현입니다.
그러니 의사가 무릎 상태를 진찰한 후에 “환자분은 무릎 관절염입니다.”라고 하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대부분의 경우 “환자분의 무릎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하는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니 ‘관절염’이라는 말만 듣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절염과 쌍으로 붙어 다니는 이 ‘퇴행성’이라는 말은 또 무엇을 의미할까요? ‘퇴행성’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늙어가는 과정에 수반되는 모든 변화’를 일컫습니다. 기계를 오래 쓰다 보면 녹이 쓸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등 노후에 따른 변화가 생겨납니다. 이것처럼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몸의 여기저기가 삐걱거리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가 생겨납니다. 이를 통틀어 ‘퇴행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역시 나이가 먹으면서 생겨나는 다양한 변화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단어라고 보면 됩니다.
나이를 먹으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변화해갈까요? 얼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면 30~40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름도 생기고 검버섯도 피고 피부 탄력도 없어지는 등 변화가 생깁니다. 이것도 얼굴에 오는 ‘퇴행성’ 변화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얼굴의 퇴행성 변화는 굳이 전문적인 검사를 받거나 의사의 진찰을 받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얼굴의 퇴행성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도 아닙니다. 오늘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에 갑자기 변해버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얼굴이 늙어가는 변화를 지켜봐왔고, 오늘 본 얼굴 역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되었는지 잘 압니다.
그런데 퇴행성 변화는 비단 얼굴만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 걸쳐 일어납니다. 잘 생각해보면 몸의 다양한 퇴행성 변화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계속 조금씩 진행되어 쌓여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30세는 25세에 비해 5년 정도 늙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말로 하면, 5년간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어온 것이죠. 하지만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는 변화가 눈에 띌 만큼 크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나이를 먹었다’고는 말해도 ‘늙었다’거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났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라 해도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작은 수준이라 해도 퇴행성 변화는 꾸준히 진행됩니다. 그러다가 나이를 더 먹으면 변화가 더 많이 더 빨리 진행되어 쌓여갑니다. ‘퇴행성’이라는 말은 이런 모든 변화를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다시 무릎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앞서 본 것처럼 얼굴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부분들이 늙어갑니다. 다시 말하면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무릎 관절에서도 이런 변화는 진행됩니다.
무릎 관절에서 진행되는 ‘늙어가는 모든 변화’, 즉 퇴행성 변화를 무릎 ‘퇴행성관절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50세에 병원에서 “환자분은 무릎 퇴행성관절염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고 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다른 말로 하면 “환자분의 무릎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늙어왔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누구나 젊은 시절부터 무릎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어서 쌓여오고 있다면, 모든 사람이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야 마땅하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아프고 어떤 사람은 아프지 않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행성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아프거나 불편한 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얼굴에 생긴 퇴행성 변화가 아무리 심해도, 그것 때문에 아프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모든 퇴행성 변화가 통증 등의 문제를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관절이 젊고 싱싱할 때는 그 변화 정도가 미미해서 당연히 별 증세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중년에 가까워져도 대개는 별 증세를 못 느낍니다.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즉시, 통증 등의 증세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떤 한계를 넘어가면, 환자가 자각하고 느끼는 증세들이 생겨납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치료중인 환자들이 잘 느끼는 착각이 있습니다. 무릎에 통증이 있으면 ‘관절염이 있다’고 생각하고, 특정 처치 후에 통증이 없어지면 ‘관절염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통증이 있거나 없거나 줄곧 진행되고 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아픈’ 퇴행성관절염과 ‘증세가 없는’ 퇴행성관절염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환자들, 어떤 경우는 심지어 의사들까지도 ‘아픈’ 퇴행성관절염만을 병으로 인식합니다.
또한 통증만이 치료의 대상이 아닙니다. 통증 해소 외에도 무릎이라는 기계의 여러 기능이 두루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게 진정 도움이 되는 치료입니다. 걸을 때, 일어설 때, 앉을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편하게 작동되고, 무릎이 내 마음대로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는 등의 변형을 관리하는 치료가 진정 도움이 되는 치료입니다. 그러니 당장의 통증만 없애주는 치료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통증을 없애 당장에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란 대개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기보다는 그저 병의 증세를 일시적으로 덮어놓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결론을 되짚어 볼까요?
①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병이기 때문에, 치료도 오랜 시간에 걸쳐 해야 한다.
②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환자 스스로 얼마든지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금세 씻은 듯이 다 나은 것 같은 치료, 환자 스스로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쉽게 고쳐진다는 치료, 많은 비용을 쓰게 만드는 검사나 치료법은 경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릎 관절의 퇴행성 변화 살펴보기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이 늙어서, 다시 말해 퇴행성 변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결과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퇴행성 변화란 어떤 것인지 한 번 짚어볼까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듯, 독자 스스로 자기 무릎에 어떤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치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춰봄으로써 얼굴에 나타난 변화를 찾아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무릎을 관찰할 때, 매우 중요한 부위가 있습니다. 무릎 앞에는 관절을 덮고 있는 동그란 모양의 뼈가 있습니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이 뼈가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동그랗게 생겨서 손아귀로 쥐면 사방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무릎 뼈, 이 뼈의 이름이 ‘슬개골(patella, 膝蓋骨)’입니다.
이 슬개골이야말로 무릎을 관찰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곳이자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무릎에서 슬개골을 가장 먼저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슬개골 주위에 일어난 퇴행성 변화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것이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나 젊었을 때는 슬개골이 뚜렷하고 동그랗게 잘 보입니다.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soft-tissue, 軟部組織), 즉 단단한 뼈 이외의 근육, 힘줄, 인대, 지방 등으로 구성된 부드러운 부분이 슬개골에 비해 도드라져 보이지 않고 약간 꺼진 듯한 느낌으로 얇고 부드럽게 탄력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늙어갈수록 슬개골이 뚜렷하게 잘 보이지 않고, 그 주변을 둘러싼 연부조직들이 점점 더 두꺼워집니다. 젊었을 때와 달리, 마치 슬개골이 두꺼워진 연부조직 속에 파묻혀 가라앉아 있는 듯 보입니다.
그림 1-1 무릎 슬개골(오른쪽)
무릎을 편 상태로 관찰해보면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이 얼마나 두꺼워져 있는지 잘 보이고 잘 만져집니다. 얇고 부드럽고 탄력 있던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이 늙어가는 것, 즉 무릎 퇴행성 변화는 얼굴 피부가 늘어지거나 탄력이 없어지는 변화처럼 단기간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되어온 것입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증세를 보일 때, 자세히 살펴봐야 할 부위가 바로 여기입니다. 부드럽고 탄력이 있되 얇게 꺼져 있어야 할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졌다는 것이 바로 무릎 통증이나 관절 기능의 불편함을 가져오는 변화의 힌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1-2 무릎 슬개골 주위 퇴행성 변화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이 두꺼워져 있는 ‘퇴행성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통증이 없는 사람도 이 슬개골 주위 두꺼워진 연부조직을 잘 관찰하면서 꼼꼼히 반복적으로 눌러보면 의외로 숨어 있던 통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특히 슬개골 아래 안쪽의 두꺼워진 곳이 대표적인데, 여기를 집중적으로 깊게 눌러보면 대부분의 연배가 있는 사람이라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무릎에 퇴행성 변화가 쌓여서 생긴 것이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했으니,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에 생겨난 퇴행성 변화를 직접 찾아내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짚어보면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주요 부위가 어디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통증이 주로 어느 부위에서 생기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관찰하고 진단할 때, 자기 스스로 내 관절의 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1-3 무릎 중심과 연부조직이 잘 굳어지는 곳들(오른쪽)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X-ray를 찍어야만 알 수 있는 저 깊은 부위 어딘가의 문제가 아니라,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피부 바로 밑 가까운 부위의 변화로부터 체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 역시 통증 부위 대부분은 무릎 관절 속이 아니라 무릎 관절 겉(표층)에 있는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입니다. 그러니 무릎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시작 역시 슬개골 주위의 이런 기본적인 변화를 다스려 나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의 퇴행성 변화 외에 또 다른 중요한 퇴행성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같이 살펴볼까요?
무릎이 하는 주된 기능은 무엇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무릎 관절을 굽히고 펴는 것입니다. 그림 1-4에서 보듯, 우리의 무릎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범위(운동범위)는 0도~155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릎을 최대로 폈다가 최대로 굽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흔치 않습니다. 다시 말해 무릎을 최대한 쓸 수 있는 운동범위까지 사용하는 일은 드뭅니다. 설령 사용한다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며 횟수도 빈번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최대로 폈다 굽힐 수 있는 기능이 본래 무릎에는 있으니, 언제고 쓰려고 들면 그 능력을 잘 발휘해줄까요? 예상하셨듯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관절의 운동 기능은 점점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계속 사용하지 않으니 관절을 펴고 굽히는 최대 범위, 즉 운동범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나이가 들면 어느 때부턴가 무릎을 완전히 최대로 펴거나 굽히는 일을 잘 못하게 됩니다.
그림 1-4 무릎 관절의 최대 운동범위
이처럼 운동 기능의 변화 역시 무릎에 오는 중요한 퇴행성 변화의 하나입니다. 물론 이 역시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의 변화처럼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매일 매일 조금씩 운동범위가 줄어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무릎을 완전히 펴려 하거나 굽히려 했더니 잘 되지도 않고 억지로 하려고 하면 아프게 되는 것입니다.
무릎의 퇴행성 변화는 이 외에도 다양하지만, 우선 이 둘을 알면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입니다.
①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이 두꺼워지는 퇴행성 변화.
② 무릎 관절 운동범위가 줄어드는 변화.
무릎 퇴행성관절염 치료는 이 둘을 잘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을 기본으로 삼으면, 퇴행성 변화로 인한 문제를 우리 스스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연부조직 두들기기
부드럽고 탄력 있는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은 주로 힘줄, 힘줄을 고정하는 조직, 인대, 근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릎 관절은 저 혼자 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근육이나 힘줄 등이 같이 능동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해줌으로써 움직입니다. 무릎 관절이 튼튼하냐 아니냐는 연부조직의 탄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연부조직이 평생 능동적으로 열심히 수축 이완을 반복해주고 근육, 힘줄 등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게 세월이 흐르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연부조직이 노화되는 양상이 바로 두꺼워지면서 탄력과 부드러움을 잃어가는 것으로, 앞서 우리가 직접 눈과 손으로 관찰해보았습니다.
이 부위를 내 손으로 관리하기 위해,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슬개골 주위를 위, 아래, 내측(안쪽), 외측(바깥쪽)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사방으로 연부조직이 두꺼워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슬개골 아래 안쪽(하내측, 무릎 중심)의 연부조직이 제일 두꺼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몸의 관절이나 근육에는 힘이 고루 균등하게 실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히 중점적으로 힘이 많이 실리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들을 ‘중심’이라 부르는데 무릎의 경우에는 슬개골 아래 안쪽(하내측)이 바로 ‘중심’입니다(32쪽 그림 1-3 참조).
이 연부조직이 무릎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무릎을 사용할 때 우리 몸의 해부학적 구조 상 바깥쪽보다 안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기 때문입니다(53쪽 그림 1-10 ① 참조).
두꺼워진 이 ‘중심’을 깊이 반복해서 눌러보면 유독 통증이 심하다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의 경우도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다가, 직접 눌러서 확인을 해보면 대개 이 슬개골 하내측인 ‘중심’ 내부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떠올릴 때 흔히 무릎 관절면, 즉 뼈나 연골 자체가 아픈 것이라고 여기게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무릎 관절 연부조직이 아픈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가만히 있을 때는 아프지 않다가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처럼 힘을 줄 때만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 관절면이나 뼈가 아픈 게 아니라 힘이 가중되는 연부조직이 아픈 것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거의 대다수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이 연부조직 ‘중심’에서 모든 것이 결판납니다. 관절염이 시작된 부위도 여기고, 치료도 여기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 연부조직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곳을 두들겨서 부드럽게 만들어 통증을 없애면 됩니다.
지금 이 대목을 읽는 독자의 표정이 제 눈에 환히 보이는 듯합니다.
‘두들긴다고? 두드려서 부드럽게 만든다고?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관절염을 치료한다니, 머리털 나고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그렇습니다. 원시적인 것 같지만,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은 반복해서 두들겨 풀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약주를 많이 드시고 들어오신 다음날, 새벽부터 부엌에서 북어를 두들기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하면 됩니다. 말려서 수분이 거의 없는 상태로 딱딱해진 명태를 요리하려면, 단단한 나무방망이로 반복해서 힘차게 두들겨서 부드럽게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무릎 연부조직을 부드럽게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겨울 한 철 말린 명태보다도 더 오랜 세월 딱딱하게 굳어져온 것이 우리의 무릎 연부조직입니다. 그러니 새벽나절 두드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훨씬 더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두드려야 간신히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 중 두꺼워지고 부드럽지 않은 곳을 두드려봅니다. 먼저 슬개골 주위 연부조직 중에서도 가장 아픈 곳을 찾아냅니다. 대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슬개골 하내측 ‘중심’이 제일 아플 것입니다. 아픈 곳인지 아닌지는 한두 번 눌러봐서는 알기 어렵고, 반복해서 깊게 눌러보아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장 아픈 곳을 찾아냈으면, 이제 두들겨봅니다. 손에 쥐기 적당한, 부엌에서 쓰는 작은 나무방망이나 바닷가에서 주운 매끈한 돌멩이 등을 이용해서 집중적으로 두들겨봅시다. 이때는 ‘아프다’ 할 정도로 두들겨주는데, 도마 위에 마늘을 올려놓고 나무방망이로 찧을 때의 느낌 정도로 해봅니다. 두들길 때마다 입에서 조금씩 비명이 흘러나오고 두들긴 곳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 정도가 되어야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림 1-5 두들기기에 사용하는 돌
아픈 무릎을 어떻게든 아프지 않게 해주는 데 집중하는 ‘편안한 치료법’에 익숙한 환자들은, 자기 무릎을 더 아프게 만드는 이런 두들기기 과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뿐더러 막상 직접 시도해보면 더욱 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불평이 생깁니다. ‘안 그래도 아픈 곳을 왜 더 아프게 해야 하는 거야?’
누구나 자기 몸을 아프게 하는 게 좋을 리 없습니다. 특히 노인에게는 이런 행위가 고문과도 같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믿음으로 해내시기를 권합니다. 반복해서 두들기고 비명을 지르고 해야지 조금씩 부드러워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굳어진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며칠에서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효과적으로 집중해서 두들겨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두드렸는데 통증이 없거나 줄어들면, 이제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통증이 제대로 해결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