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향한 전문가들의 찬사!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정말 좋은 책이 나왔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길 강권한다. 전장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복잡한 자본시장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태도, 행태를 깔끔하게 실사례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주식시장의 투자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성공 투자로 가는 첩경(지름길)이다. 생각이 복잡할 때 곁에 두고 펼쳐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책을 집필한 이대호 기자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_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직업상 경제 전문 기자들을 자주 만나고 몇 명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대호 기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취재력과 전달력, 그리고 기자 정신을 갖고 있는 분이다. 글재주가 이렇게 뛰어난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일독을 권한다.
_ 김동환 삼프로TV 의장
바둑에서 상대의 돌 세 점 사이 비어 있는 공간을 ‘호구’라고 한다. 그곳에 돌을 넣는 순간 바로 잡아 먹히기 때문에 ‘호랑이 아가리’라는 표현을 쓴다. 노름판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순진한 투자자를 호구로 만드는 악당과 상품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국내 투자자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위험요소와 그 실체를 한 권의 스릴러물처럼 재미있게 나열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길 바란다.
_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이대호 기자와 함께하는 방송은 늘 즐겁다. 철저하게 공부한 후 출연자를 맞이하는 태도와 유쾌하게 끌어가는 진행 실력 덕분이다. 게다가 그는 자본시장의 건전화를 향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이 책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몰라서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 남 탓을 멈추고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천기누설에 귀를 기울여보자.
_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많은 사람들이 돈을 쫓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쫓아가고 있다.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인데, 돈과 사람을 쫓다 보니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된다. 돈도 사람도 믿어서는 안 된다. 믿을 것은 사실뿐이다. 사실을 알려주는 이는 기자다. 물론 모든 기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대호 기자는 진실만을 알려주는 기자이다. 이대호 기자는 믿어도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의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주식시장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 보자. 돈이 될 것이다.
_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최근 일어난 각종 금융사고만 봐도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 책은 19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뛴 이대호 기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책으로, 평소 궁금했던 증권시장의 뒷얘기를 현장감 있게 풀어내어 읽는 내내 빠져들게 한다.
_ 선진짱 전업투자자
최근 증시에 안타까운 사태들이 있었다. 이대호 대표의 기자 시절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이 일찍 나왔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이 책이 나와 감사한 마음이다.
_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 소장
프롤로그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책이 잘 팔리면 내게 들어오는 10% 인세 수입이 늘어나는 것에 기쁘기보다는 그 인세의 10배가 되는 돈을 기꺼이 치를 준비가 된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라고. 기꺼이 이 책을 집어 든 독자 여러분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언론인으로서 19년째 살아가고 있는 기자 이대호의 경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돌이켜보니 모두가 소중한 경험이었고 자산이었습니다. 그것이 한 줄 한 줄 쌓여 이제야 작은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원고를 완성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린 듯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주말에 몇 시간씩 짬을 내서 글을 쓰다 보니 진도가 매우 더뎠습니다. 요즘 저는 경제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을 제대로 된 미디어로 성장시키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세어 보니 하루 14시간, 일주일에 70시간 이상은 <와이스트릿>을 위해 일하는 것 같네요. <와이스트릿>과 구독자분들을 위해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습니다. 출연자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출연자가 최근 쓴 책과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충분히 봐야만 자신 있게 질문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하나에도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책이다 보니 서문을 빌려 감사드릴 분들이 참 많습니다.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인성 바르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2005년 아들이 아나운서가 되고 TV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아들 자랑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TV에 자주 나오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이 책이 작은 효도 거리가 될 거라고 ‘직접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저의 전부와도 같은 사랑하는 아내와 세 딸에게 참 많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미안합니다. 평일에는 얼굴도 잘 못 보니 주말에라도 빚을 갚는 마음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주말에 책을 쓰느라 또 미안했지만… “미안. 아빠가 이따 놀아줄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첫째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보챌 시간이 조금씩 저물어간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항상 남편을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아내에게 지면을 빌려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하고 싶습니다. 부부 사이에서 성격 차이는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직원이라기보다 식구라고 부르고 싶은 우리 <와이스트릿> 크루에게 감사드립니다. 부족함 많은 대표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습니다. <와이스트릿> 구독자분들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구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언론사 간판 떼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음에도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취재원 여러분, 그리고 귀찮은 섭외 전화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출연해주시는 많은 출연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KBS1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KBS2 TV <해 볼만한 아침> 제작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신 오서현 편집장과 트러스트북스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증권사 직원이라던데 당신은 누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정작 그 사람의 정체와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 투자 관련 유튜브를 보면서도 거기 출연하는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기에 그 자리에 나온 것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도 전문가 나름이고, 그 위치와 역할에 따라 편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증권사 소속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애널리스트analyst가 있다.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분석사 혹은 증권분석사라고 부를 수 있는데, 금융투자협회에서 시행하는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제도권 증권사에 입사해 경제, 산업, 기업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사람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증권사 소속이 아니어도 뭔가를 분석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애널리스트’ 명칭을 폭넓게 쓰기도 한다. 따라서 ‘제도권’ 애널리스트인지, ‘비제도권’ 애널리스트인지 구별해서 봐야 한다.
‘제도권’이라는 의미는 금융투자협회에 가입된 금융회사(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에 속해 있고, 한국애널리스트회에 가입된 애널리스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대기업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 등에서도 애널리스트라는 표현을 일부 쓰기는 한다. 다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기업 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그 연구 자료를 대외적으로 발간하는 데 있지 않다. 자사 경영에 활용하기 위한 내부 연구 목적이 강하다. 따라서 대외적인 성격이 강한 애널리스트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연구원, 연구위원 등으로 부른다. 또는 경제를 분석한다는 의미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애널리스트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연구원’이라 쓸 수 있다. 직위에 따라 ‘연구원-책임연구원-선임연구원-수석연구원’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연구원-연구위원’ 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는 회사마다 다르다. 증권사에서는 이들이 속한 조직을 ‘리서치센터’라고 하며, 총책임자를 ‘리서치센터장’이라 부른다. 보통 상무나 전무급이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서만, 그리고 자신이 보고서로 발간한 내용에 대해서만 언급할 수 있다. 자료로 발간되지 않은 내용을 사전에 발설할 경우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증권사 및 협회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애널리스트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를 위반해 구속된 사례도 상당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매우 일부일 뿐이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방송을 비롯한 대외 노출을 꺼린다. 조사분석 업무 자체가 과중하고 바쁠뿐더러 컴플라이언스 위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약간의 출연료와 유명세 정도다. 회사에서 홍보 목적으로 나가라고 해서 마지못해 출연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개인 성향상 대외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비제도권’ 애널리스트는 한도 끝도 없다. 심지어 리딩leading방● 업자들까지도 애널리스트 직함을 쓰기도 한다. 아예 스스로 리서치센터장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호칭이야 자유겠지만, 그 안에 어떤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약 10년 전에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증권사 소속 정식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돈을 받고 종목 분석을 해주거나 종목 추천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대부분 유사투자자문업자, 리딩방 업자들이 그렇게 했다.
● 불법 유사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오픈채팅방, 단체대화방 등의 온라인 양방향 채널
증권사 소속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두 번째 경우는 영업직을 꼽을 수 있다. 영어로는 ‘브로커broker’라고 부르는데, 증권사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매매거래를 일으키는 직군이다. 브로커라는 말이 약간 부정적인 어감을 주긴 하는데, 브로커 역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말로 ‘영업사원’이라고 보면 된다. 증권사는 태생적으로 증권 매매거래를 중개해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데서 시작됐기에 영업직이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기 증권사를 이용하도록 하고, 거래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물론 광고 홍보 목적도 있다. 증권사 이름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인지도를 높여서 영업활동에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도 강하다. 차장, 부장급이던 사람이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유명해지면서 지점장에 오르거나,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만년 부장, 만년 부지점장을 지점장, 임원으로 승진시켜준 것이 바로 지난 2020년 ‘동학개미’ 열풍이었다.
브로커는 증권사 본사에 속한 사람도 있고,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본사로 출퇴근하며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직원을 ‘홀세일 브로커’, 지점에서 일하며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직원을 ‘리테일 브로커’라고 한다. ‘OO증권사 OO지점 홍길동 팀장’이 이런 경우다. 지점장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디지털 영업부, 스마트 금융부’라는 소속도 많이 눈에 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기관이나 개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온라인(유튜브 포함)을 통한 영업에 주력하는 직원들이다. ‘염블리’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대표적인 온라인 영업직이다.
영업직군의 경우 특정 분야 애널리스트 같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기보다, 전반적인 시황과 전략을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 가깝다. 영업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컴플라이언스에서 자유롭기에 종목별 투자 정보를 제약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접하기에 영업직원이 애널리스트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다양한 종목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주고, 상대적으로 알기 쉬운 용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리테일 브로커들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한데,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매우 전문적으로 보이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쉬운 용어를 써서 친숙함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리테일 브로커 각자의 성향일 수도, 전략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방송 출연을 하는 증권사 직원은 다양하다.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마케팅하는 직원, 직접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등이 출연하기도 한다. 이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회사 상품을 홍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외주식 담당 부서에서 나와 미국주식 거래 방법을 알려준다거나, 연금상품 담당 부서에서 나와 은퇴 준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IRP 등 은퇴상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직원의 업무 시간은 회사의 자산과 같다. 그 시간에 직원을 미디어에 내보낸다는 것은 분명 증권사 회사 차원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의미다.
펀드매니저의 방송 출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펀드매니저는 말 그대로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이다. 우리말로 ‘운용역’이라고 부른다. 펀드를 우리말로 풀어 쓰면 ‘집합투자재산’ 또는 ‘집합투자자산’이라 하고, 이를 운용하는 회사를 ‘자산운용사’라고 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자산운용사라는 표현이 어려웠는지 이를 ‘펀드 회사’라고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
펀드매니저는 직접 펀드를 운용하며 개별 자산(주식, 채권 등)을 편입 편출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규정상 자신의 펀드에 담긴 종목을 대외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그래서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전반적인 시장 전망과 경제 전망, 투자 전략 등 큰 틀의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다.
펀드매니저에게 듣는 전망은 애널리스트의 그것보다 조금 더 피부에 와닿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거액의 자산을 실제로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분야 전문가라면, 펀드매니저는 모든 방면을 두루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자산 배분과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많은 펀드매니저에게는 더욱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선호하는 출연진이다.
애널리스트가 방송 출연을 꺼리는 반면, 펀드매니저의 경우 방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좀 있는 편이다. 펀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이름을 알리고, 펀드를 알려서 가입자가 많아지고 수탁액(가입자가 맡긴 돈)이 늘어날수록 운용보수가 커진다.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자산운용사지만, 이를 가입하려면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사가 필요하다. 일반 산업으로 비유하자면 자산운용사는 ‘제조사’, 은행이나 증권사는 ‘유통사’인 셈이다. 제조업자가 자신의 제품이 잘 판매되도록 유통업자에게 열심히 영업해야 하는 것은 제조업이나 금융업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안 팔리면 사장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판매사를 통한 펀드 판매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라면, 유튜브 방송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이다. 즉,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의 펀드를 홍보하고 개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B2C 시장의 하나로 유튜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펀드가 유명해지면 판매사 없이도 고객을 유치하기 편해진다. 실제로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 찾아가 “유튜브 보고 OOO대표님 펀드 가입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자산운용사의 경우 완전히 기울어가던 사세가 유튜브 출연 덕에 아예 뒤바뀐 적도 있었다. 잇따르는 펀드 환매 때문에 수탁액이 줄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CIOChief Investment Officer(최고투자책임자)가 스타로 부상하면서 펀드 판매가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펀드매니저는 방송에서 보유 종목을 언급할 수 없다. 펀드매니저의 경우 종목 대신 그 기업이 속한 ‘섹터’ 위주로 이야기하거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익한 강연을 펼치거나, 좋은 책 내용을 소개해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자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갑을 관계’에 있다. 증권 중개업무와 관련해서는 주식거래 주문을 주는 자산운용사가 ‘갑’이고, 그 주문을 받아야 하는 증권사가 ‘을’이다. 반면, 펀드 판매와 관련해서는 펀드를 팔아주는 증권사가 ‘갑’이고, 펀드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자산운용사가 ‘을’이다. 다만 최근에는 자산운용사가 직접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펀드 판매를 직접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갑을 관계가 조금은 희석되고 있다.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라면, 혹은 수익 좋은 자산운용사라면, 갑의 영향력을 벗어나 스스로 덩치를 키워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유튜브 덕분에 만들어진 듯하다.
‘대부분 현직 펀드매니저는 실력이 훌륭하다’라는 믿기 힘든 말이 있다. 성과가 나쁜 펀드매니저는 업계에서 퇴출당하고, 어찌어찌 성과를 내는 매니저는 업계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금융인 다부치 나오야가 『확률적 사고의 힘』●이라는 책에서 표현한 말이다. 생존 편향을 설명하면서 든 예인데, 펀드 시장 역시 살아남거나 이겨서 남은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에 생존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과가 나쁜 펀드매니저는 목이 날아가고 대신 젊은 펀드매니저가 보충된다. 그 결과 현존하는 펀드매니저 대부분은 성과가 좋은 사람과 경험이 얕은 사람이다.”
● 다부치 나오야, 『확률적 사고의 힘 : 주식 투자부터 기업 경영까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승자의철학』, 황선종 옮김, 출판에프엔미디어, 2022년
다만 패자만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실력 있는 승자도 자산운용업계를 떠난다. 펀드 즉, 남의 돈을 운용하는 것보다 자기 돈을 직접 투자해서 더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한 선택이다. 매니저 하다가 개미가 된 투자자를 ‘매미’라고 부른다. 애널리스트 하다가 개미가 된 투자자는 ‘애미’라고 한다. 실력이 검증된 매미나 애미 중에서 외부자금을 받는 경우도 자주 있다. 친분 있는 회장님의 개인 자산이나 법인 자금을 일부 맡아서 굴리는 것이다. 성과에 따라 별도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개인 돈 10억, 20억 원으로 전업투자를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지고 살림도 쪼들릴 수 있지만, 회장님 자금이나 지인 법인자금 수십억을 맡게 되면 같은 수익률을 올려도 남는 금액이 커지게 된다. 아예 일반 회사에 취업해서 그 법인의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면서 월급을 받고, 업무 시간에 개인 투자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랩하는 주식 전문가?
투자자문사 CEO와 CIO 등도 유튜브를 비롯한 경제방송에 자주 출연한다. 투자자문사는 말 그대로 고객에게 투자를 자문해주는 역할이다. 투자 결정을 위한 조언을 해줄 뿐, 최종 투자 결정은 고객이 한다는 의미다. 투자자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1대 1 투자 상담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찾아오면 해당 고객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수 있다. ‘랩 어카운트’라는 상품도 유명하다. 개인별 종합자산관리계좌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랩 어카운트는 ‘포장하다’라는 뜻의 ‘랩wrap’과 ‘계좌’라는 뜻의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비닐 랩처럼 투자자산을 하나로 싸서 관리해준다는 의미다. 같은 랩 상품에 가입하면 가입자 모두가 랩으로 싸인 같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는 여러 자문사와 랩 상품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자문사마다 투자 성향별로 매우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투자자문사가 ‘일임업’까지 영위할 경우 아예 고객에게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서 투자자산을 알아서 사고 팔고 할 수 있다. 이를 ‘일임형 랩’이라고 한다. 투자 판단을 일임받지 않고 자문만 해주는 상품은 ‘자문형 랩’이라고 한다. 투자자문사의 경우 고객의 자산을 관리할 때 고객 명의 계좌로 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산운용사 펀드의 경우 모든 고객의 투자 자금을 한데 모아서 집합투자재산으로 관리한다. 반면 투자자문사는 자문형이든 일임형이든 고객의 계좌를 대신 굴려주는 구조다.
투자자문사는 자산운용사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판매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똑같다. 직접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고객의 계좌를 관리해주는 것이어서 증권사 계좌가 필요하다. 결국 여기도 증권사 같은 판매사가 ‘갑’이라는 말이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특정 투자자문사 상품을 마음먹고 밀어주면 해당 자문사 상품이 ‘판매 순위 베스트’를 차지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투자자문사들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세일즈를 더 해줄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로비도 치열하다.
투자자문사 역시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판매사 울타리를 넘어 고객에게 직접 회사와 랩 상품을 홍보하려는 니즈가 있다. 유튜브 출연도 그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CEO, CIO 등 투자자문사 관계자가 유튜브나 경제방송을 통해 직접 회사 이름을 알리고 상품을 간접적으로 알리면 그 홍보 효과가 쏠쏠하다.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상담해주고, 자사 상품에 가입하려면 어느 증권사를 찾아가서 어떻게 계좌를 열면 되는지 알려준다. 실제로 이렇게 영업하는 투자자문사가 적지 않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평판이 높아진 투자자문사는 수탁액이 급증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개미들의 멘토’ 박세익 전무다. 박 전무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던 2020년 3월부터 증권 방송에 먼저 손들고 나가 “지금은 매수할 때”라고 용감하게 외친 인물이다. 당시 대중성이 적었던 인피니티투자자문의 평판을 박 전무가 크게 높였고, 실제로 랩 상품 가입자가 물밀듯 몰려왔다. 이후 박 전무는 직접 체슬리투자자문을 설립하며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리딩방
이름이 투자자문사와 유사하긴 한데, 실체는 유사하지 않은 업태가 바로 ‘유사투자자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금융정보 제공업으로 볼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그 업태 이름에 ‘유사’를 붙여 놓았다. 투자자문사 레벨에 낄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감독 당국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대부분 ‘주식 종목 추천’이 주업이다. 리더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해 추천주를 뿌리기 때문에 흔히 ‘리딩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일정 금액을 받고 카카오톡 등 특정 커뮤니티에 가입시켜주며 ‘오늘은 A종목을 사라, 내일은 B종목을 사라’ 식으로 종목 투자를 리드해준다. 펀드를 추천하거나 ETF 투자를 자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일부 유사투자자문에서 펀드와 ETF를 필두로 영업을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미지 세탁을 위한 포장용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보험 독립판매 대리점인 GAGeneral Agency를 함께 하면서 자산관리의 일종으로 보험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 경우 보험사로부터 보험 판매 금액 중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는 구조다.
유사투자자문이 할 수 있는 일은 ‘1대 다수’ 방식의 투자 정보 제공이다. 즉, 종목 추천을 하더라도 특정인에게만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사이트(홈페이지, 앱,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정보를 배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는 1대 1 자문이 가능하지만, 유사투자자문사는 1대 다수 자문만 가능하다. 1대 1 자문은 불법이다. 이를 행하려면 자본금, 운용역 등 일정 기준을 갖춰 금융당국에서 투자자문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유사투자자문사가 고객을 직접 만나 투자 상담을 해주다가는 등록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누구나 금융감독원에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등록제라는 말이다. 자격증도 필요 없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아예 몰라도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등록조차 하지 않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해당 유사투자자문 업체가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금융감독원 ‘파인’ 홈페이지에서 상호, 대표자 이름 등을 검색해보면 된다.
유사투자자문은 약 2000개에 육박한다. 많을 때는 2500개를 넘기도 한다. 특히 증시가 활황일 때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돈 주고 종목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를 벌여 문제가 있는 유사투자자문 등록을 취소해버린다. 많을 때는 1년에 수백 개씩 등록 취소 처분을 받기도 한다. 2020년 동학개미 열풍 이후 리딩방이 난립하고 그만큼 개인들의 민원이 급증하자 금융감독원은 리딩방 모니터링과 퇴출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사투자자문은 정말 실력이 있는 곳일까? ‘종목 족집게’라는데 정말 믿을만한 걸까? 일부 전문가 중 정말 실력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고객의 수익보다 업체의 수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식을 배운 지 1~2년밖에 안 된 사람이 유사투자자문을 차리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도 많이 봤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명품백, 명품시계, 외제차, 슈퍼카다. ‘내가 주식으로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야’라고 과시하는 것이다. 물론 개미들을 꼬드기기 위해서다. 요새는 이런 방식으로 코인 투자 전문가로 행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월 회비를 받는 것을 넘어서 아예 자신에게 투자금을 맡기라고 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자기가 직접 큰돈으로 불려주겠다면서 말이다. 엄연한 불법이다. 남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려면 금융당국에서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등록 무허가 전문가(?)에게 손실을 보더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으며, 그들이 돈을 가지고 아예 사라져버려도 찾을 방도가 없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화려한 집과 명품백, 슈퍼카를 자랑하는 사람, 그러면서 월 회비가 필요한 종목 추천 서비스를 권하거나 투자금을 맡기라고 하는 사람은 1초라도 빨리 거르는 게 상책이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리딩방이라면 정말 급등주를 알려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눈속임이 정말 많다. 적지 않은 리딩방들이 문자메시지 영업을 하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이런 것이다. “내일 급등주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 실력을 한번 보시죠”, “내일 세력이 들어갈 급등주, 고객님께만 미리 보여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종목 몇 개를 언급한다. 실제로 다음 날 보면 적지 않은 종목들이 장중 급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 이런 업자들은 “보셨죠? 이래도 가입 안 하실 건가요?”라면서 자신들의 실력인 것처럼 광고한다.
그런데 그 실체를 알고 보면 눈속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 마감 이후 호재성 공시나 뉴스가 나와서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한 종목을 보고 마치 자기가 사전에 추천한 종목인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장 마감 후 호재성 공시가 나오면 다음 날 개장과 함께 ‘갭 상승(개장부터 상승 출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꼬드기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미 답안지를 본 상태에서 마치 자기가 시험 문제를 다 풀고 100점 맞은 것처럼 호도하는 셈이다.
문자메시지로 자랑하는 수익률도 해당 종목의 ‘장중 최고점’을 기준으로 한다. 갭 상승으로 떴다가 하락 마감하더라도 무조건 최고가가 자신들의 실력이란다. 이런 종목들만 놓고 보면 무료체험 맛보기 서비스의 수익률이 누적 수백 퍼센트에 달하기도 한다. 정말 신이 아니고서야 이 같은 종목을 미리 회원들에게 전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이런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말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 바탕에는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깔려 있다. 리딩방 운영자들은 대중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다. 막상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고 보면 광고 선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익률에 실망하기 마련이다. 답안지를 보고 푼 것과 실제 시험을 보는 것의 차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 맛보기 서비스 때는 수익률 높았는데 유료 가입하고 나니까 수익률이 왜 이렇죠?”라고 묻는다. 아직도 리딩방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리딩방 이용료는 적게는 월 50만 원에서, 많게는 월 2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월 50만 원인 경우 연간 회원으로 12개월(600만 원) 선결제를 하면 100만 원 할인한 50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월 100만 원일 경우 연간 회원에게는 ‘1200만 원이 아닌 1000만 원에 모신다’라는 식이다. 당연히 장기 결제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빠지면 손실만 커지고 환불도 못 받는 ‘개미 지옥’에 빠지게 된다. ‘환불 지옥’에 관해서는 뒷부분에서 이야기하자.
리딩방의 가장 큰 문제는 선행매매다. 쉽게 말해 자신들이 먼저 해당 종목을 매수해놓고 회원들에게 추천한 뒤 주가가 올랐을 때 고가에 매도하는 행위다. 유료회원이 많을수록 추천 문자메시지 발송 직후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일부 세력들은 이것을 즐긴다. 한마디로 회원들을 ‘물량받이’로 취급하는 것이다. 일반 회원들은 선행매매 하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도와주는 꼴이 된다.
선행매매는 유사투자자문뿐만 아니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업권 구분 없이 모두 불법이다. 예를 들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보고서 발간 전에 미리 자기의 계산(자산)으로 주식을 사두었다가 리포트 발간 이후 주가가 떴을 때 매도하는 경우가 선행매매에 해당된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매니저가 자기 계산으로 특정 종목을 미리 사두었다가 고객들의 자금으로 해당 종목을 펀드에 담으면서 주가를 들어 올리고, 이때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2014년, 2016년 등 이런 방식으로 선행매매를 하거나 주가 조작에 가담한 펀드매니저가 적발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본시장법을 통해 선행매매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행매매를 ‘선취매先取買’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쓰는 공식 용어는 ‘선행매매’가 맞다. 선취매는 ‘주식을 미리 사 둔다’라는 매우 넓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주식을 미리 사두는 것뿐만 아니라, 추천 이후에 그것을 매도하는 데서 생긴다. 즉, 고객에게는 매수를 추천하면서 본인은 매도를 하는 불건전 영업행위, 불공정 거래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보다 유사투자자문업에서 선행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는 영역이고, 내부통제 장치(컴플라이언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사내 컴플라이언스 담당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내 컴플라이언스팀이 있더라도 법규 준수 여부를 내부적으로만 보관할 뿐, 금융당국에 정기적으로 제출할 의무도 없다.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두고 있는 유사투자자문사가 아주 간혹 있는데, 이는 리스크 관리를 매우 잘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강조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 즉, 리딩방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선행매매를 하기 위해 뒷돈까지 오가기도 한다. 리딩방 회원이 많아질수록 종목 추천 직후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한시라도 먼저 받아보려는 행위다. 리딩방 운영자에게 뒷돈을 주고, 추천 종목을 자기에게 단 1분이라도 먼저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일반회원보다 높은 등급인 VIP로 관리된다. 물론 VIP 위에 VVIP도 있다. 그 위에 VVVIP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매일 리딩방 문자메시지를 기다리느라 일을 제대로 못 했다. 메시지가 왔을 때 다른 회원들보다 먼저 매수해야 한다며 계속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었다. 단 몇 초만 늦어도 호가가 몇 퍼센트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해당 리딩방 업자를 찾아가서 ‘문자메시지를 나에게 먼저 발송해달라’며 고액의 선물을 주고 왔단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VIP와 VVIP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최상단이 있다면, 그건 바로 리딩방 업자 자신들일 것이다.
원칙적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1대 1 투자자문’은 불법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1대 1 자문은 투자자문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유사투자자문은 1대 다수의 자문만 가능하다. 즉, 홈페이지나 문자메시지처럼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보내주는 것만 가능하지, 서로 소통하면서 상담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유사투자자문업체에게 “이 종목은 어때요? 저 종목 더 살까요?”라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다. 물론 아예 금융감독원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이거나 불법을 대놓고 하는 업체에 이러한 준법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리딩방 업자들은 개미를 꼬드기기 위해 고수익을 자랑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이조차 거짓인 경우가 많지만, 자신을 따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슈퍼카, 명품시계, 명품백 등을 자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말 그대로, 돈을 쉽게 벌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을 노리는 것이다. 저런 사진을 보고 왜 혹할까 싶기도 한데, 의외로 속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따라 한 회원이 정말 부자가 되었다며 ‘인증샷’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물론, 검증할 수 없는 인증샷이다. 심지어 “대표님 덕분에 차 바꿨어요”, “방장님 덕분에 집 샀어요”라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대다수 리딩방 직원인 경우가 많다. 회원을 모집할 때 ‘최소 00% 수익률 보장’, ‘종목 적중률 00%’, ‘원금 보장’ 등 허위·과대광고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되는데, 미등록 불법업체가 난무하는 마당에 표시광고법이 무서울쏘냐. 심지어 연예인 사진을 합성해서 수익 인증샷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리딩방 업자들은 기부와 같은 선행(?)도 많이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액 기부자 등록이다. 유니세프나 사랑의 열매 등 자선단체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면 ‘아너스 클럽’이라는 고액 기부자 타이틀을 받게 된다. 자선단체 대표와 사진도 찍고 대외적으로 크게 홍보도 해준다.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사진도 남길 수 있다. 리딩방 업자들은 이를 노린다. 약 1억 원을 기부하고 명예를 사는 것이다. 단순히 종목 추천만 하고 돈만 버는 업자가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 따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