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다양한 경험과 직업을 가진 ICT 분야의 전문가다. 현재는 SKT A. PMO와 SK mySUNI 부사장으로 AI를 활용한 사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연구 및 교육 기획을 맡고 있다. 기존에는 SK플래닛에서 신규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모바일 사업 전략과 사물 인터넷 등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했다. 한때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겸직교수를 맡기도 했다. 1996년에 《컴퓨터 119》라는 첫 책을 쓰기 시작해, 2009년 《웹 트렌드 & 전략 리포트》, 2010년 《모바일 이노베이션》, 2013년 《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 그리고 2020년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화》, 2021년 《IT 사용설명서》 등 신기술 트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26년간 IT 분야에서 기업인으로, 저술가로, 교수로, 강사로 다양하게 활동하며 쌓아 올린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ICT 트렌드 및 그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와 우리 일상의 변화, 기업의 혁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現 SKT A. PMO 부사장, SK mySUNI 부사장
전前 다음커뮤니케이션 모바일전략 이사
IT 트렌드 2023
차례
프롤로그 드디어 다가온 새 인터넷 시대의 첫발을 바라보며
PART 1. 변화하는 IT 패러다임
사물 인터넷이 바꾼 제조업의 혁신
•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한 기기의 등장
• 사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소비자와 기업
•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VR과 AR
• 제조업을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기차, 모빌리티의 미래가 되다
•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카는?
• 테슬라가 구축한 미래 자동차
• 차세대 전기차를 제패할 기업은?
• 미래 자동차 시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망한다
• 자동차의 미래는 플랫폼 차
알파고에서 기회를 찾은 기업들
• 외면받기 시작한 프런트 AI
• 2세대 AI 에이전트, 메타버스로 부활하다
• 기업성장의 바탕은 AI 혁신
• AI로 돈 벌기, 쉽지 않아
빅데이터와 SNS 세상의 명과 암
• 빅데이터가 만들어 가는 세상 그 이후
• 기업 데이터와 조직 운영체계
• 데이터를 향한 제3의 전쟁
PART 2. 웹3 레볼루션이 온다
앞으로의 10년, 새로운 웹3 세상
• 새로운 인터넷 가치, 웹3
• 기업이 웹3에서 찾은 것
• 투자 관점의 웹3
• 웹3가 바꾼 인터넷 비즈니스
•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바람, 프로토콜 비즈니스
• 웹3에 대비하는 자세
다시 돌아보는 블록체인
• 블록체인의 부활
• 웹3와 블록체인의 궁합
• 계약서를 품은 화폐 NFT
• 전통 기업의 성장수단이 된 NFT
웹3의 완성은 프로토콜 비즈니스
• 프로토콜 비즈니스의 등장과 한계
• 토큰 이코노미는 웹3의 강력한 축이 될까
• 프로토콜 비즈니스의 완성, DAO
• 눈여겨볼 국내외 웹3 기업, 그들의 가치에 더 주목하라
메타버스 시대와 창작자 경제
• 창작자에 의한, 창작자를 위한, 창작자의 시대
• 돈 버는 기술, P2E와 C2E
• NFT는 진정 욕망의 화신인가
• 플랫폼 권력, 웹3와 메타버스가 이어간다
PART 3. 미래의 웹과 기술
플랫폼 권력에서 벗어난 인터넷의 변화
• 독점에서 시작한 플랫폼 혁명
• AI는 미래 인간이 될까
• 스마트폰은 앞으로 어떤 기기를 더 삼킬까
• 소프트웨어가 로봇을 만든다
•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과 한계
•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워크, 스마트 인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미래
• 엑스테크의 등장, 혁신을 말하다
• 프롭테크 뒤의 기술, 혁신의 집약체
•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등장이 바꾼 것은?
• IoT와 모빌리티가 주도하는 배터리 산업
• 3세대 CPU 시장의 전쟁
• 재생에너지가 대세, 수소에너지와 수소경제
에필로그 웹3가 바꾸는 세상을 기대하며
프롤로그
드디어 다가온
새 인터넷 시대의 첫발을 바라보며
1990년 초 컴퓨터, 1990년 말 인터넷, 2000년 초 웹, 2000년 말 웹2.0, 2010년 초 모바일과 빅데이터, 2010년 말 IoT와 AI, 2020년 초부터는 블록체인과 NFT가 IT 업계의 화두였다. 아니 IT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에 커다란 영향을 줄 만할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한 기술들이었다. 그런 최근의 기술 키워드들이 하나로 대동단결하고 있다. 바로 웹3다. 웹3는 지난 20년의 인터넷 기술에 대한 자성과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과 함께 대두되고 있다. 웹3를 도와주는 기반 기술이 블록체인이며, 그런 변화를 견인하는 플랫폼이 메타버스다. 이러한 기반 위에 만들어진 세상을 가상경제라 부르고 그런 생태계에서는 프로토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만들어진다. 그런 키워드들이 모여 웹3라는 새로운 인터넷 가치철학이 떠오르고 있다.
웹3는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출현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의 기대와 필요 그리고 다양한 기술의 지원하에 숙성되며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웹3의 세상은 기존의 인터넷 세상과 무엇이 다르며, 어떤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웹3 관련 기업과 서비스들 그리고 이를 구현해 주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며 이 시장의 미래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로블록스였다.
MZ세대들에겐 익숙한 ‘로블록스’라는 게임은 이제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2021년 기준으로 월 1.5억 명이 사용하고 하루 4천만 명이 접속해, 페이스북 하루 사용 시간보다 많은 7배, 무려 2.6시간을 사용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직접 만드는 창작자는 8백만 명이고, 이들에게 제공된 수익만 2억 달러에 달한다. 상위 3백 명의 창작자는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여기에 쓰이는 자체 화폐가 ‘로벅스’다. 15년 전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같은데, 그 규모와 대상이 커졌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도토리는 선불 충전 개념으로 싸이월드 내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화폐로만 사용되던 반면, 로벅스는 로블록스에서 아이템 구매뿐만 아니라 돈 버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바꿔 말해 로블록스에서 사용자가 게임이나 아이템을 만들어 이를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그 대가로 로벅스를 받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달러, 한국의 원화, 일본의 엔화처럼 로블록스 내에서는 로벅스가 경제활동의 화폐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게 메타버스 소셜파티 서비스 ‘제페토’에서는 ‘젬’과 ‘코인’이라는 화폐가 로벅스처럼 사용되고, 메타의 ‘호라이즌’에서는 ‘주크 벅스’라는 화폐가 통용된다. 한마디로 스타벅스 앱에서 사용하는 스타벅스 페이처럼 특정 서비스 내에서만 통용되는 디지털 화폐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화폐에 진화의 조짐이 보인다. 특정 서비스에만 갇힌 것이 아니라 서비스 밖에서도 거래될 수 있도록 열리고, 아이템 구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간에 재화를 거래하는 수단이자 해당 서비스에 투자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 화폐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거듭나고 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면 데이터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의 블록체인 분산원장을 이용해 공개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외부망을 통해 발행한 암호화폐는 언제든 사용자가 원할 때 법정화폐로 환전할 수 있고, 다른 암호화폐로도 교환이 가능하다. 서비스사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사용자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다른 화폐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상대에게 송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웹3의 지향점이다. 웹3는 서비스의 거버넌스, 즉 이용 정책을 기업이 아닌 사용자, 이해관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권한과 이윤을 나누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암호화폐, 토큰이다.
이런 암호화폐가 다른 서비스들의 암호화폐와 연계되면서 거대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이것이 웹3라는 지향점으로 구현되는 가상경제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수많은 국가가 있고 그 국가들이 서로의 자국 화폐로 경제가 운영되고, 지구촌 전체가 이 화폐로 무역 및 재화 거래를 하면서 거대한 실물경제를 구축하는 것처럼, 가상경제는 암호화폐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간에 상호 연계되는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상경제는 기존의 인터넷 경제와 무엇이 다를까. 20년간 웹과 모바일 앱은 거대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었다. 신문지는 포털 뉴스로, 레코드판과 테이프는 스트리밍 음악 앱으로, DVD는 OTT로, 책은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장, 백화점, 마트, 레스토랑이 옥션,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으로 달라진 것이 인터넷 경제다. 그런 인터넷 경제는 실물경제와 맞닿아 있다. 네이버나 멜론에서 보고 듣는 것은 실물경제 속 신문사와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이고, 백화점이나 마트, 음식점에 주문한 상품이나 식품은 물론 배달된 상품까지 모두,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곳에서 배송하고, 소비되는 것들이다.
반면 가상경제는 온전히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한다. 현실과 전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놀고 일을 하는 등의 모든 활동을 가상경제계에서만 하는 것이다. 가상경제는 그 자체가 온전히 새로운 완결된 세상이다. 가상경제계에서 돈을 벌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내 아바타를 꾸미고 내 공간에 각종 디지털 굿즈를 채워넣기 위해 디지털 오브젝트나 아이템을 구입하며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다. 가상경제에서 못하는 것은 먹고 싸는 것뿐이다. 놀고 즐기고 사귀고 공부하고 말하고 이야기하고 일하고 돈 버는 모든 것을 온전히 가상경제계에서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연동되지 않고 독자적인 경제계로서 작동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기존 인터넷 경제와 다른 점이다.
기존의 실물경제와 인터넷 경제(온라인 경제)는 서로 연결되어 존재해 왔다. 하루 24시간 중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시간이 대략 6~7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실물경제와 연결된 시간이었고 잠깐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면 화면 밖 현실계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상경제는 아예 현실계와는 차원이 다른 동떨어진 세상이다. 가상세계에 머물면서 나라는 존재를 찾고 만들어가며 사람들과 어우러져 생활하면서 내 디지털 자산을 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 세상은 마치 게임처럼, 하지만 그보다 차원이 훨씬 깊고 넓은 일상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그런 가상경제를 위한 플랫폼이 메타버스고, 그런 메타버스에서 사용되는 화폐가 토큰, 암호화폐다.
앞으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으로 인해 새로운 제3의 세계로서 가상경제가 개막될 것이며, 그런 생태계가 지향하는 것을 가리켜 웹3라고 부른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10년의 인터넷을 만들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인 웹3를 둘러싼 변화와 혁신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전망해 보았다.
Thanks to. JW ♡ BJ
기업 현장이나 우리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디지털 기술은 크게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이는 디지털 기술로는 웹, 모바일 등이 있고, 잘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디지털 기술로는 AI, 클라우드, 데이터 등이 있다. 웹, 모바일은 2000년대부터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PC로 인해 태동된 웹 그리고 스마트폰 덕분에 시작된 모바일은 우리에게 편리한 삶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PC, 스마트폰에 이어 TV, 시계, 가전기기와 자동차까지 인터넷에 연결되며 또 다른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그렇게 보다 많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더 진보된 AI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클라우드, 데이터 관련 기술들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 디지털 기술과 숨겨진 디지털 기술은 상호 작용하면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이 바꾼 |
주변에 있는 사물 중 인터넷에 연결된 것들은 몇 개나 될까? 우선 PC나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은 당연지사고 TV를 넘어 에어컨이나 냉장고와 같은 백색가전과 로봇 청소기, 오븐 등의 가전기기들도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사무실에 있는 복합기, 보안 카메라, 전등도 인터넷에 연결되기도 한다. 주차장, 신호등, 가로등 등의 다양한 공공시설 내 다양한 사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보다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IoT 시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한 기기의 등장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고성능의 CPU와 메모리, 각종 프로세서와 저장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가격이 1백만 원은 훌쩍 넘으니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기본적인 입출력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가 그렇게 고성능의 자원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로봇 청소기에 키보드나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내장할 수 없을뿐더러 CPU나 메모리 등을 넣을 수도 없다. 1만 원도 채 안 되는 전구에 이런저런 반도체를 넣을 수도 없다. 그러니 사물 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는 이렇게 인터넷에 연결되는 갖가지 사물을 보다 쉽게 제어하고 관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려가 필수다.
각각의 사물별로 스마트폰 앱을 개별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 복잡하다. 그렇다 보니 사물 인터넷이 확산하는 과정에는 기존의 모바일 앱을 넘어선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일일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에 명령을 내리고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자동화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외출 후 집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거실 전등이 켜지고, 더운 날씨에는 에어컨이, 추운 날씨에는 보일러가 작동되어야 한다. 외출할 때 작동할 필요가 없는 전자기기들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고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해야 한다. 그렇게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들이 주변 상황을 인식해 자동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AI의 도움이 필수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이들 사물에 연결되어 자동으로 관리, 제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구글 홈을 이용해 연동한 사물 인터넷 기기들을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설정하는 화면 |
사물 인터넷의 고도화 과정에는 인공지능이 이들 사물을 연결해서 자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사물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AI를 만들 수도 없고, 만들었더라도 그렇게 제각각 만든 AI는 따로 작동할 것이므로 사용자 경험도 일관되지 않아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사물을 하나로 연결해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된 AI 플랫폼이 필요하다. 현재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AI, SKT의 누구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제조사별로 규약이 서로 달라 상호 연동이 중요한데, 매터Matter라는 표준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AI 플랫폼 기업과 삼성전자, 샤오미, 화웨이 등의 세계적인 제조업체가 참여해 사물 인터넷의 호환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 매터의 구성도 (출처: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
사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소비자와 기업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는 제어가 쉽고 편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서비스를 연동해서 자동화가 된다는 것, 셋째는 데이터가 수집되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이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다가 막 잠들기 전에 전등을 끄고 선풍기까지 끄려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기가 AI로 스마트폰과 연결되면 음성만으로 이 기기들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면서 자동으로 전등이 켜지고 커튼이 활짝 열리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사물 인터넷 기기는 제어가 편하고 자동으로 작동한다. 기존의 기기들은 조작하기 위해 직접 스위치를 누르거나 리모컨을 이용해야만 했다. 누르지 않으면, 즉 입력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은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원거리에서 스마트폰 앱이나 스마트 스피커 등의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다. 그만큼 제어가 쉬워진다.
◀ 헤이홈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사물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전자기기의 리모컨 기능을 앱으로 제어할 수 있다. |
또한 굳이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사용자가 미리 입력한 루틴에 따라 특정한 조건이 되면 그에 맞춰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고, 2차적으로는 완전 자동화가 가능하다. 이미 TV나 에어컨 등에는 예약 설정 기능이 있어 특정 시간이 되면 기기가 자동으로 꺼지거나 켜지게 할 수 있다. 사물 인터넷 기기는 그보다 더 복잡한 설정으로 자동화해서 작동한다. 비가 오는 날 저녁 6시 이후 해가 떨어지면 거실 베란다 쪽 전등이 파란색으로 켜지도록 하거나, 사용자가 별도로 입력한 명령 없이도 아침에 집을 나서면 선풍기나 공기청정기 또는 보일러가 자동으로 꺼지는 동작 역시 AI가 자동으로 상황을 인지해서 사물 인터넷 기기들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사물 인터넷과 연동된 AI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부가 서비스들이 생겨나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수 있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전자기기와 가전기기, 가구를 포함해 각종 사물 인터넷 기기가 AI에 수집하는 데이터는 기존에는 추적조차 불가능했던 것들로 양질의 광범위한 자료다. 지난 20년간 인터넷 산업을 이끌어 온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그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누구와 친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것을 사고 싶은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광고, 상품 판매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들은 사용자가 직접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정보를 입력해야만 수집할 수 있다. 반면 사물 인터넷은 사람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직접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이터가 수집된다. 가정에 어떤 사물들이 있고, 그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는 얼마나 소비하는지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패턴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수집된다. 특히 자동화된 사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컨텍스트, 이를테면 언제 집에 사람이 있는지, 출퇴근 및 수면 시간 등 여러 일상 속 데이터들이 수집되므로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로는 알기 어렵던 여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검색과 SNS 시장을 지배했던 인터넷 서비스가 지난 20년간 얼마나 큰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목격했듯이, 이렇게 사물 인터넷과 연동된 AI 서비스를 확보한 기업은 향후 10년을 뛰어넘어 20년간 더 큰 비즈니스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구글의 네스트 사업부에서 만드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 (출처:구글)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VR과 AR
점점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갈 텐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이어 세 번째 디바이스가 될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 스마트폰만큼 많이 보급되고 오랜 시간 사용해야 하는 대체 불가능한 기기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기 에너지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카가 세 번째 디바이스의 후보가 될 수는 있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만큼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제3의 디바이스라 부르기에는 약하다. 자동차는 누구나 구입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고 운전면허증이 없는 10대나 일부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다. 1백여만 원이 아니라 수천만 원이나 되는 기기이기 때문에 보편적 디지털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일부 사용자층을 껴안고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공략하며 제한된 영역에서 인터넷 기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세 번째 디바이스로는 적합하지 않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은 제3의 인터넷 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 같은 고성능의 컴퓨팅 파워와 스마트폰 같은 편리함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입력장치와 출력장치, 뛰어난 컴퓨팅 자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미 2007년부터 출시되기 시작해 보급 중인 스마트 스피커와 2021년부터 점차 확대 중인 VR 디바이스, 이 2가지가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 스피커는 입력과 출력이 오직 음성과 소리로만 작동한다는 점, 많이 보급은 되었으나 모바일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가 출시되긴 했지만 컴퓨터만큼의 성능도 아니고 모바일 앱만큼 다양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제약이 많다. 그렇다면 VR은 어떨까? 메타로 회사 이름까지 바꾼 페이스북이 공격적으로 ‘퀘스트’라는 디바이스를 마케팅하고 제품을 개발 중이며, 그 외의 빅테크 기업들도 VR, AR 등의 메타버스를 지원하는 디바이스에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스피커와 달리 고성능의 컴퓨팅 파워와 컴퓨터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넓은 화면 출력을 지원하며, 스마트폰처럼 휴대도 할 수 있으므로 VR이야말로 차세대 디바이스로 주목된다.
특히 머리에 쓰거나 안경처럼 착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안경처럼 착용하는 방식으로 이용되는 AR 기기는 안경 너머 현실을 보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공감각을 살린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준다. AR을 쓰고 레고를 바라보면 조립할 방법을 안내해 주는 매뉴얼이 뜨고, 에러 메시지가 표시되는 세탁기를 바라보면 점검해야 할 세탁기 특정 부위가 바로 표시되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직접 고치기 어려운 경우 바로 AI 상담사를 호출해서 안내받고 에이에스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제품명을 입력하고 기초적인 에러 점검 등을 할 필요가 없다. AR을 통해 점검해야 할 가전기기의 특정 부분에 대한 정보가 바로 표시되고, 안내받을 수 있으며 고객 상담도 즉각 가능하다. 기존에 PC 웹, 모바일 앱, 전화 통화로 하던 모든 것을 AR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대중성 있는 인터넷 기기가 되려면 확장성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기존과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카는 외관은 다르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거나 색다른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지는 못했다. 노트북은 PC와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뿐 새로운 앱의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고,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스마트 스피커는 기존의 기기와 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한된다. 또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카는 스마트폰과 연계되어 동작하는 부수적 기능에 불과해, 독립된 기기로서 고유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그런 면에서 VR, AR은 독립된 기기로 기존의 PC나 스마트폰과 연계할 필요 없이 작동되며 고유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독자적인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기는 기존의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 스피커 등의 기능을 가상으로 구현해 비슷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PC로 하던 웹브라우징이나 문서 확인, 이메일, 카페, 블로그, 검색과 쇼핑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VR, AR 역시 기존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하던 서비스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기존 기기로는 하지 못하던 새로운 것까지 더해 신규 서비스의 체험까지도 실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PC, 스마트폰에 이은 새로운 VR, AR 등의 기기는 웹, 모바일을 뛰어넘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웹으로 인해 인터넷 비즈니스, 모바일로 인해 O2OOnline to Offline의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 것처럼 메타버스는 가상 비즈니스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VR, AR의 잠재력과 활용도
VR은 현실과 같은 몰입감과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 기술로 만든 가상세계를 말한다. 이미 세컨드라이프나 싸이월드, 제페토, 이프랜드, 게더타운 등의 서비스들이 그런 VR을 지향한다. AR은 거꾸로 현실에 디지털 정보를 가져와 더욱 연속적인 인터넷 경험을 하게 해준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을 비추면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정보가 화면에 입혀져 나타나는 것도 AR의 사례다. 포켓몬 고 앱이나 이케아 앱을 이용하면 특정 장소와 공간에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정보가 보인다. 거실 공간에 실제 소파를 놓을 수 있고, 책상 위에 스탠드를 놓거나 벽에 그림을 걸어볼 수 있다.
이런 VR과 AR이 안경처럼 쓸 수 있는 전용기기를 이용하면 극강의 편리함을 선사한다. 준비된 책상에 자리 잡고 앉지 않아도, 늘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안경처럼 쓰면 바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안경 너머 현실 세상에서 바로 인터넷을 만나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즉시 가상세계를 불러와 디지털 경험을 할 수 있다. 주변에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없이도 인터넷을 언제든 불러와 이용할 수 있고, 문서 작업이나 사진 편집 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꿈의 인터넷 세상이 바로 VR, AR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세계, 인터넷으로 구현된 온라인 세계 이후 세 번째의 가상세계가 바로 메타버스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현실과 가상이 모두 융합되는 새로운 세상이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다.
제조업을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간 웹 덕분에 미디어, 콘텐츠, 유통업에 큰 변화의 기회가 마련되었고, 모바일 덕분에 통신, 교통, 배달, 금융 분야에 혁신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처럼 인터넷 기술의 진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 예술, 의료 등의 산업 영역에도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조업의 사업 혁신에 대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간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혁신은 제품 자체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리되도록 하는 제품 혁신, 또는 제품 개발이나 제조, 생산 공정, 판매와 마케팅 등 특정한 사업 프로세스에서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열리고 고객들의 인터넷 사용 습관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사용자는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큐커’는 오븐 안에 4개의 영역을 구분해 4가지 요리를 동시에 조리할 수 있다. 작동 방식이 복잡하다 보니 ‘스마트싱스’ 앱을 이용해 요리 레시피를 확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은 밀키트나 가정간편식 상품 뒷면에 바코드가 있는데, 이를 앱으로 스캔하면 자동으로 레시피가 화면에 보이고 어떻게 큐커로 조리할 수 있는지 안내된다. 큐커 안의 4가지 영역마다 온도와 시간 등 최적의 설정값이 자동으로 세팅되므로 재료만 준비해 지정된 영역에 두면 자동으로 조리된다. 조리하는 동안 스마트싱스에 알람으로 조리 과정과 조리 방법이 수시로 안내되므로 요리 초보자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 일부 오븐이나 냉장고에는 내부에 카메라가 장착되어 조리되는 요리나 보관 중인 식품의 상태가 어떤지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최근 가전기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사용자에게 좀 더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로봇 청소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AI 기능이 접목되면, 장애물을 피해가며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 등 각각의 영역을 인식하고 특정 영역만 청소하거나 일부 방은 청소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청소기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집 밖에서도 집 안 곳곳을 마치 CCTV 보듯이 확인할 수 있다. 청소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청소기를 끄거나 켜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성능보다 더 강력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제품의 가치와 경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구글이 2014년 32억 달러에 인수한 네스트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들을 제조하는데, 이 중 IP 카메라 ‘네스트캠’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스마트폰의 앱이나 웹으로 촬영 중인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저장된 영상을 다시 볼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CCTV나 IP 카메라와 다를 것이 없다. 네스트캠의 차별화된 가치는 인터넷에 연결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AI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즉 네스트캠으로 촬영된 영상 속에 미리 등록한 사람 이외의 다른 인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려준다. 또한 사람들이 대화하는 음성 등이 들리면 이 또한 구분해서 알려준다. 일반적인 소리인지 사람 목소리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심지어 강아지 짖는 소리도 인식해서 알려준다. 영상 속에 녹화 중인 것을 AI가 분석해서 계속 알람으로 알려주고, 녹화된 영상 속에서 특정 장면만을 빨리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나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장면, 모르는 사람이 등장한 장면 등이다. 게다가 택배기사가 물건을 나르는 장면도 인식해서 현관문 앞에 네스트캠을 달아두면 택배가 온 것도 바로 알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해 기존 IP 카메라가 주지 못하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AI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제품 자체가 혁신적으로 진화했다. 단, 이러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IP 카메라로 촬영되는 영상을 확인하고 녹화된 영상 일주일 치만 볼 수 있지만, 구독료를 내면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과 2개월간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제 인터넷과 연결되어 앱과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가치와 경험을 혁신시켜 주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밀키트나 가정간편식 등의 사례처럼 QR코드를 넣어 레시피 등의 정보를 앱으로 안내해서 오븐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메타버스 패러다임에서는 공간과 각종 사물이 인터넷, 디지털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사용성을 높이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사용자 경험의 확장 도구로 혁신한 제조업
세계 최대의 농기구 제조업체인 존 디어는 2012년 농부들이 농기구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마이존디어MyJohndeere’를 출시했다. 지금은 존 디어 운영 센터로 바뀌었는데, 농부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농장 각 부분에서 진행되는 각종 운영 지표를 관리할 수 있다. 즉 존 디어의 장비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농장의 데이터와 외부에서 확보한 기후와 토양 상태, 작물 특징 데이터를 활용해 정밀 농업을 시행하는 데 도움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농부들이 밭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개별 작물의 작황 상태를 파악해 농장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돕는다. 농부가 비료를 언제 얼마나 줄지, 씨앗을 얼마나 깊이 심어야 할지, 물을 얼마나 줄지, 어떤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덕분에 농부는 경작 면적당 수익을 최적화할 수 있다. 존 디어는 드론, 로봇 같은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자율주행으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농부를 노동에서 해방시킨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율주행 과정에서 각종 농기구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사물 인터넷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한마디로 농기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한 기업이 존 디어다.
전기차, |
전기차 시장은 점차 기존 화석 에너지 기반의 자동차를 디지털로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기차는 에너지원이 전기라는 점이 핵심이 아니라 무엇보다 기기의 전장화와 함께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카라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의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면서 모바일 기반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처럼 스마트카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여러 기업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경쟁 구도를 통해 미래의 스마트카가 가져올 비즈니스 혁신을 전망한다.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카는?
애플의 애플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다음으로 애플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소문만 무성하고 언제 출시될지 설왕설래가 많다. 사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애플카를 준비해 왔다. 심지어 2015년에는 테슬라 임직원을 스카우트하기도 했고 이듬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율주행차의 시범 운행 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소문만 모락모락할 뿐, 이후 관련 인력들의 정보 유출과 퇴사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 이후에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의 협력 소문과 애플카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주행까지 했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과연 애플은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같은 정보형 단말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교통수단인 자동차 시장에 어떤 비전으로 전략적 대응을 하는 걸까.
2022년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애플이 매년 6월경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애플은 차세대 카플레이를 선보이며 애플이 꿈꾸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때 소개된 내용을 보면 앞으로 차량 내 모든 디스플레이는 카플레이를 이용해 아이폰의 내비게이션이나 음악, 문자 메시지는 물론이고 차량 주행시간, 주행속도, 연비 등의 공조 정보를 비롯해 에어컨, 라디오, 좌석 위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애플카라고 해서 굳이 애플이 직접 만든 자동차일 필요는 없다. 구글이 삼성의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장을 지배한 것처럼, 애플 역시 다른 완성차에 카플레이를 아이폰과 연동하거나 아예 카플레이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해 이미 형성된 애플의 생태계에 편입되어 익숙해진 마니아를 차량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카플레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기존 차량 제조사 입장에서는 화석 에너지에서 전기 에너지를 바꾼 전기차 하드웨어 개발에만 집중하고, 차량 내에서 사용자 경험을 완성시켜 줄 소프트웨어는 애플에 의존하면 된다. 한마디로 차량 내 디스플레이와 혁신적인 차내 경험은 애플이 채워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미래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깡통만 만들어 팔고 진정한 고객 가치와 새로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