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 10주년, 50번 시집 출간을 기념해 20명의 시인이 저마다의 시절에 관한 시절시집을 엮었다. 김소형, 김현, 민구, 박소란, 박준, 서윤후, 성다영, 신미나, 양안다, 유계영, 유병록, 유희경, 임경섭, 임지은, 전욱진, 조온윤, 최지은, 최현우, 한여진, 황인찬이 참여해 각각 세 편의 시절 시와 시작노트를 내놓았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수강생 미자는 강사인 시인에게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회고하는 과제를 받는다. 과제를 생각하며 그는 이 햇살이 어제의 그 햇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름다움'의 순간이 언어를 만나면 '시인 줄 모르고 시의 마음을 품었던' 그 시절이 생생해진다. 시절시인들에게 시는 운동장이고 떡볶이고 도넛이다. 여는 글을 대표해 적은 시인 유희경은 시의 기분을 이렇게 바꾸어 적어본다.
등에 쓴 이름을 읽어보는 일
밤이 좋아지는 방법
분홍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
쌀떡과 밀떡의 기분을 구분해보려는 노력
역시 시란, 도넛을 나누는 기분...... (6쪽)
시인의 시를 읽어 보고, 한 줄을 따라 적어 보고, 시를 적은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나의 시까지 도달해보는 기분을 쥐어보기에 알맞은 시집이다. 시의 마음을 품은 새시대의 시절 시인들에게 이 시집을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