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한 권
‘어디야?’ 그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이 세 글자와 물음표가 있으면 그다음엔 장소들로 이어진다. ‘어디야?’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 답을 하고 고개를 드는데 그가 내 앞에서, 내 쪽을 향하여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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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멀어지는 사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 말을 했다
말은 떠다니고
그러다
너는 박차고 일어나
걸어 나가고
말이 끝나면 정말 끝이 날까봐
나는 계속 말을 했다
여름이 오고 다시 같은 기억으로 괴로워하다가 여름으로 버려질 테고 거의 정지 화면처럼 한없이 느리게 여름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겠지 여름의 모양을 따라 또 함께 걷고 싶었던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겠지 나는 여름을 다 살지도 못한 채 여름의 폐허만을 사랑한 채
어떤 물은 사람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녹아 물이 되듯이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을 오래 간직해야지 하는 생각
나는 너의 왼팔을 가져다 엉터리 한의사처럼 진맥을 짚는다. 나는 이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같아. 이 소리는 후시녹음도 할 수 없거든. 그러니까 계속 걷자. 당근의 비밀을 함께 듣자. 펼쳐진 것과 펼쳐질 것들 사이에서, 물잔을 건네는 마음으로.
이번엔 시가 나를 ‘새하게’ 했다.
그런 다음 나를 날지 못하게 하고, 날개를 꺾었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이 시 좋네요. 자작시예요?”
나는 짐짓 모른 척하고 말을 붙였다.
“아니요. 누가 이런 좋은 시가 있다고 보내줬어요. 나한테 딱 어울리는 시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이렇게 붙여놓고 매일 읽어봅니다. 나도 구두를 닦을 때마다 별을 닦는다고 생각하면 은근히 마음이 좋아져요.”
나는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져 자칫 내가 쓴 시라고 말할 뻔했다.
선생님도 모르겠죠
표정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창작수업」中
그대의 한 걸음은 새로운 인간들의 소집이고 이들의 전진이다. 그대가 고개를 돌리면, 새로운 사랑! 그대가 고개를 다시 돌리면, ─ 새로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