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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저자 >
시
이름:
이현호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1983년, 충청남도 전의
최근작
2024년 11월 <
나만의 미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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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주파수의 저녁
ㅣ
시인동네 시인선 241
박미향
(지은이) |
시인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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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깎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초승달 모양으로 하얗게 올라온 손톱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얼마만큼 자란 뒤에는 알아서 생장을 멈춘다면 좋으련만, 손톱은 적당함을 모른다. 무슨 고지서처럼 손톱깎이를 들어야 하는 날은 번번이 돌아온다. 그냥 내버려 두자니 생활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도 없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니 말이다. 속절없이 평생 손톱을 깎는 일을 되풀이할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손톱의 처지에서는 어떨까. 손톱 조각이 한때 내 몸의 일부였음을 우리가 기억하듯이 만약 손톱도 그렇다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제 손으로 매몰차게 제 몸의 한 부분을 잘라버린 우리를 원망할까? 하나의 몸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할까? 이제껏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 일을 담담히 받아들일까? 어쩌면 멍에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낄는지도 모르겠다. 감수성이 뛰어난 손톱이라면 한 편의 시를 쓸지도 모를 일이다. 손톱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까닭은 이것이 『붉은 주파수의 저녁』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박미향 시인의 이번 시집은 손톱같이 익숙한 소재와 손톱을 깎는 일처럼 일상적인 체험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친숙하고 일상에 맞닿은 이야기이니만큼 시인의 언어는 일견 복잡하지 않지만, 이면에 도사린 감정은 미묘하며 행간에 숨은 의미는 깊다. “복숭아와 거미와 파도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어느 것을 따라가야 그들의 내면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밤의 말」)라는 시구는 박미향 시의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편, 잘라도 잘라도 돋아나는 손톱은 잊으려 애써도 잊히지 않고 되살아나는 기억과 닮았다. 『붉은 주파수의 저녁』에서 그 기억은 대부분 부재와 상실과 관계된다. “사라진 것들과 내가 한 문장으로 만났다//한 줄의 텅 빈”(「오독」)이라는 구절이 말하는바 박미향의 시는 고통스러운 기억과 그것이 환기하는 빈자리를 되짚는다. 상처와 그리움이 대신하고 있는 자리를 더듬으며, 사라진 것들의 의미를 묻는다. 삶을 지탱했어야 할 것들이 “다/빠져나가고//남은/빈집 한 채”(「골다공증」)가 되어서도, 그 빈집을 다시 시로 채우며 살아간다. 기억을 반추하며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이유는 똑바로 마주 보지 않고는 그것들을 제대로 잘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손톱을 자른다 오래 묵은 질긴 인연을/자른다 내내 심란했던”(「요양병원」)이라는 구절처럼, 시인은 자기 안팎을 둘러싼 온갖 상실과 그리움을 톺아본다. 그럼으로써 온전한 나 자신이 되고자 한다. 「꿈꾸는 월요일」에서 시인은 “상처가 생길수록 나는 더 선명해질 거야”, “상처가 곪을수록 나는 더 분명해질 거야”라고 말한다. 이는 상처를 시로 되살리는 일이 결국 자신을 구원하리라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믿음은 박미향 시인이 시를 쓰는 원인이자 결과이며, 상실과 그리움은 그 시세계의 작동 원리다. 이제까지 『붉은 주파수의 저녁』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으니,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시편을 중심으로 논의를 좀 더 진척해 보자. 아이는 거실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본다 나는 부엌에서 김밥을 말고 모든 것은 실제보다 묘사할 때 더 빛난다 깻잎을 말아 만든 김밥은 한결 먹음직스럽다 묘사된 초가을을 한 잎씩 베어 물며 나는 리스본행 열차에 올라탄다 스크린 앞에 서면 나는 낡아버린 여자, 떠나간 것은 늘 아름답게 부풀어서 목이 메이고 상념을 곁들여 싼 김밥은 속이 많아 목에 걸린다 기억은 김밥처럼 서로 다른 고명을 말아 하나로 묶여 있다 질문도 대답도 없이 나는 그것을 묵묵히 씹어 삼킨다 리스본행 열차에 올라타도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여자, 딸아이와 김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김밥」 전문 이 시는 김밥과 영화라는 친숙한 소재, 딸아이와 함께 김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일상의 모습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불행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이 화목한 풍경을 깨뜨리는 것은 불쑥 솟아난 기억이다. “서로 다른 고명을 말아 하나로 묶”은 듯한 이 기억‘들’ 앞에서 ‘나’는 목이 멘다. 실제로 김밥이 목에 걸렸다기보다는 미처 다 삼키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 때문일 것이다. “떠나간 것”이라는 표현에서 짐작하건대 기억은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나 어떤 상실의 경험과 얽혀 있다. “모든 것은 실제보다 묘사할 때 더 빛”나듯이 그 기억의 이미지는 현실을 압도한다. “아름답게 부풀어”버린 기억 앞에서 “낡아버린 여자”가 된 나는 하릴없이 “그것을 묵묵히 씹어 삼”킬 뿐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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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달래는 사람
ㅣ
걷는사람 시인선 99
휘민
(지은이) |
걷는사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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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서 우리는 숱한 질문을 만난다. 대부분 시가 의문문으로 쓰인 구절을 한둘쯤 품고 있어서다. 그 돌올한 질문들은 마치 뒤에서 누가 부르는 것같이 시를 읽어 나가는 우리의 눈길을 잡아챈다. 때로는 과속방지턱이 되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때로는 돌부리가 되어 당연하게만 여겼던 생각을 거꾸러뜨리고, 때로는 폭포수 같은 격정까지 품는 용소가 되어 우리가 거기에 몸 담그게끔 한다. 이렇게 시인이 던진 질문을 딛고 선 우리는 비로소 똑바로 세계를 마주한다. “쇠스랑 같은 질문”(「견갑」)으로 파헤친 세계에는 “실마리를 당기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물기 없는 슬픔들”(「씹던 껌」)이 가득하다. 우리는 원자같이 세계를 구성하는 슬픔을 보며, “상처투성이 등으로 지옥을 실어 나르는”(「코끼리에게」) 것이 삶임을 깨닫는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몇 겹으로 눌러 둔 슬픔이 저 홀로 어깨를 들썩이는 것도 몰랐다”(「팝업 하우스」)라는 구절처럼, 그동안 모두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일 따름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시인은 “검은 질문들의 잔등을 긁어”(「타투이스트」) 부스럼을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질문이 곧 기도이고, 구원인 까닭이다. 자신에게 타인에게 세상에 괜찮으냐고, 슬픔이 넘치는 세계에 이대로도 괜찮은 것이냐고 계속 묻지 않으면, 현실은 고착되고 “미래는 가까워지지 않”(「신분당선」)는다. 그래서 시인은 “구부렸다 펴는 힘줄의 의지로/절망의 순간을 품에 안는” “파라다이스날뱀”(「시인」)처럼, “골똘하게 손끝을 구부려 물음표를 만들어”(「타투이스트」) 보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이 물음표는 절망을 헤치는 낫이자, “오지 않을 미래를”(「테트리스」) 끌어당기는 갈고리이며, “먼저 오는 슬픔을 마중하러”(「시인」) 가는 지팡이고, 끝내는 “미끄러운 슬픔의 뼈대를 더듬”(「손쓸 수 없는 아름다움」)는 손길이다. 숱한 질문으로 들추어낸 온갖 슬픔의 목록인 이 시집은 “슬픔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플롯 연습」)지를 집요하게 캐묻는다. 그 질문들은 섣부른 해답이나 어설픈 위로 같은 “거짓의 마음”(「상고대」)을 버린 이의 표현법이라서 진실하고 또 미덥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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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 돼요
ㅣ
시작시인선 423
박영선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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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시인은 지금이 아닌 “내일의 시집”을 위해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끝내 자신을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한다. 이것이 자기애의 표출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는 스스로 흡족한 시를 쓰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한 명의 시인이 되겠다는 의지다. 그럼으로써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화해하겠다는 선언이다. 박영선 시인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이 결코 평탄할 리 없다. 또한 끝내 막다른 데 다다를 그 길은 오롯이 혼자서만 갈 수 있는 외로운 길이다. 누구보다 시인 스스로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시인을 지켜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가 지나간 자리에 ‘잠깐만 앉았다 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문 나는 조금은 엉뚱한 말로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상처 많은 놈이 자연산이라네”(「날것끼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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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경현
(지은이) |
별빛들
| 2020년 7월
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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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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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 씨의 글에서는 마음의 지옥과 천국을 전심전력으로 애써 넘나든 사람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좌절 위에 서 있고, 미래는 절망을 디딤돌 삼는다. 경현 씨의 글이 든든하고 미더운 것은 그 때문이다. 경험에서 비롯한 그의 글은 허황되지 않다. 허울뿐인 위로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그가 건네는 위로는 특별하다.
5.
미리보기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경현
(지은이) |
별빛들
| 2019년 6월
12,000
원 →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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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 씨의 글에서는 마음의 지옥과 천국을 전심전력으로 애써 넘나든 사람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좌절 위에 서 있고, 미래는 절망을 디딤돌 삼는다. 경현 씨의 글이 든든하고 미더운 것은 그 때문이다. 경험에서 비롯한 그의 글은 허황되지 않다. 허울뿐인 위로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그가 건네는 위로는 특별하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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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듯 속삭이듯
ㅣ
천년의 시 78
송달호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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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우리나라 민속에 ‘비손’이라는 말이 있다. 두 손을 비비며 병이 낫거나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고 신에게 비는 일을 일컫는다. 송달호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저 비손하는 마음이 돋보인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사랑에서 비롯한 걱정과 연민을 머금은 그의 시선은 우리 주변을 등대처럼 밝히며,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연약한 존재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어머니가 자식의 상처를 대하듯 시인은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연대와 위로로써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비손에는 빛바래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다. 특히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활개 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 시집이 전하는 선량함은 더욱 빛난다.
7.
크게보기
낙관주의자의 빈집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254
허순행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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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의 빈집』은 지독한 상처와 외로움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바둑판 앞에 앉아 자세를 가다듬는”(「신인류」) 것처럼 허순행 시인에겐 시작(詩作)의 공간이기도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여, 허순행의 시 쓰기와 함께 빈집에서의 낙관은 계속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이 낙관이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둠에 작은 구멍을 낸 아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통해 바깥을 건너보기 시작할 것이다. 내면으로만 깊어지던 시선은 자연히 바깥으로 눈을 돌릴 터,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시인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 타인의 상처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지 않겠는가. 아픔으로 맑아진 허순행 시인의 귀는 이제 “낯선 길 위 버려진 구두 한 짝이/누군가의 슬픔으로 보이는 것”(「혼자 남겨진다는 것은」)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마치 “마루 밑 어둠 속에서/고양이 한 마리가 또록또록 눈뜨고 있다/환하다”(「여름이 오기 전에」)라는 구절 속 고양이처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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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입체들의 고독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235
한지혜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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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는 마음결의 무늬가 다채로운 시인이다. 마치 수채화(水彩畵) 같다. 그 무늬로 쓴 시는 정갈하기 그지없어서 읽는 이의 마음속까지 투명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간다. “한 아이가 저녁이 오는 수채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부러움」)는 정경(靜境) 위에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덧입힌 색채의 문체는 오직 한지혜의 시에서만 볼 수 있는 기술(技術)이다. 그 기술은 그의 분신일 터,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기이하고 부드러운」)이 자꾸 머릿속을 파고드는 이유는 나 또한 그의 기술에 동화되어 가기 때문이리라. 지리멸렬한 시의 오늘이 일순 밝아지는 느낌! 『모든 입체들의 고독』이라는 이 낯설고 기이한 제목의 시집은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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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분지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208
강미화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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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슴속에 커다란 분지 하나를 들여놓고, 세상 모든 바람을 거둬 기르는 사람이 있다. 바람은“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라는 유명한 시구처럼 그를 살게도 하지만, 때로는 태풍이 되어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한다. 잎이 무성한 나무가 그만큼 그늘을 거느리는 것처럼, 삶의 욕망 뒤에는 그만한 죽음충동이 들끓는다. 이 바람 앞에 선 그의 두 발은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뒤척이며,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백기처럼 펄럭인다. 생사(生死)에 대한 상념에 사로잡힌 그의 눈에 비친 이 세계의 진상(眞相)은 “허방으로 가득 차 있”(「눈사람」)다. 허무의 거울에 비쳐진 죽음의 풍경들. 그는 ‘검버섯’이 가득 핀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해 떠듬떠듬 입을 벙긋하며 입 밖으로 바람을 토해낸다. 봉인을 하려는 듯 그 바람들을 종이 위에 꾹꾹 눌러 쓴다, ‘페넬로페의 베 짜기’ 혹은 사형수가 어찌할 바 없이 흔들어보는 쇠창살의 미약한 진동 같은 그 바람의 기록들을. 이토록 절망적으로 아름다운, 장중한 시의 고백을 오랜만에 듣는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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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시간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198
전태련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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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련 시인의 시집 『빵 굽는 시간』은 시인이 새로 쓴 「아가」이자 시로 쓴 ‘사랑학개론’이다. 이 시집을 통해 시인은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탐문하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면 그 사랑에 이를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사랑의 서투름을 직정적인 어조로 노래한 시들은 우리를 사랑의 급류 속으로 던지며,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시적 화자들은 실제로 우리가 사랑 앞에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고민을 같이하며 공감의 영역을 확장한다. 시를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하고, 그 사랑은 “간 쓸개도 버”릴 정도로 나를 비워야만 가능하며,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모양인 ‘11’처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함께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임을 배운다. 또한 상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때라야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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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얼룩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150
문순영
(지은이) |
문학의전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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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묻은 얼룩을 지르잡다가 문득 생각한다. 어차피 염색을 거친 옷감인데, 나는 왜 거기 반점 하나 덧칠되는 걸 가만두지 못하는 걸까. 무늬와 얼룩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늬를 원했기에 물이 들다/그만 얼룩이 되어버렸다”(「물든 바지를 입고」)라는 구절처럼, 우리는 무늬만을 원한다. 얼룩은 되어버리는 것, 우리 의사와는 무관하게 ‘묻는’ 것이다. “자신의 뜻 아닌 데서 쓰다듬어지는 날들”(「그리워하다, 분재」)을 살 때, 얼룩이란 투명한 마음에 덕지덕지 들러붙는 것들의 대명사이다. 선인들은 말한다. 상시 마음 거울이 얼룩지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문순영 시인은 이 시집에서 얼룩이 무늬가 되는 연금술을 선보인다. “상처 난 짐승의 가죽이 소파의 무늬가 되”고 “옹이 박힌 흉터가 아름다운 무늬의 책상”(「나이테에 걸린 옹이」)이 되는 진경(眞境). “뒤집어쓴 상처가 무늬가 되”고, “아프나 아름다운 이력이 되는 생”(「그리워하다, 분재」) 앞에 나는 부끄럽다. 수챗구멍으로 흘러간 얼룩들에게 미안해진다. 문순영의 시집 『사려 깊은 얼룩』이 내 마음에 남긴 엄중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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