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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박후기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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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큰글자책] 그림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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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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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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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경의 시는 환부 속으로 들이부어진 소금처럼 상처뿐인 생을 고통스럽게 드러낸다. 상처에서 비롯된 절망은 다분히 여성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엄마와 아내와 소녀와 애인은 애초에 그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그는 시를 통해 여자들에게 정주定住를 애원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이별이다. 허무적이며 염세적 여행자인 그는 여전히 생의 주변부를 빈손으로 떠돌지만 가질 수 없는 언어를 구걸하지는 않는다. 생의 허기에서 비롯된, 빈사瀕死 직전에 써지는 반짝이는 시.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는 ‘죽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인이 가진 최후의 아이템이다. 두 번째 시집에 이르러서야 겨우 아물기 시작한 시인의 상처가 시집 곳곳에서 반짝인다. 새 모양의 흉터가 좀 더 멀리 날아갔으면 좋겠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최정아의 시는 발랄해서 좋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잘 읽히거니와, 시를 이해하는 데 부담이 없다. 시집 한 권의 무게가 천근처럼 느껴지는 요즘 시단의 풍토와는 동떨어져 있다. 시에 대한 근엄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쉽게 읽히는 시가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 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보라. 영혼이 가볍지 못한 자가 어떻게 삶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거짓으로 꿰맨 매듭은 뼈보다 먼저 풀어질 것이다”(「매듭」)라거나 “손가락은 아무도 모르는/비밀을 갖고 있다”(「숫자들」)와 같은 놀라운 발견들은 최정아의 시적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한 세계를 다 건넌 뒤에 비로소 배후를 살필 줄 아는 온정이 최정아의 본성(本性)임을 알겠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기술(技術). 그것이 뜨개질을 하며 “조금 부대껴도 좋고/헐렁해도 좋다”(「코를 줍다」)는 식의 여유를 안겨주었으리라. 시인은 많지만 “소잔등은 일몰과 닮아 있다”(「일몰의 건초더미」)고 쓸 수 있는 시인은 드물다. 드물게, 발랄함 속에 시를 담아낼 줄 아는 시인을 만났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색(?)다른 의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3분이면 끝나는 진료 시간과 달리, 당신은 3일 동안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자칫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비뇨기 관련 이야기를 경험을 녹여낸 다양한 지식과 성찰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때론, 몇 알의 알약보다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위로와 긍정의 처방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루한 당신의 생활에 활력을 찾아주는 ‘그곳’에 관한 색다른 이야기!
4.
한인숙은 호흡이 이쁜 시인이다. 호흡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좋겠다. 그 호흡으로 뭇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곧 그녀의 숙명. 그녀에게서 ‘바람’이 자주 등장하는 건 버림받고 상처 난 군상들에게 불어넣어줄 온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인숙 시인만의 독특한 개성이자 새로움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바람’은 고통과 시련의 상징물로 여겨져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녀는 ‘바람’을 ‘온기’ 가득한 생명의 원천으로 탈바꿈시킨다. 오오, 놀랍다. “칼등의 반대편을 넘겨다 본 자만이/지난 계절 태양이 얼마나 뜨겁게 담금질을 했는지”「(호박과 시누이」) 묻는 수고로움은 그녀의 따뜻한 심성에서 비롯되었을 터. “내가 버리고 내가 건넨다/내가 너를 버릴 때 너 또한 돌아서서 나를 버릴 이름이다”「(명함」)라는 성찰은 이 시집에서 우리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녀의 호흡 속으로 몰래 들어가 보고 싶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진즉에 읽어봤으면 하는 시가 있다. 좀 더 진즉에 알았으면 하는 시인이 있다. 여기 최옥향 시인의 시가 그렇다. 뼛속까지 시인일 것 같은 그의 시를 읽는 내내, 왜 진즉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지 못했나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다. “오르골 속 영원히 늙지 않는 노래/오오, 그리하여 잃어버린 내 사랑 같은 이여”(「보일 듯이라 불린 사내」)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상처를 노래로 승화시키는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장이면 어떻고, 수색이면 어떤가. 원고지를 앞에 둔 시인에게 공간은 상처를 뛰어넘는 작은 무대에 불과한 것. 너무 늦게 알아 아쉬운, 최옥향 시인이 앞으로 펼쳐 보일 시의 폭주(?)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집을 읽는 제위 독자들은 조심하시라. 시집을 읽는 동안 무릎이 남아나질 않을 지리니…….
6.
“누가 목줄을 당기던 바람을 보았다 했나”(「거웃」). 시에 목숨 걸었다 말하는 사람들이여, 목은 이렇게 거는 거다. 아무도 모르게, 바람만이 알 듯 모르게. 눈물과 미소와 햇살과 사랑은 스미고 흐르는 것. 시 또한 떨림이 되어 가슴에 스미고 미소가 되어 가만 입가에 흘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꽃이 피고 지는 일은 꽃도 모르는 일, 시가 태어나고 시가 사라지는 일도 시인은 모르는 일. 피고 지는 순간, 다만 그 순간에 머무는 것이 꽃과 시와 시인의 책무. 책의 표지만 덮으면 도무지 너나 구별 없는 시단에서 고영민의 시는 ‘꽃 피는 형식’과 ‘똥 싸는 내용’을 간직한 채 홀로 도저하다. 그의 시는 두서없는 댓바람에 휘둘리지 않는다. “먹어둬!/이게 마지막일지 모르잖아”(「끼니」). 그의 시는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피어나며, 그가 “사랑이 식기 전에/밥이 식기 전에”(「사슴공원에서」) 닿고자 하는 시작(詩作)의 궁극엔 속 깊고 연약한 것들의 떨림과 그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그는 묵은 간장처럼 “어떤 안간힘으로/칠흑의 어둠을 다 긁어모아”(「간장」)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짭조름한 시의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전영관의 시는 집요하리만큼 시가 될 만한 재목(材木)의 본질을 물고 늘어지는데, 그러한 디테일에 작위와 현학은 낄 틈이 없다. 그는 집을 짓는 사람이므로, 시의 건축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가 지어올린 첫 시집의 주제를 ‘원형(原形)의 복원’이라 명명해본다. 잃어버린 원형을 찾아서 그는 자신의 사적인 공간과 역사적 공간을 오가며 끊임없이 주춧돌을 놓는다. 그러나 그 지난한 과정에서도 시적 보편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유사한 천 개의 이야기에 자신의 체험 하나를 더 보태기보다는 ‘대퇴골을 파내’ ‘피리 하나 만들어’ 불며 시를 읽는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울리는 게 ‘시적으로’ 옳다는 걸 알고 있다.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시에 있어 울림은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와도 같다. 그 비밀번호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이어야 하지만, 모두 다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전영관의 시는 비 그친 후 추녀 밑 낙수 같은 울림을 준다. 무수히 쏟아지는 말(言)들을 흘려보낸 후, 몇 방울의 내밀을 한 곳으로 던져 기어이 닫힌 마음에 구멍을 내고 마는 것이다.
8.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현실에서 멀어질수록 자유롭게 떠다니는 ‘시적 자아’ 송진 시인의 시에 있어서, 환상은 풍선과도 같다. 시는 환상을 지상에 붙들어 매고 있는 가느다란 끈, 시인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원초적인 상상력에 자극받아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환상은 어느 곳이든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공중에서 흔들린다. 풍선이 현실로부터 멀어질수록, 커진 각도만큼이나 시적 자아도 자유롭게 공중을 부유한다. 송진 시인의 시 쓰기란, 떠돌아다니며 ‘얼음덩이를 하나씩 가슴에 품’는 일이다. 세상 끝에 걸려 있을지라도 ‘이렇게 살아남았다고 절벽 밑에 우뚝 서 있’는 풍선 속에 갇힌 말[言]들의 안간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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