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차이던 2017년 1월, 순조롭게 첫 시도만에 성공한 임신은 머지않아 계류유산으로 끝났다. 유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아이를 낳는 방법밖에 없다고 집요하게 생각했다. 난임의 세계에 진입해 3년간 총 8회 차의 체외수정 시도 끝에 ‘마침내’ 2019년 겨울, 안정적인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듬해 7월 아기를 낳았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한창이던 2017년부터 내 몸은 임신과 유산, 난임을 차례대로 겪으며 곤경에 처했다. 난임의 경험으로 소외와 고독을 느꼈지만, 위로받을 만한 텍스트는 없었다. 사회는 난임을 겪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재현하고 규정했다. 난임의 고통은 이상적으로 여기는 관계의 단절이자 끊임없이 타자화되는 형벌로부터 비롯됐다. 어느덧 난임이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오는 고통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더 커졌다. 그사이 나는 《불안의 서》의 한 대목처럼 “비밀스럽고 희미한 개인”이 되어 갔다. ‘이렇다’가 아닌 ‘이래야 한다’에 갇혀 나를 잃기도, 쥐어짜기도 하며.
이 책은 당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leeeunho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