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인간이었다. 도로에서 만난 터널이 무너져 그 안에 갇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늘 ‘만약’과 ‘혹시’를 가정하고 그 가정이 불러올 여파를 다시 걱정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뒤늦게 발견한 알량한 글 쓰는 재주는, 저주 같았던 걱정의 도미노를 소설의 소재로 바꾸어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 가지치기에도 바빠 걱정이라는 녀석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불면의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 내가 펜으로 그려 낸 주인공들이 과거의 내가 창조한 고난을 대신해 겪고 심지어 멋지게 이겨 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