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재> 연구원. 서울교대 졸업 후 교사는 하지 않고 성공하고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길 10년, 우연히 접속한 <감이당>에서 여러 스승과 고전을 만나, 삶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관계와 배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재는 <사이재>에서 『주역』과 니체를 읽고 있으며 동·서양고전을 횡단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이 있다.
우리는 한나라 시대의 저작들을 읽으면서 인간의 몸과 정치를 해석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고, 그 이해를 위해 한나라 시대에 대한 탐사가 필요했다. 곧 인간의 몸과 정치의 관계, 천지자연의 이치와 음양오행과 인간과 국가의 역학에 이토록 관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사유가 출현했는지, 왜 한나라 때 사람들은 몸과 우주의 관계를 통해 인간 삶을 해명하는 데 집중했는지, 그리고 한나라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의 답을 찾기 위해 그 시공을 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서』 읽기는 시작되었다. 세미나가 준 행운이랄까? 『한서』를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되었다. 역사책으로서의 『한서』가 지닌 매력과 미덕 때문이다. 진(秦)나라가 중국 천하를 통일했지만 허망하게도 15년 만에 무너지고 만다. 다시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는 200여 년 동안 제국을 지켜 낸다. 안정된 관료제로 그 넓은 영토를 다스리며 번영을 구가했던 천하의 제국 한나라! 반고는 한나라라는 이 특정 조건 위에서 200여 년의 시간 동안 명멸해 간 인간들의 말과 행위에 주목한다. 인간들이 얽혀 빚어내는 사건과 사고(事故)와 마음을 다각도에서 비추어 보여 준다. 그럴 때 하나의 사건, 한 사람의 행위는 단선적이지 않다. 일례로 반고는 행정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고 정확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잔인한 동시에 남 잘되는 걸 볼 수 없는 찌질한 인간의 이면을 디테일하게 해부한다. 또한 모든 걸 다 가졌으나 오히려 이것이 제 무덤을 파는 원인이 되는 삶의 역설과 그 매트릭스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반고가 해부한 인물 열전을 읽으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시공을 뛰어넘어 인간이 넘어야 할 문턱은 무엇인지, 이 드넓은 천지와 교감하는 한 생명체로 돌아가 삶의 기본과 그 심연을 묻고 또 묻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한서』를 읽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