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째 실무 현장에 있는 건축가. 집 짓기와 글짓기가 같은 일이라 여긴다. 합목적성과 장소성, 시대성을 전제로 태어나는 건축의 설계는, 먼저 주제어를 설정하고 건축 어휘를 발굴한 후 이들을 창조적으로 서술하는 일이다. 그래서 언어와 문자에 관심이 많아, 건축가로서는 비교적 많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개성적인 각 건축가들이 작업하는 내용만큼 서로 다 다르며 주어진 주제의 해석도 다르다. 더러는 건축 일반에 대해 쓴 이도 있고, 더러는 개인의 특별한 건축개념에 대해, 또는 특정 작업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어 주제를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글마다, 우리의 일그러진 시대를 반추하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려지는 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읽는 이들이 그 내용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울림은 소중한 소리며, 더구나 우리의 척박한 건축현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귀하고도 귀하다. 소망하기로는, 이 분들의 소리가 널리 공명되어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 보편적 가치 위에 굳건히 선 건축으로, 그 속에서 우리의 진정한 삶을 회복하고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