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같은 해 10월 극단 '가교' 이승규씨의 연출로 공연된 희곡 '다섯'은 나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승규씨가 작품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왔을 때, 나는 그 편지를 지하실 방에서 받았었다. 그리고 그 지하실 방을 떠나 사람을 만나러 갔다는 것이 나에게는 또 일생을 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스물 네 살의 그 때까지 다락방이나 지하실 방에서, 나방이가 고치를 짓듯이, 나 혼자만의 폐쇄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그 속에 들어가 살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나러 외부에 나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나간다는 사회생활의 첫시작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희곡은 내가 홀로 있었다는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희곡들의 특징은, 그러한 등장인물들의 모래알 같은 성격과 함게, 매우 우화적이라는 점이다. 아마 이 우화적이라는 특징은, 내가 일상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일상생활의 사실적인 면을 알지 못하는 약점을 극복하려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