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학에 입학해 불문학을 공부했고, 특히 사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쿄대학신문〉에 게재한 단편 「이상한 작업」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1958년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1963년에 태어난 장남 히카리의 지적 장애를 계기로 작품세계에 큰 변화를 맞았고 『개인적인 체험』 등에서 이를 주요하게 다루었다. 이후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르포르타주 『히로시마 노트』, 1960년의 안보 투쟁을 그린 『만엔 원년의 풋볼』, 천황제와 핵 문제를 고찰한 『핀치 러너 조서』를 발표하는 등,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솔제니친과 김지하의 석방 운동에 적극 참여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소설과 수필, 평론을 발표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994년, 일본 정부가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자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자 “나는 민주주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2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반전과 평화, 공존을 역설해왔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이후 반원전 운동에도 앞장섰던 그는 2023년 3월 3일 영면에 들었다.
우리들은 지금이라고 하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지금의 세계입니다. 거기에서 과거의 깊이와 미래의 빛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이처럼 지금을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도 누구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나는 소설가롯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의 리얼함과 신비함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과 어린 친구들에게도 약속했습니다. 마침내 내 속에 있는 아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준비한 내 유일한 판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