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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이금희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18년 5월 <아틀리에>

이금희

27년째 국어수업을 한다. ‘공부는 질문’이라는 믿음으로 학생들의 질문능력을 키워주려고 애쓴다. 스스로에게 묻고 책에게 물어가며 하는 공부는 스스로를 ‘참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누구나 원래 참 괜찮은 존재였지만 책쓰기는 그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마법같은 국어수업이다. 함께 성장하고 따스해지는 책쓰기 수업, 만나는 이마다 책쓰기를 하라고 말 걸고 싶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책쓰기 꿈꾸다(문학과지성사, 이금희 외 공저)
욕망이 말하다(작은 이야기, 이금희 외 공저)
오만방자한 책쓰기(우리교육, 이금희 외 공저)
2018년 현재 대구 동문고등학교 수석교사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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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아틀리에> - 2018년 5월  더보기

내가 만드는 빛깔 인생 올 학기 초 나는 2학년 문학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문학 소녀?소년의 낭만이 여전히 어울리는 열여덟 나이, 함께 시를 읽고 혹은 쓰고, 소설 속 영웅이 되어 로맨스를 맛보고, 가시리의 화자가 되어 시공을 넘나드는 야릇하게 설레는 문학 수업, 도서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의 미간에 어린 들뜸. 하지만 나의 설렘이나 상상과 달리 현실은 냉랭하다. 학생들은 ‘문학’을 수능의 ‘문학 영역’으로만 이해하고 있고, 실제 많은 교실에서의 시 수업은 밑줄 쫘악~, 소설 수업은 내용의 한 부분만 잘라 읽고 문제 풀이하는 시간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왜 문학을 배우는가? 우리는 문학 수업으로 어떤 성장을 꿈꾸는가? 질문을 던져 본다. 한 학기 동안 내 문학 수업의 방향타가 될 질문을 오래 입에 물고 씹었다. 그리하여 ‘수능’이라는 답지 대신 내가 찾은 답은 ‘공감과 치유’였다. 우리는 문학 수업을 통해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익히게 되고, 다시 독자인 자신에게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공감하고 스스로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껴안아주기, 그게 타인이든 자신이든. 따스하게 안아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학 수업은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정말 아름답게도 학생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선입견 없이 순식간에 마음을 열고, 순수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랑말랑한 심장의 온기를 건넬 줄 안다. 그러나 의외로 그런 공감이 쉽지 않은 존재가 있다. “얘들아, 너희와 제일 공감이 안 되는 존재가 누구니?” “엄마요~” “선생님들요~” “시험과 공감이 안 되어요.~” 왁자하게 아이들이 웃는다. “선생님이 보기에 너희와 제일 공감이 안 되는 사람은 바로 너희 자신인 거 같아. 친구한테는 진심으로 인정과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알면서도 정작 가장 잘 알아줘야 할 자신에게는 별로 공감을 안 해주는 거 같아.” 내가 곁에서 본 바로는 친구의 아픔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낙담한 친구에게는 긍정의 손길을 잘도 내미는 아이들이 정작 자신에게는 냉엄하고 차갑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해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보다는 부족한 점에 매몰되고, 미래 앞에 주눅 들어 있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는 너’라는 말을 자신에게는 건네지 못한다. 너무 오래 경쟁과 승부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얘들아,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이야기를 들어봐야 해요.” “맞아.” 그래서 문학 수업 중 한 시간을 할애하여 한 학기 동안 이야기 듣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바로 ‘자서전 책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객관화하고 나아가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문학 수업, 꿈꾸고 상상하는 책쓰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보통 자서전은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우리는 열여덟 살의 자서전으로 쓰지 않고 더 먼 훗날의 자서전인 것처럼 썼다. 마치 미래의 어느 시간을 다녀온 시간 여행자처럼 자신이 아름답게 피어날 한 공간을 능청스럽게 회상하듯이 썼다. “네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나는 꿈 꾸는 행위의 위대함을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상하라고, 맘껏 꿈꾸라고 이야기했다. 대입이라는 눈앞의 가림막 때문에 상상조차 망설였던 자신의 삶을 과감하게 그려보고 맛보게 하고 싶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인지 만나보게 하고 싶었다. 2학년 전체 학생이 자서전을 썼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자기 만나기 수업이다. 가능하면 글쓰기 수업으로 흘러가지 않게 부담을 줄였다.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편하게 시작하도록 했다. 열 줄이면 돼, 이미지로 페이지를 채워도 돼. 대신 검열하지 말고 그냥 막 써~. 떠오르는 것이면 과거든 미래든 그냥 쏟아내듯 적어 봐~ 자신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일회적 활동이 아닌 제법 긴 흐름의 들여다보기 시간이 필요하고, 그 대상은 철저히 ‘자신’이어야 한다. 시인 윤동주가 그의 에서 말하였듯이.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자신을 만나려면 번잡한 일상의 마을을 벗어나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에 있는 ‘외딴 우물’을 찾아가야 한다. 그 여행은 철저히 ‘홀로 찾아가’는 것이고 가서도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우물에 달과 구름과 하늘이 보이다가 드디어 ‘한 사나이’가 나타날 때까지 홀로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청년 윤동주처럼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컴퓨터를 우물 삼아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물가에서 맴돌던 아이들도 어느덧 누군가와 만나 토닥토닥 어깨를 어루만지고, 미래의 낯익은 누군가를 만나 보조개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내내 시간의 돌다리를 두드리는 자판 소리가 고요하게 이어졌다. 각자 쓴 자서전을 모아 반별로 2권씩, 총 24권의 ‘동문고 자서전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더 애틋한 것들로 다시 한 권의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세상에 귀애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겠느냐만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들어진’ 더 애틋한 것들은 있기 마련이다. 열두 명의 애틋한 존재들은 마치 오래 전 약속한 사람들처럼 서로를 알아보았고 좁지만 따스한 수석실은 그네들이 온갖 색깔로 화사하게 꽃 피우는 화실이 되었다. 우리는 제법 즐겁게 편집 방향을 이야기하고, 원고를 수정하고, 친구 목소리에 나직하게 웃고, 귓불에 간지러운 수다를 던지곤 했다. 어두워지는 저녁 너머로 하늘은 열두 층으로 넓어지고 학생들은 부쩍 키가 자란 듯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이루어졌던 책쓰기는 어느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과거와 꿈들로 물들어 아주 자랑스러워졌고, 무엇보다 내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책쓰기를 한다고 모든 학생이 글을 잘 쓰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이렇게 오래, 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학생의 말은 책쓰기 수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교사가 일일이 지도하거나 점검하기는 어렵다. 교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들여다보고 상상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그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당연한 권리처럼, 누구나 학교 수업의 이름으로, 자신의 우물을 들여다보도록, 산모퉁이로 걸어갈 시간을 주는 것, 그런 책쓰기라면 우리는 충분히 문학 수업을 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책쓰기 수업을 했던 강미자 선생님, 정원석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학생을 위한 지원이라면 아낌이 전혀 없는 황윤백 교장 선생님, 김봉준 교감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열두 빛깔의 아름다운 인생을 펼쳐 보여준 동문고의 학생 저자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낯선 길을 함께 걸어 마냥 행복한 책쓰기 시간이었다. 하늘 맑은 수석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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