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작가로 일하다 2002년부터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떴다! 지식 탐험대 1, 환경 용사 지구를 살려라〉, 〈망고 공주와 기사 올리버〉, 〈리틀 부자가 꼭 알아야 할 경제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위해서 날마다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리산에 집을 짓겠다고 서울을 떠나면서부터였다. 그래놓고 몇 년째 질질 끌며 끝내지를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난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다시 붙잡고 보니, 소설 속에 나처럼 어려움에 처해서 막막해하고 있는 고수가 있었다. 혼자 지내고 싶어 하면서도 외로워하고,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었다.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다. 나는 고수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들짐승같이 펄펄 뛰는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는, 끝내 살아내고 마는 삶의 의지를 잔뜩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대체 나에게도 없는 그 활기를 책 속의 아이에게 어떻게 불어넣을까?
실상은 그 반대였다. 나는 오히려 고수에게서 활기를 얻었다. 시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캄차카에서 야생의 활기를 얻었다. 집을 나와 길거리에서 분투하고 있는 고수와 머나먼 캄차카에서부터 험난한 여정을 거쳐 지리산에 이른 할멈의 만남에서 끈질긴 생의 의지를 배웠다. 도무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같이 괴상하고 믿어지지 않게 강한 할멈은 은밀한 나의 로망이었다.
‘좀 별나고 이상하면 어때? 꼭 착하지 않으면 어때? 잘나지 못했으면 또 어떠냐고? 살다 보면 비겁할 때도 있고, 나약할 때도 있는 거지. 아무튼 우리는 다 이 세상에 왔으니 살아가야 하잖아? 살아 있는 존재면 활기 있게 살아야지. 제대로 살아봐야지. 거침없이 살아봐야지.’
나는 내가 맞닥뜨린 싸움에서 이겨내고 싶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잘 살아남고 싶었다.
그 봄을 그렇게 고수와 함께하면서 나는 마침내 대문을 열 수 있었다. 바깥은 온통 따스하고 환한 봄볕으로 넘쳐났다. 만물을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그 햇볕이었다. 살랑살랑 살을 휘감고 도는 바람이 나를 맞았다. 두려움을 벗고 보니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낮이면 웅대한 지리산이 검게 빛나고, 밤이면 수많은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갖가지 야생화가 피어나며, 꿩이며 고라니가 성큼성큼 마당을 지나다니는 산골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물론 풀들은 올해도 무럭무럭 자랐고,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노래기며 지네도 나왔다. 문제없었다. 나는 낫을 들고 풀을 벴고, 벌레는 집 밖으로 내보냈다. 혼자 지내는 외로움도 잘 견뎌냈다. 그렇게 한 해를 잘 살아냈다.
집을 나와 길거리에 살면서 고달픔을 겪는 아이들이나, 점수에 시달리며 하루 열 몇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나 매한가지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독한 삶을 살아온 할멈이나 가족들 먹일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나 매한가지다. 모두 나와 다를 게 없다. 모두가 때로는 두려움에 떨고, 막막함에 길을 잃고, 외로움에 눈물도 흘린다. 그 모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생의 활기가 넘쳤으면 좋겠다. 우리 유전자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원시의 활기, 야생의 활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존재로서 거침없이 생의 에너지를 뿜어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소설에서 그런 활기를 그려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