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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남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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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청산리의 결전>

남문희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만화를 공부하고 전쟁 영화와 드라마, 소설을 즐기다가 전쟁사 공부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경향신문〉에 〈으랏차차 차돌이네〉, 〈김과장 김가장〉 등을 연재했고, 《전쟁의 역사(전3권)》, 《이런 역사 저런 전쟁》 등 전쟁사 교양만화 단행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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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이런 역사 저런 전쟁> - 2009년 4월  더보기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으로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에게 불똥이 안 튀는 남의 싸움이라면 그만큼 흥미 있는 볼거리라는 말이겠지요. 싸움이 커지면 패싸움이 되고, 전쟁이 됩니다. 두 개 이상의 정치집단 간의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하는 행위, 즉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쟁은 당사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일이지만 제 삼자에게는 대단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저 역시 창칼이 부딪히고 대규모의 병력이 격돌하는 전쟁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흥미진진하게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시대 저런 상황에서 과연 진짜 저런 식으로 싸웠을까?’ 특히 사극 등에서 병사들이 진형도 없이 골고루 섞여 난전을 벌이거나, 장군이 칼을 뽑고 허공에 휘두르며 "공격하라아!" "적을 섬멸하라아" 정도의 별 소용없을 것 같은 말만 외친다던가, 갑옷을 잘 차려입었지만 주요 등장인물의 한 칼에 맥없이 죽어나가는 병사들을 볼 때, 잘은 모르지만 왠지 사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전쟁의 모습, 과장되거나 덧씌워져 신화화된 장면이 아닌 ‘실제’ 그대로의 전쟁이 궁금해진거죠. 기회 있을 때 좀 더 실감나는 전쟁의 모습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입맛에 꼭 맞는 자료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직접 전쟁에 대한 만화를 그려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의 독자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직접 만화를 그리는 저 자신이었고, 저와 같이 전문적인 전쟁, 역사 지식이 없는 평범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볍고 개략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역사자료를 훑어보니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더군요. 마치 숨겨진 보물의 방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즉에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게 아쉽기도 했고, 옛 사람들의 지혜에는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도 했고, 어떤 창작물보다도 극적인 사건들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빨리 이렇게 재미있는 옛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더군요. 한편으로,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워졌습니다. 자료를 반복해서 보면서 ‘이 인물은 과연 이 때 어떤 생각과 심정이었을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등의 물음이 생겨났고, 역사와 전쟁이란 게 단순한 흥미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나 영상 속에 갇혀 있던 단순한 옛날이야기들이 점차 생생하고 시퍼렇게 살아 숨 쉬던 당대의 현실로 받아들여졌던 거죠. 승자의 입장에선 한없이 통쾌하고 벅찬 희열이 느껴졌겠지만 패자, 배신당한 자, 권력자의 이해득실에 의해 사지로 내몰리는 민초들의 입장에서의 전쟁이란 감당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이들의 입장, 묻혀버린 절규들을 외면한다는 건 반쪽짜리 이야기밖에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의 역사 내내 이 비극이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쟁에는 대개 세 마리의 악마가 들어있더군요. ‘탐욕’과 ‘어리석음’과 ‘증오’. 인간은 눈부시게 진보하고 똑똑해졌지만 이 세 악마의 분탕질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이전의 수많은 전쟁들이 차고 넘칠 만큼의 절절한 교훈을 주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겁니다. 바로 이 사실이 개개의 전쟁보다 더 큰 비극인 것 같습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쟁은 가장 극단적이며 새로운 지도자, 발명품, 가치와 질서를 낳습니다. 전쟁은 다양한 단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적인 면, 영웅적인 면, 추악하고 탐욕스런 면, 장엄하고 희생적인 면... 독자 여러분께서 저와 함께 역사를 거슬러 여행을 하며 전쟁의 본 모습을 살펴보고 이야기하고 같이 느끼며 나름 뜻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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