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언어 시인/수필가. 1970년 캐나다 이민.
- 캐나다와 한국의 여러 문학 협회 및 문화 단체 회원.
- 지난 18년간 밴쿠버와 토론토에서 발간되는 여러 한인 신문에 문학 칼럼 집필. 북미, 아시아, 유럽, 호주의 문학 잡지와 시선집에 작품 게재. 캐나다 복합문화 사회에 한국문학 행사 여러 차례 기획, 발표.
- 수상: 세계시낭송협회 평생공로상(2009), 국제작가네트워크 캐나다 우수시인상(2012),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2012), 리치먼드市 예술상(2014) 외 다수 문학상.
- 저서: 한글/영문 운문집 6권과 산문집 3권, 번역서 1권
파랑날개 물고기(시집, 2004)
그대 오신다기에(시집, 2006)
낙타처럼 그리움을 등에 업고 (수필집, 2007)
Letter from the Sea 바다에서 온 편지 (제1 한영대역시집, 2009)
Living, Dreaming & In Between (영어 산문, 꽁트, 단편소설 모음집, 2010 )
삶과 꿈, 그리고 그 사이 (Living, Dreaming & In Between의 한글버전, 2010)
Poet and the Paper Boat / 시인과 종이배 (제2 한영대역시집, 2013)
By the Fraser River 프레이저 강가에 (제3 한영대역시집, 2016)
Songs from the Lotusland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제4 한영대역시집, 2022)
[번역서]A Group of Flowers 꽃무리 (나향 이기순 시인 한영대역시집 영문번역, 2018)
50년 세월의 화폭에
참으로 긴 공백기였다. 지난 몇 년간 나를 괴롭혀오는 극심한
안구건조증에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다.
그렇게 무기력 상태에 빠진 나에게 죽비를 내려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였다.
작년(2020년) 3월, 코비드-19 전염병이 온 세계를 강타하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혹은 ‘집콕’이라는 불편한 현실적
상황에 싫든 좋든 길들이며 살아야 했을 때, 나는 그동안 미뤄오던
나의 아홉 번째 저서를 이참에 끝내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새 책 편집에 혼신으로 매달렸다.
그러다가 안타깝게도 대상포진이라는 질병에 걸렸고,
뒤늦게 고약한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투병하다보니 나의 작업은
또다시 마냥 지연되고야 말았다.
오늘, 나는 드디어 나와 내 남편의 결혼 50주년과 우리의
캐나다 이민 50주년을 아울러 기념하는 나의 아홉 권째 저서이자
네 권째 한영대역시집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
Songs from the Lotusland』의 편집을 모두 끝마쳤다.
세월의 빠름이라니!
1970년 12월, 그때 붉은 뺨의 20대 중반의 내가
노스웨스트 비행기의 트랩을 내려오며 가슴 설레며 훑어보던
눈 덮인 밴쿠버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천 위로
그 후 반세기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처음 30여 년 이민의 삶은 땀으로 범벅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시(詩)를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내가 조기 은퇴 후, 캐나다 현지 영어권 시인들과 어울리며
한/영 이중언어로 시를 써온 지 20년이 되었다.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이민지에서 영문으로
시를 창작하는 일은 또 한 번 부딪혀야 할 큰 도전이었다.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 Songs from
the Lotusland』에는 그동안 내가 쓰고 번역한 300여 편의
영/한시 중에서 내가 직접 선별한 60편의 시들이 수록되었다.
60편 중 15편은 전에 이미 출판된 나의 세 권 영한대역시집에서
선택한 것들로 나의 이민 초창기 때의 모습이 담긴 회고록 시들을
포함한, 나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들이고, 나머지 45편은 나의 제3 영한대역시집
『By the Fraser River / 프레이저 강가에』(2016) 출간 이후에
써서 여러 신문과 문예지에 발표한 신작 시들이다.
어떤 시들은 영어로 먼저 감각이 와서 영어로 쓴 뒤 나중에
한국어로 번역했고, 또 어떤 시들은 한국어로 먼저 쓴 뒤
나중에 영어로 번역했다. 그들이 어떤 언어로 먼저
시작되었냐에 관계없이,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나의 시들은 두 언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 Songs from
the Lotusland』는 아마도 지금까지 쓴 나의 아홉 권 저서들
중에서 내게 감정적으로 가장 뜻깊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1967년에 제정된 캐나다 신이민법, ‘점수제’ 의 첫 물결을 탄
캐나다 한인 이민 1세대의 하나인 나와 남편이
산 설고 물 선 이민의 나라 캐나다 밴쿠버에 정착하여
지난 50년간 땀 흘려 이루고 보듬어 온 삶의 순간들을 내 영혼의
붓으로 세월의 화폭에 그려낸 인생 삽화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초에 온 대부분 한인 이민자들이 그러했듯,
우리의 유일한 자산인 ‘청춘’을 송두리째 저당 잡히고
이민이라는 척박한 영토에 제2의 인생을 접목한
우리 부부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
비가 오나 해가 나나, 기쁘나 슬프나 한결같이
반백 년을 손에 손잡고-
때로는 잃는 중에 얻으며,
때로는 얻는 중에 잃으며,
그러나 결코 삶에의 믿음을 잃지 않으며….
2021년 10월
리치먼드 바닷가 ‘스티브스톤 빌리지’에서
안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