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도쿄출생.
일본여자체육대학 졸.
TBS정보 캐스터를 거쳐 방송작가.
1999년 둘째 아들이 농아동으로 진단
받은 것을 계기로 일본 농학교의 현실을 알게 되어 ‘전국 농아동을 둔 부모회’를 설립.
2003년에 농·대안학교 ‘다쓰노코학원’의 NPO 법인화를 지원.
70년 이상 수어가 금지되었던 일본 농교육계에서 수많은 벽을 넘어 2008년 4월, 도쿄도(都) 교육특구로 ‘일본 최초! 농아동을 일본 수어로 교육하는’ 학교법인 메이세이학원을 설립.
모은 기부금은 약 1억 1천만 엔(약 11억 원). 일본 NPO 자금조달에 하나의 사례를 남겼다.
이 책으로 제6회 어린이 미래상 수상
닛케이우먼 ‘올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 2009’ 리더 부문 입상
·방송작가
·NPO 법인 이중언어·이중문화 농교육센터 사업총괄 감독
·학교법인 메이세이학원 이사
·전국 농아동을 둔 부모회 부회장
·NPO 법인 오오타 시민활동 추진기구 대표이사
·합동회사 VALN 대표사원
한국의 여러분께
제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농아동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농’은 슬픈 것도, 불행한 것도,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농아동을 있는 그대로 ‘눈으로 살아 가는 아이’로 일본 수어로 키운다면 듣는 아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농아동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출판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농아동을 둘러싼 환경은 변했지만, 아들이 안 들린다는 것을 알았던 20년 전과 본질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신생아 선별 검사가 표준화되고 인공와우 수술이 일반화되어, ‘농인’의 말과 마음을 모르는 의사들에 의해 수어가 다시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딱 20년 전, 심리학과 언어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저명한 연구자인 할란 레인(Harlan Lane) 씨가 저서 ‘The Mask of Benevolence: Disabling the Deaf Community’ 제2판을 출판했습니다. 거기에 적혀 있는 ‘청능주의(audism)’가 인공와우라는 기계에 의해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농아동에게서 수어를 멀어지게 해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입니까? 수어는 농아동의 음성언어 습득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인공와우 수술을 하기 전까지 수어로 부모와 자녀가 의사소통을 하도록 의사가 조언을 한다고 합니다. 듣는 아동은 태아 때부터 부모와 형제, 조부모 등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태어나서는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와 TV 소리, 전철이나 슈퍼마켓 내 안내 방송, ATM의 안내 등 온종일 사람의 목소리에 노출되어 ‘듣고 저장’ 합니다. 아기가 ‘아~, 아~’ ‘마마마’라는 의미 없는 소리를 내고, ‘맘마’, ‘마마’, ‘멍멍’이라고 말하기 시작하게 될 때까지 엄청난 양의 음성 입력이 있습니다. 반면, 농아동에게 입력되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농아동이 한 살 때 인공와우 수술을 할 경우, 수술하기 전까지의 1년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농아동에게 수어는 100% 보이는 자연언어입니다. 그 수어로 주위의 어른이나 형제가 말을 많이 걸어준다면, 듣는 아동에 더 가까운 정보량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메이세이학원의 영유아 학급에도 수어로 키우면서 인공와우를 착용 한 아이가 몇 명 있습니다만, 수어로 세세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다양한 개념이 자라고 있습니다.
자! 우리 집 농아들은 메이세이학원 졸업 후, 도쿄도립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이유는 경식 야구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농학교에는 들리지 않는 아동에게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경식 야구부가 없습니다. 있는 것은 연식 야구부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형이 소속되어 있는 지역의 소년 야구팀에 들어가, 초등부, 중등부와 야구를 해 온 아들은 경식 야구를 동경해 왔습니다. 고등학교 야구부에서는 팀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포수가 되기를 원했지만, 감독은 아들이 듣지 못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실력의 세계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 감독보다 먼저 선수들로부터
포수로 인정받아 주전 포수·4번 타자로 활약했습니다. 이후 진학한 대학은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4년 내내 싸워야 했지만, 마무리는 논문지도 교수가 졸업 논문을 높이 평가해 우수 졸업 논문으로 추천을 해준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에 쫓기고 있는 가운데, 도쿄 도내 IT 기업의 신입 사원이 되었습니다. 장애인 채용이 아닌 일반 채용에 응모를 해서 취업 활동 내내 꽤 고생을 한 것 같습니다. 면접에서 “입 모양은 못 읽는 건가”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고, “입사하면 구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럴 때는 입 모양을 읽어 내는 것이 얼마나 정확하지 않은가를 설명하고, 이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구체적인 실수의 예시를 언급하면서, 서로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기록이 남는 필담과 메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기업 측은 필담을 성가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피력하는 등, 자신도 기업에 맞춰 노력하면서, 양보할 수 없는(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필담(아들은 컴퓨터를 치고, 면접관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으로 이런 대화를 주고 받다 보니 한번 면접 볼 때마다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면접에서 “구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IT 기업에 입사하여, 원하던 대로 SE(시스템 엔지니어)로서 사회 초년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확실하지 않은 구화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음성 인식 전용 단말기를 준비하는 등 아들과 의논하면서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그의 앞에는 많은 장벽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 때마다 몸이 상할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겠지요.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그를 지탱해 줄 것입니다.
수어 최고! 농아동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