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에는 숨겨진 마력이 있다.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고문서들을 살펴보다 어느 순간 문서 간의 은밀한 연관관계가 발견될 때가 있다. 이렇게 고문서들을 모자이크하듯 하나씩 맞추다 보면 조선시대 사회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복원된다. 마치 탐정처럼 범인을 추적하고, 실타래처럼 뒤얽힌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재미는 고문서 연구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다. 또한 고문서에서는 나와 비슷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고문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맨 얼굴이 보인다. 그들은 근엄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대쪽 같은 선비가 아니라, 우리처럼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할 줄 아는 이웃이다. 이들의 은밀한 삶을 엿보는 재미는 고문서 읽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