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이 안분(安分)이다.
하늘과 땅, 부모, 형제,
그리고 곁을 준
여러 분들의 덕분으로 산다.
꽃과 나비가 그러하고
까치와 버드나무가 그러하고
달밤과 벗이 그러하다.
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은
곁을 준다는 말
나도 이제 선선히 곁을 주고 싶다.
그대에게,
그대의 그대에게.
나는 내 詩에서 간자반처럼 소금기가 느껴지길 원한다.
내 살아온 날들의 눈물과 땀과 소금발의 냄새가
간자반처럼 짭짤하게 느껴지길 원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육 남매의 맏이로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눈물처럼
안개처럼 은은하게 번졌으면 좋겠다.
가끔 산다는 것이 땅강아지같이 느껴질 때
살맛이 없어 입맛조차 잃었을 때
문득 그리워지는 간자반처럼
문득 그리워지는 바다처럼.
지나온 길들은 따뜻하다
아득하여서 너무 아득하여서
안개 낀 날의 걸음처럼 허둥대던 길들도
이제는 흑백사진처럼 따뜻하다
不感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다시금 돌아보는 내 삼십대의 기억들도
잘 아문 상처처럼 뭉클하다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 새가 되기를
새가 되어 망각의 저 자유로운
길이 되기를 바랐던 詩들을 모아
다시 무거운 집을 만든다
혹여 지나가는 과객이라도 찾아들면
하룻밤 따뜻한 잠자리가 되길 빌며
2003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