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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성선경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녕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3월 <민화>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봄이 왔다고 저 꽃잎에 집적대는 벌 나비 나는 못 본 척하리라 꽃이 피는 소리 꽃이 지는 소리 나는 못 들은 척하리라 천둥같이 저기 산이 무너지는 소리 강이 넘치는 소리 나는 정말 못 들은 척하리라 가슴에 저 혼자 외로운 낙타 한 마리를 키우리라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이 안분(安分)이다. 하늘과 땅, 부모, 형제, 그리고 곁을 준 여러 분들의 덕분으로 산다. 꽃과 나비가 그러하고 까치와 버드나무가 그러하고 달밤과 벗이 그러하다. 생각하면 가장 좋은 말은 곁을 준다는 말 나도 이제 선선히 곁을 주고 싶다. 그대에게, 그대의 그대에게.

모란으로 가는 길

내 시(詩)의 뼈와 살들은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다. 눈만 뜨면 내 귀에 딱지가 앉고 내 눈에 화살로 와 박히던 저 슬픈 말씀의 못자국들 저 못자국들이 내 몸을 이룬 것이다.

몽유도원을 사다

나는 내 詩에서 간자반처럼 소금기가 느껴지길 원한다. 내 살아온 날들의 눈물과 땀과 소금발의 냄새가 간자반처럼 짭짤하게 느껴지길 원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육 남매의 맏이로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눈물처럼 안개처럼 은은하게 번졌으면 좋겠다. 가끔 산다는 것이 땅강아지같이 느껴질 때 살맛이 없어 입맛조차 잃었을 때 문득 그리워지는 간자반처럼 문득 그리워지는 바다처럼.

민화

나쁘게 보아 내치려면 잡초 아닌 게 없고 예쁘게 보아 보듬어 안으려면 모두가 다 꽃이다 이젠 짙고 옅음도 경계가 흐릿하다 내 화단의 남천이 올해는 더 무성하게 자란 듯 비바람과 우박 서리를 다 견딘 저 나무 열매가 참 붉기도 하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지나온 길들은 따뜻하다 아득하여서 너무 아득하여서 안개 낀 날의 걸음처럼 허둥대던 길들도 이제는 흑백사진처럼 따뜻하다 不感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다시금 돌아보는 내 삼십대의 기억들도 잘 아문 상처처럼 뭉클하다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 새가 되기를 새가 되어 망각의 저 자유로운 길이 되기를 바랐던 詩들을 모아 다시 무거운 집을 만든다 혹여 지나가는 과객이라도 찾아들면 하룻밤 따뜻한 잠자리가 되길 빌며 2003년 4월

햇빛거울장난

한 시간 한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된다면 이 참 엄청난 일이다 생각되다가 꽃도 잎도 다 지난 지금 이제는 그 모든 게 흐릿해져서 모두 신의 장난 같다 한 줌 햇살에 나앉아 젖은 영혼이나 널어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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