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에 딸을 낳았다. 또래의 친구들이 대학 다니며 공부할 시기에 우윳값 한 푼이라도 벌려고 발걸음이 바빴다. 궁핍한 시절 주변의 지인들이 심심찮게 내게 찾아와 손을 벌렸다. 책 살 돈, 쌀 팔 돈이 필요하다는데 주머니에 꿍쳐 넣어둔 것을 꺼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아이가 클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자질구레하게 생각할 것들도 많아져 답답하면 바다로 달려갔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시간은 너무 짧았다. 마흔아홉 살에 첫 시집을 내고 예순이 넘어 두 번째 시집을 엮는다. 나의 생은 말없음표로 길게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