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산다는 게 처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누구 앞에서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입 벌리기가 부담스러운 2019년 이후
시란 놈을
붙들고 있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여진다.
그로써 한 권의 시집을 묶을 수 있어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입이 없이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기쁘다.
2022년 2월
황명자
어느덧 사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첫눈을 기다리다가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눈은 왜 한밤중에 와서 가슴 앓이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다리던 첫눈처럼, 자느라 보지 못한 첫눈처럼, 나도 모르는 아쉬움이 가득이다. 그런데도 차마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 가로놓여 있어 그냥 기다려보련다. 내년에 올 첫눈을 기다리듯 한동안 모른 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