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권영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2년 12월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불씨를 얻다

기억을 들추며 감나무에 달린 홍시는 유난히 붉었습니다. 얼마나 붉었던지 작은 해처럼 빛났습니다. 그래서 더 맛있게 보였습니다. 여러 번 돌팔매질에도 홍시는 떨어지지 않았고 입맛만 다셨습니다. 그런 홍시가 겨울바람에도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늘에 한 점으로. 햇빛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장대를 휘두르는 걸 본 아버지는 ‘그냥 놔둬라’ 하셨습니다. 헛헛한 마음을 곶감으로 달래 주셨습니다. 눈 속에 빛나는 홍시를 자랑하던 아름드리 감나무가 개량된 큰 감나무에 밀려 그루터기로 남았습니다.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가만히 눈을 감아봅니다. 감나무에 남겨진 감 미처 까치가 오기도 전 빠알갛게 얼었다 얼마나 추울까 하얀 털모자 씌웠다 첫눈이 첫 느낌 오래오래 남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첫 느낌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담쟁이꽃, 묵묵히 지나는 바람에 윤기 흐르는 잎을 푸른 빛으로 한껏 자랑하는 담쟁이. 넓적한 이파리 사이로 웅웅거리며 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웬 벌? 궁금해 자세히 보았습니다. 세상에나! 꽃이 숨어있었습니다.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모여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담쟁이도 꽃을 피우는구나! 작은 청포도 알처럼 열매를 키우고도 있었습니다. 담쟁이를 푸른 잎으로만 보았던 게 미안해졌습니다. 역시, 백과사전에는 포도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잎이 무성했던 것은 씨앗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묵묵히 푸른 잎을 키우며 한 땀 한 땀 온몸으로 벽을 오르던 몸짓은 포도처럼 낮은 밭이 아닌 더 높은 곳을 보여주려한 마음의 표현이었던 겁니다.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요? 엄마를 떠올리며 오롯이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시멘트벽을 불평 없이 묵묵히 오르는 담쟁이, 단풍도 참 곱게 들어갑니다. 2022년 겨울을 맞이하며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