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밤 안개가 남겨준 시편들이다.
꿈 같은 침묵 속에 십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즐비한 밤나무들 무성해 어둑하였던 거리와
마당의 열두 그루 미루나무 그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가슴 철렁하게 파란 하늘이 펼쳐지던 집,
그 집의 발코니, 먼 불빛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윽, 하고 몸이 숙여지던 밤, 적막한
밤들을 되돌아보며 이 글을 쓴다.
어떤 시선도 내 곁에 없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가장 커다란 시선이 나를 지켜주었던
그 시절을 아직도 누군가 저 안개 속에서
살아내고 있는 것만 같다. ('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