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중고등 수학교과는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40년 전에 비해 거의(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행렬이나 복소수 등이 빠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은 조금 줄었다. (반면 과학교과는 객관적으로 분량이 매우 많이 늘어났다) 수학교과가 어려워진 것은 객관적으로 분량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교과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변별을 위해 인위적으로 고안된 문제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별을 위해 고안된 문제 대부분은 공부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곳에서 시간을 지체하면 전체적인 시야와 안목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타켓을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것을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반복하자면 중요한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때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진도를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심화를 강조하는 풍토는 수능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매우 안이한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본 교재는 초월함수의 미적분 정도를 목표로 하고 그 길에 이르는 핵심적인 부분만을 언급했다. 수학교과가 70~80년대에 비해 거의 그대로인 반면 학생들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초등학생 정도면 지수루트로그를 편안히 받아들인다. 따라서 본 교재에서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까지를 반영하여 가능한 교과를 통합.생략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수학이야말로 고정 관념을 깨고 자유로운 사상이 요구되는 학문이다
수학은 사물을 일반적으로 다룬다. 코끼리, 사자, 하이에나가 있다면 이들 모두를 아프리카 동물 또는 그저 x로 처리한다. 수학의 본질이 그러한 만큼 추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사물을 다루는 것은 불가피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수학 또한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체험을 집약한 것이다. 특히 수학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수학적 정리 보다 그렇게 정의한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초중고등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왔다. 새로운 수학적 사실을 배울 때마다 수학적 배경이나 역사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많이 성장한다. 이 책은 수학적 배경과 역사를 통해 수학을 더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쓰여진 가벼운 에세이물이다.
수학사나 수학에세이를 다룬 책들은 많이 있다. 그런 책들과 이 책이 다룬 이유는 필자의 주관성이 많이 들어 있는 점이다. 필자는 수학도 쟁점이 분명하고 논쟁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수학사나 배경 설명을 하고자 했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해당 도서를 추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존재 의의는 시중 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다소 이색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이 름을 에세이라고 붙인 이유도 그러하다. 학교수학, 입시수학은 너무 딱딱하다. 너무 반드시 그러하다는 세계에 묶여 있다. 수학의 발전 과정을 보면 기존 시대의 고정 관념을 깨는 자유로운 비약과 상상에서 더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 조금 틀리더라도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 책의 기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