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만만하다. 그리고 친절하다.
본서는 차명상의 핵심기능인 마음챙김을 적용하기에 앞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먼저 소개한다. 명상의 대체용어로 사용되는 마음챙김 대세의 시대,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초보자들이 명상을 쉽고 만만하게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묵직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마치 차 한 모금에도 다양한 맛과 풍미가 살아 있는 듯, 본서는 여섯 가지 감각 다루기라는 묵직하고 다양한 수행법을 따뜻한 차처럼 부드럽게 풀어준다.
인간은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사용한다. 이들은 함께 혹은 따로 작용한다. 우리가 이들 모두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간은 음식을 먹을 때다. 먹는 순간은 몸과 마음을 모두 사용하고 알아차림마저 극대화할 수 있는 장면이다. 따라서 적절한 명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탐욕과 성냄이 따라붙기 쉽다. 맛있으면 더 먹고 싶고, 맛없으면 화가 난다. 그렇다면 탐욕이나 성냄이 적은 상태에서, 몸과 마음을 모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바로 차(茶)이다. 차는 생존이 아닌 여유를 위해 만나기 때문이다. 차는 음식처럼 집착하지 않으며 대상화할 수 있다. 또 그 준비과정 역시 간단하다. 본서는 차를 통해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모두 함께 다룰 수 있는 명상법을 소개한다.
명상을 위해서는 이완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완은 흔들리는 심신을 가라앉히는 작업이다. 집중(集中)은 마음을 특정 대상에 머물게 하는 과정 혹은 머문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집중을 위해서는 대상이 꼭 필요하다. 집중을 위한 대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외적인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내적인 대상이다. 예를 들어, 음악처럼 외부에서 들려오는 대상은 외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호흡과 같은 육체적 감각이나 정서들은 내적인 대상이다.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외적인 대상이 내적인 대상에 비해 집중에 유리하다. 마치 TV나 음악, 스마트폰 등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적인 대상을 향한 집중은 제한적이다. TV가 항상 재밌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적인 대상에 적응하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좀 더 자극적인 것이 나타나야만 집중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외적인 대상을 통해 얻은 집중은 내적인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내적인 대상은 외적인 대상에 비해 항상성을 지닌다. 특별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면 대상화시키고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흡처럼 집중의 대상이 나와 함께하는 것이다. 이처럼 외적, 내적 대상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 집중은 내가 나의 마음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느 순간 발생한 자극, 감각 혹은 정서에 끌려다니기보다 이들을 맞이하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쉽게 말해 앞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내 마음이 그 사람과 함께하지 않고 다른 대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내 마음의 대상을 필요에 따라 스스로 바꾸고,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의힘이 강해지면 인사이트(Insight, 통찰) 역시 가능해진다. 집중이 지혜로 성장하는 것이다.
MTM은 명상자의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 구조화한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차(茶)를 대상으로 하여 초보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차를 통해 이완을 유발하고, 대상과의 접촉에 주의 기울임을 적용하는 방법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쉽게 만날 수 있다. 동시에 차를 우리고 마시는 동작뿐만 아니라, 차가 몸안으로 들어올 때의 내적인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알아차림을 유도한다.
아마도 MTM은 이 시대에 가장 쉽고 품위 있는 명상법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종교 전통의 불교가 아닌 고대 인도에서 불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탐색하려 한다. 대승, 상좌부, 금강승이라는 불교 전통에서 벗어나 붓다를 직접 만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붓다의 원음을 찾고자 현재 전승되어 남아 있는 경전 안에서, 그리고 하나의 경전 안에서까지 고층과 신층을 구분하려 노력한다. 그는 니까야 안에서 법수의 형태로 정의되는 교리들에 대해 붓다의 말씀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12연기라는 초기불교의 대표적 교리들이 해당한다. 또한 경전 안에서 나타나는 형이상학적·신비적·추상적 표현들을 모두 붓다의 원음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에 우리나라에 초기불교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는 상좌부불교 중심의 불교 이해에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본서의 2장에서 7장까지는 니까야와 관련된 내용이다. 빠알리 원전이나 우리말 경전 번역을 함께 살핀다면 저자의 흥미로운 연구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불교 지식과 연구 역량은 매우 뛰어나다. 그의 다양한 지식과 표현능력을 따라가기에 역자의 능력은 부족했다. 가능한 한 직역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부분이 나타났고, 민족사는 과감한 의역제안으로 역자의 부담을 줄여 주었다. 또한 현대적 방식의 문헌 접근에 익숙한 역자가 저자의 오래된 참고자료들을 살피는 것 역시 녹록치 않았다. 아마도 컴퓨터의 사용이 제한된 시대의 연구이기에 따르는 문제점으로 보인다. 검색이 어려운 자료들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할 독자들의 표정이 그려진다. 원서의 탓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역자의 게으름이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역자의 한계를 많은 분들께서 보완해 주셨다. 김현덕(산스크리트어), 데이브(Dave McPhee; 영어), 진우기(영어), 양영순(아르다마가디어), 이수련(불어, 영어), 한상희(빠알리어), 한자경(독어), 후지나가신(藤永 伸; 아르다마가디어). 이렇게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역자를 믿고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세존학술연구원 성법 스님, 그리고 민족사 윤창화 사장님의 원력으로 가능한 작업이었다. 깊은 인연에 감사드린다. 끝으로 교정을 살펴주신 오세연 님과 민족사 편집부의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2018년 12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