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거울을 하나 가지고 있었어. 조그만 손거울이었는데, 그래. 그 거울은 훔친 거였어. 나는 어쩌다 그 거울을 욕실에 두고 말았어. 식구들이 다 들락거리는 욕실에 말이야. 거울을 떠올렸을 때는 이미 아빠가 욕실에 들어간 뒤였지. 혹시나 훔쳐 온 거울이라는 걸 들킬까봐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어. 다행히 아빠는 눈치채지 못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거울을 계속 치우지 않았어. 그냥 욕실 창문 한구석에 두었지. 식구들이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사용할 때마다 불안해 하면서도 말이야. 거울을 훔친 게 들통날까봐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들키고 싶었나봐. 나를 좀 쳐다봐주길 바랐나봐.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았거든.
나는 들키지 않았어. 모두들 그 낯선 거울이 어디서 난 건지 궁금해하지 않았으니까. 누구 거냐고 물어보기만 하고는 그뿐이었어.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입을 꾹 다물고 가슴 속에 가족들을 향한 원망을 무럭무럭 키웠어. 사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어.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모두 화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
그 거울은 아직도 그 집 욕실 창문 한구석에 그대로 있어. 이제는 알 것 같아. 왜 가족들이 그 거울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거울을,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그걸 들여다보느라 다른 사람 거울은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지. 나 또한 그랬어. - 방미진(지은이)
저는 일기 쓰기를 싫어하는,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싫어하는 어린이였어요.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늘 일기 쓰기 숙제를 내주셨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말이지요.
아,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네요.
그래서 매일매일, 꼬박꼬박 일기를 썼냐고요?
그럴 리가 있나요.
전 일주일에 딱 하루만 일기를 썼어요.
일기 검사를 하는 하루 전날, 일주일치 일기를 썼지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요.
“아! 뭐 쓰지? 뭐 쓰냐고! 날씨 어땠냐고!”
심지어 방학 때는 한 달 동안의 일기를
한꺼번에 쓴 적도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제 일기는 항상 비슷했어요.
매번 이런 식이었지요.
오늘은 옆집 연지랑 놀았다.
재미있었다.
내일도 또 놀아야지.
아니면 이런 식이었지요.
오늘은 짜장면을 먹었다.
참 맛이 있었다.
다음에 또 먹고 싶다.
누구랑 놀았다는 이야기 아니면,
뭘 먹었다는 얘기밖에 없었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다른 일기를 쓰는 날도 있었어요.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거나
좋아하는 아이와 설레는 일이 있었던 날은
이상하게도 일기가 길어졌지요.
그런 날은 숙제가 아닌, 진짜 일기를 썼던 거예요.
어른이 된 지금, 진짜 일기들을 많이 남겨 놓지 못한 게
무척 후회된답니다.
여러분은 숙제가 아닌, 진짜 일기들을
많이 남겨 놓길 바랄게요.
진짜 일기들은 소중한 보물로 남거든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추억’이라는 보물로요.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에요
요즘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키우지 않더라도 보호자와 산책하는 동물을 만난 적이 많을 거예요. 이처럼 반려동물은 오다가다 흔히 마주치는 우리의 이웃이에요.
그런데 이런 반려동물들이 많이 버려진다고 해요. 귀찮아져서, 덩치가 커져서, 키울 여건이 안 돼서, 형편이 어려워져서 참 여러 가지 이유로요.
이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버려진 개들은 많은데 버린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였어요.
반려견은 이렇게 유기견이 된다고 해요. 처음 개를 키우던 사람이 여러 이유로 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줍니다. 그러면 개는 가족이 바뀌게 되겠지요. 이 과정에서 개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해요.
왜냐하면 맡은 사람은 자신이 원래 가족이 아니니 크게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 개가 집을 나가도 잠깐 찾다가 포기한다고 하네요.
가족이 바뀌는 과정에서 유기견이 된 경우, 원래 가족과 새 가족 모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대요. 원래 가족은 다른 사람에게 주었으니 그 사람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새 가족은 개가 원래 가족을 찾아 나간 것이니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요.
개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무섭고 두렵겠지요. 원래 가족을 찾아가려고 도망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낯선 곳에서 원래 가족을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 거예요. 뒤늦게 새 가족에게 돌아가려 해도 그때는 이미 길을 잃은 뒤겠지요. 길을 잃고 헤매던 개는 유기견이 될 수 밖에 없고요.
흔히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정말 가족이나 친구로 여겼다면 그렇게 쉽게 남에게 맡기거나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요?
반려동물이 그저 귀여운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으로 존중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