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향은 바다가 없고 해발 1,500미터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조하고 더위와 추위의 변화가 심한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이고 국토의 80퍼센트가 초원인 곳입니다. 처음 부산에 와서 커다란 다리가 가로지르는 바다를 보고 싶어서 광안리로 왔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고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건조한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미역 냄새 같은 것이 난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처음 미역 냄새를 맡았을 때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강렬한 냄새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넓은 바다를 보며 그 특이한 냄새를 점점 잊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를 보면서 지금까지 너무 바쁘게만 지내온 날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첫사랑까지, 눈앞에서 영화의 한 장면같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항상 바다처럼 넓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향에서는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을 정리하고 넓은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지금 저는 광안대교를 보며 끊임없이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꿈속으로 빠져드는 듯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눈앞에 파랗게 보이는 이 아름다운 대교를 건설하는데 엄청난 인력과 노동, 그리고 비용이 필요했겠지요. 바다에서 나는 미역 냄새가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광안대교 위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창문으로 보면 제가 지금 서 있는 바닷가가 어떻게 보일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바닷가에서 생각에 잠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잠시 생각의 여행을 떠난 것이겠지요. 단 하루에 모든 것을 보기보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 다시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고향에는 바람이 많이 붑니다. 가끔 태풍이 오는 것처럼 강한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바닷가에서 파도를 바라보니까 고향에서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가슴에 쌓였던 나쁜 것들을 모두 쓸어가는 것처럼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광안리에서 난생 처음 멋진 불꽃축제도 봤습니다. 너무너무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부산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사람들도 많고 음악도 멋있고 덩달아 제 마음도 들떴습니다. 해마다 광안리 불꽃축제를 꼭 보러 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광안리는 저에게 인생의 깊이와 행복을 새롭게 알려준 특별한 곳, 내 마음의 초원입니다.
올해로 몽골에서 부산에 온지 6년. 그 동안 여러 외국인과 함께 공부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다정다감’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책을 쓰기 위해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조차 알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똑같은 사람들이고 마음속에 사랑, 슬픔, 그 밖의 모든 감정을 다 가지고 있으며 또 다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몇 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한 순간에 서로의 차이와 문화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될 그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 책을 읽게 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문화차이에서 오는 오해들이 많겠지만 되도록 이해하면서 웃어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 epilogue. 내 마음의 초원, 광안리에서